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중엔 오토마톤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오토마톤이라는 것은 마치 자동판매기처럼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무의식적 행동들을 가르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전거 타기나 자동차 운전을 배운 뒤, 자전거 또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우리는 전혀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한채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렇게 운전해야 한다는 의식적인 상태없이 몸은 알아서 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체득된 기술들로 인해 이젠 자전거를 타면서 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그 이외의 다른 행동들을 쉽게 행할 수 있게 된다. 즉 운전하면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거나 등등.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확대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겨난다고 한다. 즉 학습 등을 통해서 오토마톤의 영역을 넓혀가고 배운것이 오토마톤, 즉 무의식에 가깝도록 체득된 후에는 또 다른 것들을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오토마톤이라는 부분을 읽다보니 문득 바로 이 지점이 명상이 끼어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마톤의 영역, 즉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바로 명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다. 숨쉬는 것, 걷는 것 등 의식하지 못하고 행해지는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마음 속에 새기다 보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당연시 여겨지지 않음으로써 주는 그 신비로움이 주는 충격은 참 신선하다. 그리고 바로 그 신선한 충격이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즉 정체성의 확대라는 지식에 대한 욕구가 즐거움을 주듯, 명상 또한 확대보다는 기존의 것에 대한 깊은 시선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듯하다.

따라서 우리가 오토마톤의 영역을 넓히는 것과 함께 오토마톤의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그랬을 때 진정한 자아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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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2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바로 명상...

님의 이런 통찰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게 아니겠죠...
또..감탄하다가...갑니다~

하루살이 2005-01-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또한 무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그래도 명상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무의식적 명상은 오토마톤과는 다른 것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