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오늘은 남산 길이 달라 보인다. 너무 예쁘다.

단풍나무의 잎들은 여전히 초록색이다. 간혹 단풍이 든 나무들도 초췌한 색이다. 은행나무가 그나마 예전같은 밝은 노란색을 뽐낸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 자체를 뜯어보면 전혀 예뻐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군계일학이란 말을 쓸 수 있으려나. 아름답고 투명한 선홍빛 나뭇잎을 지닌 정말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도 간혹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벚나무의 칙칙한 누르스름한 단풍잎, 언제 단풍이 드었는지도 모르게 땅을 뒹글고 있는 갈색의 잎들. 눈 앞의 나무들은 생명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잠깐 눈을 들면 세상이 달라보인다. 울긋불긋한 숲 전체가 너무 아름답다. 더불어 숲이란 말을 여기에다 인용해도 될까. 더불으니 아름답다. 자꾸 뒤를 돌아보고 하늘을 쳐다본다. 남산의 단풍이 점차 절정에 들어간듯하다. 

혼자서는 아름답지 못한 것들도 모여있으니 이렇게 마음을 빼앗을수가 있단 말인가. 숲을 빠져나와 멀리서 바라보니 산은 또 다른 색채를 띠고 있다. 시내 한 복판에 붉으스름한 언덕배기. 붓 한번 싹 스치고 지나간듯한 모습.

나무만을 보아도, 먼 거리서 숲만을 쳐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 산 속에 들어가면 있다. 적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그 절정의 맛을 선사하는 것. 그 거리두기가 어렵다.

부딪혀 아프지도 않고, 떨어져 외롭지도 않을 그 거리를 찾아헤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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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1-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산 근처에 사시는거죠? 아니면 직장이?
암튼... 축복받으신 겁니다!

하루살이 2005-11-0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낙엽비를 맞으며 걸었죠. 부럽죠.
그러고보니 정말 축복받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