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추적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등장인물들의 원초적 욕망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생겨나는 갈등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 욕망의 싸움은 돈과 권력의 싸움으로 집약된다. 즉 한오그룹 서회장으로 대변되는 돈의 힘과 강동윤이 대변하는 권력의 힘이 맞짱을 뜨면서 불꽃이 튀는게 흥미진진한 것이다. 실상 주인공인 백홍석은 어찌보면 이 싸움의 들러리 일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드라마의 결론은 돈도 권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인 백홍석의 반란이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무척 높겠지만 말이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까지는 권력의 힘에 의해 기업의 운명이 좌지우지됐었다. 즉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흔히들 말하지 않던가. 한 대기업의 정보력이 국가 정보기관의 정보력보다도 더 막강하다고... 그래서 서회장은 강동윤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적토마 또는 황소처럼 부려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또한 드라마 속에서 그는 국가 권력을 지닌 세력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돈이 권력의 우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동윤의 목표 또한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저 거쳐가는 단계일뿐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한오그룹의 총수 자리인 것이다.

 

'추적자'가 보여주는 돈의 막강함은 이승기와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더 킹 투 하츠'로부터 발전된 모습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도 한 나라의 왕인 이재하와 다국적 기업의 총수인 김봉구의 싸움이 큰 줄기였다. 김봉구 또한 돈의 힘으로 세계 각국의 정부들을 움직였다. 하지만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가는 기업의 뜻을 거부했다. 물론 김봉구의 좌절로 끝나는 싸움은 아니었다. 김봉구는 또다른 김봉구를 계속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돈은 권력을 쉽게 꺽을 수 있는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추적자'에선 어느덧 돈이 최상의 힘을 갖추고 있다.

 

'추적자'의 명목상 주인공인 백홍석은 돈도 권력도 없는 시민을 대변한다. 그가 권력을 얻을 수 없는 것은 그 권력을 위임한 대의민주주의때문이기도 하며, 그가 돈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신자유주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즉 그는 한낱 하수인에 불과한 것이다. 드라마가 극적으로 흐른다면 그건 하수인이 반란에 성공할 때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반란의 성공보다는 돈이 갖는 힘에 대한 공포를. 그래서 우리는 동경할지 모른다. 돈을 마음껏 갖을 수 있는 자리를. 바로 강동윤처럼. '추적자'가 매력적인 것은 바로 그런 욕망들을 숨김없이 까발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진정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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