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이 TV의 대세가 된지 몇년이 흘렀다. 슬슬 이 프로그램들의 승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K팝 스타>와 <위대한 탄생>은 개인적으로 그 선호도가 극명해졌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프로그램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을 보고 있자면 잠이 슬슬 몰려온다. 참고 볼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래서 리모컨으로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잠을 청한다. 반면 <K팝 스타>가 방영되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TV앞으로 가게 된다. 너무 재미있어서다. 물론 이 둘에 대한 선호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불호의 엇갈림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절박함이 꼭 최고인 것은 아니다

<위대한 탄생>을 보면 그 첫 시즌부터 마치 영웅담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잃지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절박함'이 묻어나 있는 것이다. 절박하지 않고서는 즉,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정신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충고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노래를 대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주먹을 쥐고 의지를 단단히 하는 결연한 자세를 떠올린다. 그래서 감동을 전해주지만, 가끔은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다. TV가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그런 절박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절박한데 TV속 인물들까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더 힘이 든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꿈속이나 몽상 속에 빠져보고 싶기도 하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탄생>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그 진중함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작용하는 듯하다.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다

<K팝 스타>를 보는 것은 흥겹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어린 나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같다. 어리기 때문에 진중하지 못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절박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젊음이 있다. 그래서인지 절박함보다는 흥겨움이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흥겨움이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다. 손을 쫙 펴고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듯 훨훨 가벼운 마음으로 쳐다보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들의 노래는 꾸밈이 별로 없다. 원석을 보는듯하다. 솔직히 청자의 입장에서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인지를 판별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래에 귀가 쏠리는 것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노래를 즐기는 것만큼 보는 이도 즐겁기 때문이다. 이들이 어떤 절박함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절박함이 진저리치도록 물리고 싶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박할 순 없다. 절박하되 절박하지 않게,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으로 절박함을 잊는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난 절박해'라고 외치며 입을 앙다물고 주먹을 꽉 쥐기보다는, 손을 쫙 펴고 춤추고 웃는 가벼움이 마음을 끈다. 절박함이 웃음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가끔은 꽉 쥔 주먹을 펴고 살고싶다. 보는 바위를 이기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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