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SBS 스페셜 <옥수수의 습격>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전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으로 취급받던 고기와 유제품이 오히려 건강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버터를 매 끼니마다 한움큼씩 먹었더니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고혈압이 나았다는 말을 누가 섣불리 믿겠는가. 그래도 실제 그런 사람들을 목격했으니 찬찬히 그 이유를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스페셜에서 다룬 사람들이 먹은 고기들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고기와 같은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이 먹는 고기, 버터, 계란 등은 방목을 통해 자란 소와 돼지, 닭에게서 얻은 것들이다. 방목이란 바로 풀을 먹고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소. 돼지, 닭이 풀을 먹지 무얼 먹는단 말인가. 현실을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광우병을 야기했던 고기의 찌꺼기들이 사료로 쓰이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는 많아졌다. (물론 소 고기의 잔재를 닭과 돼지에게 준다. 그리고 다시 닭과 돼지 고기의 찌꺼기는 소의 사료로 쓰이는 경우는 여전하다.) 하지만 사료는 풀대신 곡물이 들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옥수수가 가장 많다. (수확의 효율성을 따졌을 때 우수한 작물이기 때문이다)  

풀을 먹은 대신 옥수수를 먹는 고기는 무엇이 다를까. 왜 풀을 먹은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건강해지는 반면 옥수수를 먹는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걸까. 스페셜은 그 차이를 지방성분으로 분석한다.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비율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1 대 1에서 1대 4 정도의 비율이 건강에 좋은데 옥수수를 먹고 자란 고기나 달걀은 60대 1을 넘어 200대 1에 육박하기도 한다. 오메가 6는 오메가 3와 함께 세포벽을 구성하는 요소인데 활동성이 떨어져 영양분의 전달을 더디게 하고, 또한 지방 세포의 크기를 키우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내용들은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폴란이 쓴 <잡식동물의 딜레마>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스페셜은 이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선 아무리 유기농이라 하더라고 소는 곡물을 먹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많은 유기농 작물들이 말만 유기물일 뿐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TV로 보여진 내용들은 옥수수의 습격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상 옥수수의 습격은 보다 큰 문제를 일으킨다. 단일 작물 재배로 인한 병충해 피해, 따라서 GMO나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을 불러오고, 흙이 죽고 가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제3세계 국가의 자급자족적 농경지나 숲을 파괴하고 들어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수수 사료가 넘쳐나는 이유는 다국적 종자 회사들과 미국 정치권, 농촌 경제와의 얽히고 설킨 이익 때문이다.  

아무튼 <옥수수의 습격>은 현재 지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바로 <풀>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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