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케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터라 지금까지 기껏해야 2~3권 정도 관련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할 수 없이 읽었던 책이었을 테고, 책을 읽고 나서도 전혀 감동 또는 나에게 이로운 어떤 직접적 지식을 가져다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책이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면 분명 관련서적을 찾아 더 읽었을테니 말이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광고라는 것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 그래서 난 그 꽃이 너무나도 싫었다. 대량소비를 부추겨야지만 돌아가는 제도를 위해 치장을 한다는 것은 생리에 맞지 않았다. 물론 마케팅이 꼭 광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의 모습 이외의 것을 새롭게 만드는, 즉 솔직히 말하면 과대포장의 사기술이 마케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분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을 들게 된 이유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소개를 듣고 나서다. 발상의 전환은 고리타분한 일상을 딴 세상으로 초대하는 마약(?)과 같은 자극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말 왠걸? 마케팅 관련 책이라 생각했던 보랏빛 소는 나에겐 불경에 가까운 책이었다. 매체의 변화, 특히 인터넷의 확대는 마케팅에도 철저한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나 매스미디어에 의존했던 기존의 광고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입소문(이라기 보다는 글소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치장보다는 본연의 자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관점이 된 것이다. 즉 가상의 나를 만듬으로써 사람들을 유혹했던 시대에서 진아, 진짜 나를 어떻게 가꾸는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아니 조금은 다른, 즉 젖소이긴 한데 머리가 똑똑하다거나 우유를 조금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거나, 잘 생겼다거나, 몸매가 좋은 개체를 매스미디어를 통해 과장된 모습으로 남들에게 보임으로써 자신을 알리는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그런 이유, 젖소이긴 한데 보랏빛 소, 공통된 어떤 특성 이외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그래서 그것이 나일 수 있는 모습을 먼저 갖추었을때 성공은 자연스레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다른 사람과 구별될 수 있는 나만의 특성을 가지는 것이 보다 중요해진 사회란, 비로소 진아(眞我)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이 그냥 남들과 무조건 다르기 위한 과장된 모습이라면 과거의 과대포장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자아, 보랏빛 소들이 넘쳐나기를... 그래서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지리한 도시적 삶으로부터 해방되어 광활한 초원을 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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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5-2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차별화...인건가요~~!!

저도 마케팅에 관심 전무한데.... 먹고 살려다 보니..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는 사정에 봉착했습죠... 아직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책을 억지로 접하는 건 싫어서요... 그래서... 남들이 말하는 제대로 된 마케팅 책...한 권도 읽은 적 없는데...

님 객관적으로 이 책 추천하고 싶은가요?

하루살이 2004-05-2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책입니다. 제가 읽은 것들 중(많진 않지만)에서는 탁월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마케팅 책도 일종의 실용서라고 한다면, 역시 실용서로서의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내가 직접 부딪혀 보고 깨져보지 않는 이상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래도 분명 장점은 있습니다. 타깃을 최대한 좁힌다는 것, 스니저나 어얼리 어댑터 등에 집중한다는 것 등등. 가장 안전한 길이 가장 위험한 길이다는 명제는 일상에서도 가끔씩 챙겨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icaru 2004-05-28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장바구니에 추가요....!!!

2004-06-17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