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마지막 편. 물론 시간의 순서대로라면 3편이 정답이겠지만, 아무튼 이로써 스타워즈라는 영화의 마지막 문이 닫혔다. 스타워즈를 그렇게 재미있게 본 편은 아니지만, 항상 첨단을 달려가는 그래픽에 대한 동경과, 음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개봉관을 찾아가는 습관이 어느덧 들어있어 또다시 지켜보게 됐다. 이번에도 몇 천가지의 그래픽 기술이 동원되었다는데, 에피소드 2와 별반 다른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어떻게 보면 그래픽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한계점에 다다른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이런 한계점을 넘어서는 영화들이 꼭 나타나긴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3는 이렇다 할 비약이나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 것같다. 다만 이야기가 완결됨으로써 갖게 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체적인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지켜볼만한 구석이 다소 있다.

뭐니뭐니해도 이번 3편이 갖는 매력은 다스베이더가 어떻게 탄생되는가 였을 것이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악한이 태생적 악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한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다는 점에서 꽤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편의 내용을 다소 잊어먹고, 줄거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이 이미 관객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것에 충실한 덕분이라 여겨진다.

아나킨이 다스베이더로 변해가는 모습은 한 순간으로 표현된다. 갈등의 모습이 조금 비쳐지다가 일단 자신이 선택한 길로 접어든 이상 더 이상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스포일러가 될 듯 하여 자세하게 언급할 순 없지만) 즉 악으로의 비등점을 넘어선 순간, 다시는 선에로의 갈등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럴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동정과 함께, 일단 선택한 순간 자기변명이 됐든 무엇이 됐든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다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도 다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오히려 생뚱맞게도 영화의 초점인 다스베이더로의 변신보다는 공화국과 분리주의, 그리고 제다이라는 집단과 제국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 얼개가 재미를 더했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 장이모우의 <영웅>이 생각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영웅에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진시황의 암살을 도모했던 자객들이 모두 그 앞에서 칼을 내려놓는다. 천하가 통일이 되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제국주의적 발상과 힘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었던 영웅은, 마치 스타워즈의 시스와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제다이는 아무래도 이연걸과 양조위 등과 같은 자객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련지 모르겠다. 물론 시스의 최종 목적이 과연 평화였는지, 권력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나킨을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국적 힘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해보인다. 이에 정면대응한 오비완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며 아나킨을 비난하는 장면은 <영웅>의 찝찝한 기분을 다소 덜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포스가 애시당초 선의 측면만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을, 힘은 항상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오직 선과 악으로만 구별된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을테지만 선과 악이 섞여 있고, 때론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기도 하며, 선과 악의 구분점이 이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포스라는 초자연적 힘 자체가 빛과 어둠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오히려 힘들듯 하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냐가 그 양면성을 드러내 보일뿐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포스의 힘을 깨우친다는 것은 악으로부터뿐만 아니라 선으로부터서도 한발짝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다스베이더로 변신한 아나킨이 오히려 진정한 포스의 힘에 더 근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는 사랑에 눈이 멀어, 복수심에 불타고, 탐욕에 대한 집착에 얽매여 있어 한단계 도약을 못이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다이들은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 즉 자신들이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저 피하려고만 한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유혹의 선상에 놓여져 있는듯이 보인다. 아나킨 또한 바로 그 유혹의 선상에서 한발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 뿐일지도.

어찌됐든 운명조차도 거스르고자 하는 힘에 대한 유혹,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흘러가게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슬퍼진다. 비극은 바로 운명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아무튼 스타워즈를 아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는 최초의 3편 즉 루키 쌍둥이들이 어떻게 컸고, 또 아버지인 다스베이더와의 대면이 어떠했는지 다시 한번 보고싶도록 만든다. 아마도 이것은 추억의 힘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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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2005-05-2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으면서도 아직 시간을 내지 못해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꼭 봐야쥐..^^ 제다이들과 영웅의 자객들에 대한 비교, 멋지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