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대결, 천사와 악마의 대결은 선과 악으로 대변돼 그 내용 전개나 결말 또한 뻔한 경우가 태반이다. 빛과 어둠의 중간에 버티고 서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주인공이 등장해 갈등을 보여주는 것도 흔해 왠만한 갈등구조를 드러내지 않는한 흥미를 끄는데 한계가 있을 테다. 빛과 어둠은 세상에 공존해야 한다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경우라도 그것이 이성적, 감성적으로 설득력을 지닌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 <나이트워치>는 어둠이 세상을 지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인간의 사악한 생각 그 자체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매트릭스의 현란한 액션과  블레이드와 같은 혼종의 출현을 적절히 짜깁기 한 영화는 너무나 명확한 결말을 드러내 등을 돌리게 되고 만다. 세상을 지배하게 될 어둠의 자식은 바로 나쁜 생각이라니... 얼마나 숨 막힌가?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 청소년기를 제외하더라도, 지금 우리 머리 속에는 얼마나 나쁜 생각들이 가득차 있는가? 그런데 그것마저 허용하지 않겠다하니,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착한 생각에 착한 행동으로 일관해야지만 맞이할 수 있는 빛의 세계라는 것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선한 의지가 악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세상이다. 모두가 따뜻한 생각을 가진다면 물론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뜨거워 화상을 입힐 수도 있다. 선한 생각이 선한 세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으로라도 발칙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발칙함 속에는 현재의 아픔을 이해하는, 또는 자신을 가로막는 실재를 파악하는 힘이 숨어있다. 때로는 현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생각을 옥죄지  말자. 세상은 빛으로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이 존재하기에 구원되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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