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제행무상(諸行無常),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럼, 너무 허무하다고. 그냥 손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불교라고 한다.

모든 현상은 한때입니다. 이 한때에 꺾이지 말아야 합니다. .. 무상하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때라는 소리입니다. 좋은 일이든 언짢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모든 것은 한때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생깁니다. 한때이기 때문에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기량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33쪽  

만약 모든게 항상 그렇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같은 시간을 되풀이해서 살게된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를 떠올려보라. 처음엔 신과 같은 존재처럼 신나하다가 결국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게된다. 변화란 살아가는 것들의 숙명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변화라는 삶 속에서 휘둘리기 보다는 그 변화를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운명은 결코 녹녹치 않다. 괴로움의 연속이다.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일까. 불교는 그 원인을 욕심, 집착에 있다고 본다. 그 욕심과 집착을 끊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은 8정도(정견 정사:정어 정업정명 정근:정념念 정定)에 있다.  

법정 스님의 강연도 이 큰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함경의 8정도가 있듯, 책을 읽으며 스님이 강조한 몇가지 단어를 간추려 봤다. 

청빈(맑은 가난), 자유, 사랑과 신의, 지혜와 자비, 덕, 친절, 주인노릇, 단순함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들이 가슴을 울리는 것은 스님의 입에서 나온 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도덕적 언사도, 공염불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까지 그가 살아온 행적들이 이 단어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돈에 쪼들려, 돈을 쫓아 허겁지겁 뛰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찬찬히 그 발걸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난, 지금 세상에 주인 노릇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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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빈 

맑은 가난인 청빈, 맑은 가난이란 많이 갖고자 하는 욕망을 스스로, 자주적으로 억제하는 일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맑은 가난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갖고자 하는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21쪽 

2. 자유 

출가는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에 이르는 길입니다. 인간은 본디 자유로운 존재이며, 존재의 궁극적인 목표도 자유입니다. 물질,온갖 관계, 심지어 자신이 따르는 종교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일입니다. 60쪽 

3. 사랑과 신의 

인간의 아름다움은 사랑과 신의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일입니다. 66쪽 

4. 지혜와 자비 

지혜와 자비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진정으로 지혜를 체험했다면 그것이 자비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89쪽  

5. 덕

덕은 나누는 일입니다. 101쪽 

6. 친절 

우리는 만나는 대상에게 한결같이 친절해야 합니다. 234쪽 

7. 주인 노릇 

종교적인 사람은 순간순간 중심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든 간에, 그 자리에서 중심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면 당당하게 사는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주인 노릇하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자리가 바로 법계, 진리의 세계입니다. 소도구나 부속품으로써 살지 말고 중심을 이루라는 것입니다.  308쪽 

8. 단순함 

단순한 것이 본질적인 것입니다. 단순함이란 무엇인가?...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가진 것이 적어야 하고, 불필요한 관계가 정리되어야 합니다. 문득 홀로 있게 된다는 것은 모처럼 자신에게 명상의 문이 열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그때 조용히 혼자서 자기 삶을 되돌아보십시오.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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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함의 진리, 모든 것은 변화한다. 어떤 것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27쪽
 

분별과 집착을 떠난 마음이 곧 도량이라는 것입니다. 29쪽 

사람은 무엇에 쫓겨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주적인 삶이 아닙니다. 36쪽 

자신의 존재를 억지로 꾸미지 말라는 뜻입니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것입니다. 42쪽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입니다. 출가란 집착의 집, 욕망의 집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필요합니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 여행을 통해 비본질적이고 일상적인 삶을 주기적으로 털어내야 합니다. 53쪽 

출가는 안정된 삶을 뛰어넘어 충만한 삶에 이르려는 것입니다. 안정과 편안함은 타성의 늪입니다. 쉼 없는 탈출과 새로운 시작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변화가 없이는 죽은 존재입니다. 59쪽 
 

똑같이 되풀이되는 삶은 무익합니다. 69쪽 
 

아쉬움과 부족함을 무르면 고마움을 알 길이 없습니다....무엇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움켜잡기보다는 쓰다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105쪽 

인간의 가장 큰 병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데 있습니다.112쪽  

기도는 삼업, 말과 생각과 행동을 맑히는 일입니다. 127쪽 

진리란 별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모든 사물 그대로라는 소식입니다. 134쪽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서, 정을 나눔으로써 마음이 열립니다.... 행복은 마음의 평화를 통해서 싹이 틉니다. 153쪽 

게으름은 최대의 악덕입니다. 게으르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196쪽  

자기 생각과 마음의 흐름을 지켜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을 맑히는 기본적인 훈련입니다. 238쪽 
 

가난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볼 때가 되었습니다.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선택해야 할 가난입니다. 그것은 빈곤이 아니라 아름다운 절제입니다.  320쪽  
 

종교란 무엇입니까? 종교학자들은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종교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선한 마음입니다. 강물처럼 살아서 끝없이 흐르는 자비심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그 자비심을 순간순간 남에게 펼치는 일입니다. 그것이 신앙생활이고 수행입니다. 337쪽  
 

사람은 활발해야 합니다.자신의 견해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지혜에 의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뜻을 담아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탐구하는 노력을 하고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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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na 2011-11-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삶을 살아라. 새겼답니다. 에리히 프롬의 말씀에도 동감합니다. 좋은 글 여전히 아름답게 써 주고 계심에 감사합니다~ 하루살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