석모도로 가기 위해서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야 한다. 이 배에 올라서면 갈매기들이 떼로 몰려든다.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서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에 등장하는 갈매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사냥의 본능마저 잃어버린 애완동물 갈매기. 하지만 이 갈매기들이 정말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일까?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서 택한 길일 뿐이지 않을까?
갈매기들의 눈은 매서웠고 날갯짓은 치열했다. 삶을, 생존을 향한 그들의 몸짓을 비아냥거리기에는 어딘가 모를 애달픔이 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치열하다. 갈매기들의 모습 뒤에는 삶의 고달픔이 서려 있다.
보다 쉬운 방법으로 생계를 해결하려는 진화의 모습을 엿봤지만, 실은 그것이 멸종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그것은 갈매기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갈매기의 날갯짓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얼핏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