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한대수
한대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한대수하면 '물좀 주소'가 떠오른다. 음유시인이라거나 히피라거나 같은 여러가지 레테르로 생각되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직 물좀 주소라는 거친 음성만이 귓가에 맴돈다. 간혹 길을 걷다 물좀 주소라고 읊조리게도 만드는 힘. 나에게 한대수는 사막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그 사막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를 연상시킨다. 메마르지만 오아시스를 향한 끝없는 열정으로 모래바람을 등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놓여진 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길을 걷고자 하는 외침. 그 자유의 목소리가 어떻게 그의 몸에서 만들어져, 세상을 향해 토해져 나오는지를 이 책은 살짝 보여준다.

크게 1,2,3부로 나뉘어진 '올드보이...'는 일단 사진이 눈에 띤다. 사진으로 밥 먹고 살아온 그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살펴볼 수 있을듯도 싶다. 노래로 밥먹고 산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밥 먹고 산다라는 표현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어린 학생에게 상담한 내용을 보면 이해가 갈법하다. 학업을 포기하고 노래를 공부하고 싶다는 여학생에게 한대수는 정규공부를 계속하도록 권한다. 노래를 비롯한 예술이라는 것을 하는 것은 배고픈 일이라는 것이다. 서태지와 같은 성공은 만분의 일도 안되는 케이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 음악이 좋아서, 또는 그림이 좋아서 그것에 전념하고 싶다면, 직업으로서라기 보다는 취미로 가지라는 것이다. 직업으로서 예술은 배고픔을 각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취미로 즐기라는 것이다. 그의 말은 자신이 지금까지 버텨온 간난을 고스란히 드러내놓는것 같다. 모든 곡이 금지되어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그러나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삶의 신산함이 그의 글 속에 녹아있는듯 싶다. 1부에선 이런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6,70년대 미국의 클럽 문화와 자신의 노래 역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가슴으로 전해진다.

2부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9.11테러로 인해 바라본 미국이라는 제국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진술하는 부분은 그가 얼마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다. 2부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카인, 헤로인, LSD, 대마초 등등 흔히 록이나 히피 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마약에 대한 상세한 설명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다. 중독성 여부나 그것의 효과부분에서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냥 무턱대고 모든 마약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만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해온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된다. 그렇다고 한대수가 마약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듯 싶다. 세상과 떨어져있음으로 인해 어떤 창조성의 계발을 가져오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천당이 될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즉 창조적 이면에 감추어진 파괴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일수록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뇌를 파괴시키는지, 그리고 그런 약물들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록스타들이 단명하게된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하고 있다.

3부는 여행일지다. 자신의 두번째 아내인 옥사나의 고향 몽골과, 유럽, 그리고 떠오르는 파워 중국을 다녀온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여행일지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과연 나는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갈때 무엇을 바라보게 될까 하는 점이었다. 그처럼 미술이나 음악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국적 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될까? 곰곰히 생각해보건대 나의 여행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현지 음식정도. (하지만 이것도 몇년전부터 고기를 먹지 않게 됐으니 그다지 쉽게 경험할 순 없을듯하다) 그러나 한대수가 이야기하고 있는 여행은 눈요기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과의 대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난 바로 그 부분에서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조금 바꿔야하지 않을까 깨우친다.

삶은 결론없는 경험이다(298쪽)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된 것이다. 그저 자연만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세상에 대한 유일한 잣대를 벗어던지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행복아닐까 하고 말이다.

여행은 다른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다. 그네들의 습관, 음식, 관습을 배우고 그 속에서우리가 인류라는 공통인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우리가 똑같이 사랑 평화 인관관계를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임을 느끼게 된다.(299쪽)

모두가 똑같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토대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음악에 흥이겨워 남들과 공유하고 싶어하고, 그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러내는 사랑, 그리고 내가 전하고 싶어하듯 남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같이 느끼고 이해하고자 하는 평화의 정신, 올드보이 한대수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의 자유로운 삶의 향기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