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힘의 균열이 바로 폭력의 씨앗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리적 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심리적 폭력이든 그 힘의 우열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 비로서 폭력은 기지개를 피는 것이다.

영화는 상황극이다. 영화적 표현보다는 오히려 연극적 요소가 강해 무대에 올려진다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성악과 교수와 제자가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서울로 향하다 우연히 들어서게 된 낯선 곳. 군대시절 폭력에 의해 귀가 멀고 정신까지 이상해진 돼지 사육자와 고등학교를 퇴학당한 아이, 왕따 당하는 고등학생,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겁을 상실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청년이 이곳에 모임으로써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교수라는 직분과 뮤지컬 오디션 채점자로서의 권위를 앞세워 제자를 성추행하려다 실패하는 모습 속에서는 뉴스 속에서 항상 접하는 것들이라 오히려 무감각하고 지레짐작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동네 청년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선입견에 꼼짝달싹않는 교수와 혹시 죽지 않았을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청년들 속에서 웃지못할 폭력의 전초가 시작된다. 목소리로 먼저 힘이 셈을 과시해보지만, 손에 들고 있는 돌멩이를 보고 떠는 바람에 본모습을 들켜버린 교수나, 왕따 당하던 고등학생이 무지막지하게 얻어맞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변하게 되는 상황, 경찰이라는 직분이 주는 힘을 이용해 사용하는 폭력 등등. 그들의 폭력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엔 질긴 인연을 숨기고 있는데, 이게 영화의 결말을 게운치않게 만든다. 순환되는 복수의 고리, 인과응보라는 결말. 차라리 현실이 그렇게 인과응보적이라면 폭력도 불사하고픈 심정이 꿈틀거린다. 반대로 모든걸 용서할 수 있는 아량을 평범한 사람이 지니고 산다는 것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복수도 용서도 힘든 보통 사람들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애시당초 복수의 씨앗을 키우지 말자는게 정답인듯 보인다. 아니면 차라리 아주 강한 사람이 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바보가 되는 수밖에.

잔혹과 코믹을 내세운 영화같지만 잔혹 쪽이 훨씬 강하게 인상을 풍긴다. 아무래도 그것은 연기자들의 제대로 된 연기 덕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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