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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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세상은 운명처럼 돌아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여기 이곳에 있는 이유가 운명때문이라고 말이다. 나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이곳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때면 이제부턴 소설 속 양치기 소년을 생각해보아야겠다. 자신의 마음 속 보물을 찾아 피라미드로 떠난 양치기 소년말이다.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214쪽)

하루중 나를 생각하며 지낸 시간은 얼마나 되던가? 나는 온데간데 없고, 항상 그 자리엔 일과 근심뿐이다. 행여나 마음 한 구석에 꿈이라는 보물을 아직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돈, 명예, 인간관계, 힘 따위의 핑계로 묻어버린다. 더군다나 그 꿈이 오직 자신의 신화이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 느껴질때엔 더욱 깊숙히 숨겨둔다.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거지.(49쪽)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보물을 찾아나서는 발목을 잡아채는 것은 두려움이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하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230쪽)

이상하게도 일이 꼬일때가 있다. 반면 이상하게도 무엇인가 자꾸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 생각해왔던 그 무엇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 같은 그 무엇을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다. 이것을 소설은 표지라고 한다. 자신의 보물찾기를 도와주는 표지. 그것은 현실에 눈을 똑바로 떴을 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표지를 보았을때 두려움 없이 길을 나서야 한다.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172쪽)

표지를 보려면 현실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 나를 찾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지, 운명이 아님을 알아채야 한다.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당장에라도 배낭을 짊어지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마음이 또 일렁인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는 이미 죽어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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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지, 운명이 아니다....
저는 요즘 이게 헷갈린단 말입죠...

하루살이 2005-04-2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운명도 내가 있어야지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할 수 없는 흐름속에 파묻힌다거나, 어쩌다보니 어떤 곳에 서 있는 저를 바라보면서 운명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 운명이라는 것, 제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의지를 운명이라고 생각해보면 편하지 않을까요? 저도 잘은 못하지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 운명이 나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