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열정을 가지고 나아가라고 한다. 혹시 그 과정에서 좌절과 상처를 겪을지라도 굴하지 말고 전진하라고 한다. 그러면 꼭 꿈은 이루어진다고. 해피엔딩을 맞이할거라고. 미디어 속 멘토들은 그렇게 꿈을 건네준다. 그런데 정말 꿈은 인생의 묘약일까.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 성룡이 나왔다. 그의 진실된 모습과 꾸밈없는 유머, 겸손이 TV를 보는 내내 봄바람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따듯하게 감싸왔다. 자신의 이름이 영화의 한 장르가 되어버린 사나이. 조 단위의 자산가. 또한 한없이 베푸는 자선가. 성룡은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다. 어릴 적 굶기를 밥먹듯 했기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던 영화촬영장이 좋았다는 그. 과연 그는 이런 고난 속에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꿈꾸었을까. 그 꿈이 그를 이 길로 이끌고 왔을까. 아니다. 성룡은 말한다. 자신은 꿈이 없었다고. 뭐, 꿈이 없었다고? 이게 말이되나. 그렇다면 도대체 꿈을 꾸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우리 시대의 슬로건은 뭐란 말인가.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그의 책 '몸과 인문학'에서 꿈은 병이라고 말한다. 청춘들에게 꿈을 꾸라는 것은 우주의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막 언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을에게 가을의 열매를 강요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꿈의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돈과 권력, 인기 같은 세속적 성공에 있지 않던가. 그래서 그는 가차없이 말하는 것이다. 꿈은 생명의 활동이 아니라 자본의 명령이라고.

그럼 어떻게 살란 말인가. 고미숙은 무엇이든 '되고싶음' 그 자체가 청춘이라고 한다. 꿈은 주변의 모든 것을 수단화하기에 괴로운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나무의 목표가 열매가 아니듯, 나무가 잘 살다보니 열매가 달렸듯, 그렇게 무엇이 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다 보니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냐고? 보지 않았는가. 성룡이 해낸 일을.

 

성룡은 이제서야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청춘의 열정이 꺼져가는 환갑의 나이에 꿈이라니. 그런데 그 꿈이라는게 이거다. "세계 평화" 뭐라고? 세계 평화? 수퍼맨같은 만화 속 주인공들이나 몸을 바쳐 이루고싶어하는 그 세계 평화가 꿈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그의 꿈은 세계 평화란다. 세계를 돌아다보니 세상이 얼마나 많은 전쟁과 싸움 속에 있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꿈이라면 이런 꿈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성공을 향한 청춘들의 꿈은 자신을 죽이는 독이 될 수 있지만, 남을 살리고 싶어하는 발원으로 이루어진 꿈은 세상을 치유하는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꿈이라면 한번쯤 꿀만하지 않을까. 무릎팍 도사가 거듭 강조하듯 성룡은 진정한 '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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