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가 편지를 매개로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세상의...]는 소니 워크맨을 통해서 옛 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는 퀸카 아키와 무엇이 매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고등학생 쇼쿠의 사랑이야기인 [세상의...]는 많은 부분 [러브레터]와 닮아 있다. 단, 멜로 영화가 으례 가지고 있는 백혈병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죽는다는 것이 조금 식상하긴 하다. 그래도 10년 전의 진한 감흥을 느꼈던 그 청춘의 시기가 지나고, 조금은 무뎌진 감정을 가지고 영화를 바라봤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썩 괜찮은 작품인듯 싶다. 특히 워크맨을 계기로 보다 가까워지고, 또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육성을 녹음해 리츠코라는 어린아이를 메신저로 사랑의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설정은 참 좋다. 게다가 메신저가 단순히 메신저로 끝나지 않고, 또한 리츠코라는 현재의 인물이 왜 다리를 절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결국 한꺼번에 해결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 안타까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다들 너무나도 착해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꿈 속을 거니는듯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 상상해보는 슬픔의 물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먼저 떠난다면 남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 영화는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이 남는 자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그 영원성에 얽매이지 말고, 남아 있는자도 떠나는 자도 모두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남겨진 모든 것들을 정리하는 것. 바로 그것이 사랑의 완성임을 영화는 말한다. 한편의 순정만화를 보는듯한 영화. 현실과 거리를 조금 두고 잠을 깨기 바로 전 순수했다라고 착각하며 어린 시절의 달콤한 꿈을 꾸는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볼만한 영화이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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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1-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만 잠깐 5분정도 보다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보고 말았네요...

지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거라고는...

태풍이야기가...계속 나왔다는 것...

주인공이지 싶은 여자가 다리를 절었다는 것..



다시 얼른 보고 싶어요...!

하루살이 2005-01-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과 다리 절뚝거리는 것은 영화 끝까지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