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 Thir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박쥐>는 중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코미디냐고? 아니다.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은 무겁다. 그래서 웃음은 툭 하고 터져나오면서 어느새 사그라진다.  

무거운 흐름 탓에 영화를 보고나서 왜 영화제목이 박쥐인지에 대한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다. 흡혈귀라는 이미지가 박쥐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박쥐가 주는 경계선상의 위치 때문으로 여겨진다. 송강호가 처한 상황. 인간이지도 그렇다고 뱀파이어이지도 못하는 그의 불안함이 박쥐라는 제목 속에 드러난다.  

송강호는 수혈받은 피 때문에 뱀파이어가 된다. 그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피를 먹어야만 한다. 그리고 타인의 피를 먹음으로써 금욕의 성직자에서 벗어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 이것 또한 경계선상에서 흔들흔들 거린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피를 먹지는 않는다. 다만 살아있는 사람들로부터 적선(?)을 받거나 훔칠 뿐이다. 자신의 동창생이자 김옥빈의 남편을 신하균을 죽이면서도 폭력으로부터 김옥빈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반면 김옥빈은 욕망에 충실하는 게 뭐 어떻냐는 식으로 접근한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 욕망만을 만족시키면 그만인 것이다. 이 욕망에 대한 강렬함은 눈을 떠 세상을 보고싶어하는 송강호의 스승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삶의 태도, 기적에 대한 접근 양식 등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지만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건 인간에 대한 조건이라고 보여진다. 영화 속에서는 송강호의 눈물과 김옥빈의 핏물로 대비되는 장면이 그 조건에 대해 말해준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을 결정짓는 조건이다. 반면 여우가 닭을 잡아먹듯 뱀파이어가 사람을 죽여 그 피를 빨아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김옥빈의 태도는 짐승의 세계 그 자체로, 영화 속에서 핏물로 대변된다. 눈물 흘리는 송강호와 핏물을 흘리는 김옥빈이 안고 있는 모습이 바로 박쥐의 진면목은 아닐까 싶다.  

이 눈물로 대변되는 양심은 또한 사후세계의 유무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 김옥빈이 "죽으면 끝"이라고 말하는 것과 송강호가 "지옥에서 만나자"고 하는 말은 핏물과 눈물의 또다른 표현이 된다.  

그래서 끝내 죽음을 택한 송강호는 과연 인간으로서의 길을 걸은 것일까. 기적을 통한 희망의 기도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레한 모습으로 추락해 현실을 깨닫도록 만들고 싶어한 송강호는 그 번뇌하는 모습 속에서 이미 인간이었음을...... 제 아무리 뱀파이어의 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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