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영화를 줄곧 보아오면서도 열광하지 못했던 것은, 영화가 대부분 우울하고, 환상 속에 담아낸 내면의 쓸쓸함을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왠지모를 삐뚤어진 캐릭터들의 미워할 수 없는 악의, 그래서 차라리 악마가 아닌 악동으로 표현되어지는 감독이 표현하는 화면은 개인적으론 너무나 어둡게 느껴진다. 숨어들어 찾아간 안식처라기 보다는 빨리 벗어나고픈 하수도의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울한 영화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를 계속 봐 왔던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빅 피쉬>를 통해서 그가 밝은 세상 속으로 한발 나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고, 과연 이런 변화가 돌연변이 인지, 아니면 점차 세상으로 나올 채비를 갖춘 것인지 의심하게 되었고, 다음 작품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아직 보진 못했지만, <유령신부>를 보니 이제 그가 세상과 화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너무나 유쾌한 해피엔딩과 권선징악적 결말에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의 색깔이 사라져버렸다고 단정지워버릴수 있을 정도로 변한듯 느껴지지만, 그의 화면은 여전히 환상 속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것은 안식처의 느낌을 준다는 것.

<유령신부>는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느낌을 주는데다, 화려한 조명, 아름다운 음악 등이 상상의 세계에 잘 녹아들어 유쾌하다. 무엇보다도 뇌리에 가득 새겨진 것은 피아노 선율이다. 빅터와 빅토리아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의 피아노 솔로, 빅터와 유령신부가 함께 치는 피아노 듀엣은 너무나 아름다워 절대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이 음악은 팀 버튼의 <비틀 쥬스>, <배트맨2>, <가위손>, <화성침공>,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의 작품에서 신비로운 음악을 담당했던 대니 엘프만이라는 사람이다. 최근 인기를 누렸던 미국 시트콤 <위기의 주부들>과 영화 <스파이더 맨>도 그가 음악을 담당했다.

팀 버튼과 대니 엘프만의 관계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의 관계와 비슷한듯 싶다. 아무튼 팀 버튼의 변화를 엘프만의 음악 속에서도 그대로 찾아질 수 있을듯 싶다. 그의 음악이 신비로움을 넘어서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이제 그의 영화도 지하 세계의 어둠 속에 따뜻함이 녹아들어가 있는듯하여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서운하다. 아무튼 거북한 느낌없이 팀 버튼의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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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2-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팀버튼 참 좋아하는데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좀...
그게 저는 팀버튼의 냉소적인 면을 참 좋아하거든요. 저도 좀 냉소적 인간이라서 드물게 만나는 비슷한 부류의 인간에 대한 애정처럼. 그럼데 찰리는 마지막에 따뜻한 결말로 끝나서 속상했어요. ㅎㅎ 같은 사람에 대한 이렇게 서로 다른 기대라니.

하루살이 2005-12-0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거북해하면서도 계속 그의 영화를 본 것은 그 냉소 덕분이겠죠?
음~ 찰리도 따뜻한 결말이라니...
확실히 팀 버튼이 세상과 화해를 한 모양입니다.
전 <유령신부>의 해피엔딩에 엄청 놀랬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