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이가 전하는 태평농 이야기
이영문 지음 / 연화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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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적의 사과'는 농약 한번 치지 않고 키워낸 사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을 함께 '놔 둠'으로써 흙을 살려서 사과를 살리는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한다. 기적의 사과가 더욱 놀라운 것은 수확된 사과가 쉽게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적의 사과같은 이야기들이 우리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 농부가 키워낸 오이는 썩지않고 그대로 마른다. 농약 한번 거름 한번 주지 않았다. 오이가 자라난 곳의 흙을 검사해봤다. 연구원은 흙의 성분을 보고 도저히 작물이 자랄 수 없는 곳이라 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이는 먹음직하게 자랐고, 게다가 썩지도 않는다.  

흔히 농약을 친 작물들은 잘 썩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방부제에 목욕을 시키지 않는 한 농약의 도움을 받고 자란 작물들은 쉽게 썩고, 유기작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연 속에 '방치'된 채로 자란 작물들은 한참동안 제 모습을 지켜낸다.  

태평이가 전하는 태평농 이야기는 한마디로 자연에 맡기는 농사법이다.  

작물은 자연이라 인위적인 간섭함이 없을 때 본래의 모습대로 존속할 수 있건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그들의 자생력을 쉬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겨울에 볏짚을 깔아주는 정도가 인위적인 일이다. 애써 해충을 잡으려 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의 자연농엔 해충이란 이름도 없다. 익충과 해충이란 인간적 관점에서 바라본 분류일 뿐 자연에서 결코 해충도 익충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물은 익충과 해충을 가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도움'으로 더욱 씩씩하게 자란다. 벼와 함께 피도 자라고 그 위엔 온통 거미줄 투성이인지라 남들이 보기엔 게으른 농부의 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란 벼는 강한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농사 역시 화학농법으로 농사짓던 땅에서 태평농법으로 전환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화학성분이 물씬 배인 흙을 되살리려면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는 흙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자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일까. 땅에 거름을 주고 비료를 주고 보살펴주어야지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우리 머리속을 지배한 것일까. 

잘 썩지않는 과채가 신기하다거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자연스러운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 그 생각의 근원부터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태평농이라는 이름으로 작물을 재배해 온 저자는 우리 종자와 우리 흙에 대한 생명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 생명력에 대한 믿음을 과연 지켜내고 키워낼 수 있을까. 그의 성공적인 작물 재배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약과 거름이 판을 치는 세상이 하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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