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번 형성된 의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 스피노자

홍세화 씨가 자주 인용하는 글.

나도 돌이켜보면 고집불통이다. 나를 부수고 새로운 나를 짓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 누에고치를 뚫어야 하듯, 데미안처럼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는 새처럼...

더군다나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가면 이 고치와 껍질의 두께는 너무나 견고해져 제 아무리 거센 칼끝으로도 깨지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하나의 창으로 통해버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벽을 허물어 그 자리에 창을 만드는 일. 하지만 두꺼운 벽에 흠집을 내는 것마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창을 만들도록 자극하는 고마운 책들이 분명 주위에 많을 터인데, 나에게 만들어져 있던 창은 너무나 견고하다. 이 창은 홍세화 씨의 말처럼 강압적인 교육을 통해 형성되었고 현실의 길을 통해 다뎌졌다. 따라서 왠만해선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그 책들마저 이 창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창을 내는 것이 힘들어지게 된다. 간혹 기존의 창을 조금 넓혀주기는 하지만.

나이 마흔은 불혹이라 했다. 아직 마흔까진 시간이 많다. 불혹의 마음을 갖는다는 건 내 주위가 담으로 쌓인 것이 아니라 통유리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상이 밝게 보일 것이니 말이다. 벽으로만 둘러쌓여 있다면 얼마나 불안하고 미혹될 것인가?

이젠 내 창을 의식해보자. 분명 지금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의식의 벽들이 깨어져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밀알 한 알이 썩어야 비로소 새로운 밀알들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를 죽여가는 작업을 해보자. 두렵더라도 한걸음 한걸음씩. 아직은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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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1-0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아직 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