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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월간말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소개글을 보면 '소설마냥 현장감있는' 이라고 되어 있는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기행문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현장감이 우리와 동떨어진 콜럼비아 속 정글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썩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약간은 지루한-구구절절히 자세히도 그들이 이용했던 기술들 특히 태양열이라든가 펌프 등에 대해 써 놓고 그림까지 그려놓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었던 건 희망이다.
게릴라들과 민병군 사이에서 둘 중의 하나를 꼭 선택해야만 하는 주변 환경속에서도 굳건히 중립 지대로 남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에너지가 아닌 생태적 에너지를 이용한 새로운 마을을 창조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석유기업체나 에너지업체들, 군비사업 등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선진(?)국가인 미국에게 여보란듯이 아직까지도 잘 해내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비오따쓰라는 마을은 정말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그 마을에 가 있으면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동참하고 머물 수 있으므로 특별하지 않지만, 현재의 과도한 경쟁을 벗어나고 자본주의도 아닌 사회주의도 아닌 경제생활을 누린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이 유토피아적으로 보이는-창시자 파올로 루가리는 없다는 뜻의 유를 빼고 토피아라고 부른다-가비오따쓰라는 마을이 모든 사람들에게 토피아일것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자연이 주는 평화와 아름다움은 그저 휴가때나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평상시엔 도시가 주는 문명의 쾌락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과연 가비오따쓰는 토피아일 수 있겠는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겠다는 의지는 먼저 새로운 세상을 사람들이 원한다는 일치된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자와 그 기득권을 언젠가 내가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은.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명 현재에 불만족하고,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이들에게 가비오따쓰는 하나의 '유'토피아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이러한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도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점차 꿈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비오따쓰는 정말로 한알의 밀알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