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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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 영화에선 갱단원들의 폭력을 묘사하거나, 그들의 흔들리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거나, 어떻게 갱 생활을 시작해 몰락해 가는지의 인생사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갱이 움직이는 지하경제에 대한 모습을 얼핏 살펴볼 수 있는 영화들도 있다. 특히 이들이 지하경제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와 떳떳하게 사업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그리는 작품들도 꽤 있다. 그 와중에 갱들이 정치인들과 어떻게 부패된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지, 또 천적이라 할 수 있는 경찰과도 상부상조하는지,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통제하는지가 보여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것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은 갱들이 어떻게 지역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갱들의 묘사가 결코 허황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기반으로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변하듯이 말이다. 대학원생인 저자는 캠퍼스 안에서의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갱들의 생활상을 통해 사회학이 다루려고 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찾아간 빈민가에서 갱 두목과 친구가 되고, 아파트 주민들과 친분을 맺고, 직접 갱 두목으로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그의 경험은 살아있는 사회학을 만들어낸다. 다만 조금은 어두운...

이 대화를 통해 나는 시카고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선 드는 소감은, 이 도시가 작동하는 기존 방식에 따른다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진보의 기회는 거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운명론은 나에게 생소했다. 풍요로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게다가 나처럼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에게도 서로의 차이, 인종적 차이까지 해소하는 길을 찾을 수있으리라는 기본적인 믿음과 미국의 제도가 그것을 위해 작동하리라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다. 나는 협소한 내 경험치의 한계를 깨달아가고 있었다. 25쪽 

이들 많은 여성이 1960년대에 시민권을 주장했고, 1970년대에 흑인의 피선거권을 위한 운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아주 진지하게 공동체를 위해 싸우고자 했다. 하지만 19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는 동안 갱단, 마약, 빈곤으로 인해 처지가 한층 악화되면서 가족을 건사하기도 힘들어졌다. 그 무렵, 주택공사는 부패하다시피 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경찰은 대체로 반응이 느렸으며, 힘 있는 강한 여성들은 철저히 주류에서 밀려났다. 267쪽 

저자의 현실 통찰은 과연 문제로 가득찬 빈민가의 생활을 바꾸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갱과의 협력 아닌 협력 속에서 나름대로의 경제 생활을 유지하던 빈민가 사람들에게 변화는 꼭 좋은 것만을 의미하는 걸까.(매춘과 마약, 폭력 속에서 어떻게 시스템이 유지되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듯 재미있다) 저자의 사회학 논문이 절망으로 가득찬 빈민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건넬 방법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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