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사람은 없지만 그 결말이 비극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도덕을 얘기하는 것이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바닷가. 캐시는 아버지가 물려준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다소 무기력한듯 보이지만 그래도 출발할 둥지는 있다. 그러나 사소한 법적인 잘못으로 집은 경매에 넘겨지고, 설상가상으로 몇일 후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가 집을 찾아오겠다고 한다. 보아하니 마땅한 직업도 없어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과도 이혼한 처지이니, 집을 되찾을수는 있을련지 모르겠다.

이란에서 정치적 소용돌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베라니 대령. 하루 온 종일 일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낮에는 도로포장의 인부로, 저멱에는 가판대 판매상으로 쉴 틈이 없다. 가족들은 가장이 무슨 일로 자신들을 풍족하게 먹여살리는지 알지 못한다. 대령의 마음 속엔 과거 카스피해에서 머물렀던 별장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삶의 재기를 위해 경매에 나온 캐시의 집을 싸게 사게되고, 어느 정도 손을 본 후 비싸게 되팔 생각이다.

즉  이 영화는 집을 둘러싼 이야기다. 삶의 기쁨, 슬픔, 무력함, 우울함, 도전정신, 의지, 두려움, 공포 등이 모두 녹아 있다. 캐시는 어머니가 오기 전 집을 되찾으려 하지만 베라니 또한 투자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면 고단한 삶의 여정을 끝낼 수가 없다. 정말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지만 그들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캐시는 점차 무력감에 빠져들고, 자살을 시도한다. 베라니는 그녀의 자살을 막고, 상처입은 새라 생각하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집을 돌려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의 삭풍은 선한 의지만으로 막을 순 없는가보다. 캐시를 도우려했던 레스터라는 경찰(아이가 둘이나 있지만 친구같은 아내로 인해 권태감에 빠져있다. 아내를 버리고 캐시를 사랑하고자 도망을 선택한다)이 끼여들면서 사건을 뒤엉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해결책을 찾아내고, 원래의 집값을 경매인에게 받아서 돈은 캐시가 받고, 집은 대령이 차지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인 아들과 함께 돈을 찾으러 나서는 길,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사고의 내용을 밝히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듯. 영화 중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다) 눈물만이 가득찬 집. 세상은 온통 고요하다. 대령의 가족은 아마도 카스피해안으로 찾아갔을련가?

삶에 대한 의지만으로도, 선에 대한 믿음으로도 세상의 비극을 바꾸어내지 못했다. 그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석양과 바다를 내다볼 수 있었던 집은 모래와 안개로 가득차 희미하다. 세상은 맨 몸으로 부닥쳐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힘들고 벅찬 곳이라, 꿈을 꾸어야만 한 숨의 숨을 겨우 쉴 수 있다. 그 꿈이 거창하진 않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게 할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그래서 그들의 집에 대한 집착은 쉽사리 포기하지 못할 그 무엇이었을게다. 포기할 수 없는 것, 하지만 포기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포기하는 순간 닥쳐올 역경에 대한 두려움. 비극은 바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에서 비롯됐다. 모래처럼 푹 빠뜨리고, 안개에 갖혀 한치 앞도 보여주지 않는 저 망막하고 두려운 인생의 길 앞에, 이제 캐시는 그곳이 자신의 집이 아님을 비로소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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