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이야기 1
김동화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현금과 버들이라는 아이가 기생으로 유명한 송도라는 곳에 온다. 한때 송도를 주름잡았지만 절개를 지키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초선이라는 老妓로부터 기생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 현금은 심성이 곱고 얼굴도 아름다우며 목소리도 뛰어난 재목감이다. 반면 버들은 누추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성격만은 활달하여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씩씩함을 지녔다. 결국 가난이 주는 고통보다는 돈이 주는 힘과 편안함을 찾아 초연이라는 돈만 밝히는 기생밑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이 현금과 버들이라는 두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나비가 꽃을 찾아 헤매듯, 사람은 사람의 향내를 찾아 돌아다니는듯 싶다. 그것이 꼭 이성간이 아니라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성간이라면 또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만화는 이상적인 사람의 향을 그려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듯. 아마도 황진이를 떠올리면 딱 맞을듯하다. 기생은 시 화 서 예 악을 두루 꿰뚫어야 하는데,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은 그리움이다. 즉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겠는가?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메마르지 않는 정. 이것은 단지 기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속에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생의 은은한 향기다. 세상이 고달픈 태풍으로 불어닥쳤을때 끝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이유다.

만화 속에서 스님이 현금을 아끼는 것도 이 떄문이리라. 사람을 그리워할줄 모르는 사람이 부처를 바라보며 자비심을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고뇌가 되지 않는 사람사이의 그리움(이게 정말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마음. 그 애달픔을 가슴에 품을 줄 아는 사람이 고귀하고 아름답다. 세월로도 지워지지 않는,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 우리네 인생은 바로 그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일지도...

 

사족:사회제도적 불평등이나 남녀 억압이라는 것을 떠나 그냥 순수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는 동화책이나 교과서적인 내용같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이런 책을 읽고싶어진다. 복잡한 생각없이. 찬바람이 뼈에 사무칠때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05-11-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적인 사람의 향을 그려보이다니..퍽 어려운 것을 그렸군요.. 만화책인가 보네요~ ..

찬바람이 뼈에 사무칠 때면... 캬..

하루살이 2005-11-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꼭 어떤 성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기다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 정도라고 하면 좋을것 같네요.
기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워할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고요.
걸쭉한 성적 농담이 소위 해학적이라고 말하는 대사들로 간간히 채워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