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
장 지오노 지음, 김남주 옮김 / 두레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알라딘 밉다. 한시간이 넘게 쓴 글이 날아가버렸다. 다시 쓰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인간은(너무 확대해석한 것인가, 나라는 개인으로 바꾸자) 어찌 이렇게 작은 일에 분노하는가?

거두절미하고 짧게 정리해본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장은 도시의 삶에 대한 스케치, 일기장 마냥 쓰여졌다. 거의 1세기 전의 상황임에도 그 우울한 회색빛의 풍경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인의 몸 속에서는 불꽃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용가치를 위해서 생명이 연소된다.(79쪽)

맑스의 소외론을 궂이 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 소외의 정도는 이제 중독의 수준까지 이르러 사람들은 기뻐하기 위해 살기보다는 소비하기 위해 산다. 또는 그 소비를 위해 필요한 종이조가리를 얻기 위해 일에 중독되어 산다. 내가 만든 것이 또는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쓸모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도시가 굴러가는대로 몸을 맡기고 돈의 노예로 살아가면 그뿐이다. 실은 이게 무에 문제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4장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4장에선 돈의 가치로 따지면 쓸모가 없어진 즉, 유통과정 중에 가격이 제로가 되어버린 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산골 마을 사람들은 이 밀을 가지고 직접 빵을 굽는다. 도시인에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밀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사람들은 차가운 겨울밤 따뜻한 화로 앞에서 일치감과 함께 행복한 느낌에 젖는다. 0원이던 밀이 빵이 되면 값이 생기고 그 빵을 사먹게 되는 순간에는 산골마을도 도시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밀을 빻고 화로를 청소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빵을 직접 굽는 순간 이 모든 것은 달라진다. 사먹는 행위와 다른 기쁨의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 기쁨이 단순한 활자를 통해서 마음 속까지 전해져 온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춤을 추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으면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당신은 청빈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소유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당신 작업의 대가를 종잇장으로 지불하는 한 당신은 청빈에 이를 수 없다. 돈 위에 세워진 이 사회, 행복해지기 위해서 당신은 먼저 그런 이 사회를 부숴 버려야 한다. 소유한다는 것은 그 소유한 대상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때에는 사람에게 분명 영광이다. (245쪽)

그럼에도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도시를 꿈꾸며 네온사인의 불빛에 취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사람들은 당신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기쁨을 얻게 될 것" 이라고 말하련다. (241쪽)

돈도 안되는 것 알아서 뭐하냐, 그거 돈 되는 일이냐? 주위에서 쉽게 듣는 말이다. 근데 그 돈을 얻어서 무얼 할거지? 이것, 저것, 많을 것이다. 근데, 그게 정말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내면을 꽉 채워줄까? 그리고 어떤 것들은 그저 도시를 벗어나 사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그 기쁨의 원천이 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런 기쁨을  머리로 알고 있다는 당신들은 실제로는 그것에서 그 어떤 기쁨도 얻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기쁨이 너무나도 빈약한 이 시대에 당신들은 어째서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인가?(240쪽)

어째서 하지 않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04-11-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당신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기쁨을 얻게 될 것" 이라고 말하련다.



새기고 싶은 구절임다~

하루살이 2004-11-2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기쁨이 빈약한 시대에 왜 그런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이 기쁨으로 넘쳐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