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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책과 만나다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 / 2002년 12월
평점 :
교과서를 읽는다면 그 속엔 항상 정답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를 내고 그것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책읽기는 그래서 중압감을 가져온다. 정답을 찾아 읽는 책은 그렇기에 따분하며 읽는 것도 어렵다. 특히 사상서나 철학서는 계통 등을 따져가며 그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문학이 아닌 이런 책들은 한치의 오독도 허용할듯 싶지 않다. 그래서 때론 마치 참고서 마냥 누군가가 원전을 읽고나서 가볍게 해석해주는 책들을 읽어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책과 만나다> 라는 이 책은 마치 그런 참고서의 모양을 띠고 있다. 그러나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들은 결코 정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책을 읽고 나서 자신들 나름대로 소화해낸 것들을 여과없이 토해내고 있다. 독자가 그것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것이야 큰 문제는 아닐것 같다. 무엇보다도 책에서 어떤 모습을 발췌해냈는지, 그리고 내가 그것에 관심이 있는지, 관심이 있다면 그 책을 한번 읽어보고 저자와는 다른 색깔의 소화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은지가 중요할 듯 싶다.
또한 이 책이 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한번 추스려보면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보여진다. 우리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것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쳤을 때 어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 책 속에선 그것에 대한 고민들이 눅눅히 스며들어 있다. 운명에 대한 인정,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들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아마도 그런 경향의 사람들이 모여 연구실에 모여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운명을 거부하고 최선의 방법을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 하던가. 하지만 이런 최선과 차선에 대한 제시는 운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가능해진다. 어찌할 수 없을때 우리는 왜 어찌할 수 없는지 처음부터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듯 싶다.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