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은 짜장면이라는 음식 하나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05년 인천의 차이나타운의 한 음식점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짜장면이 실제론 그 이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 단지 차이점이라고 하면 그 음식점만이 간짜장이었다는 것. 또한 춘장이라는 말이 파 총자와 장이 합쳐진 총장이 변해서 이루어진 말로 실제론 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실제와 어원이 전혀 다른 말이 됐다는 것. 그리고 자장면으로 표준어가 정해진 사연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60~70년대의 사전이 오류였다는 것. 즉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짜장면(炸醬麵)의 요리 방식과는 차이가 큰 대만식 자장면(酢醬麵)을 채택하면서 자장면이 표준어가 되어버린 것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역사나 법칙 등이 확실한 근거를 토대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떠도는 풍문이나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탕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의 자장면이라는 표준어는 짜장면으로 바꾸어야만 한다는 논거를 획득한다고 이 다큐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장과 짜장은 단순히 단어 하나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짜장이 원래의 자리로 복원되어야 한다고 넌지시 말하고 있다. 즉 짜장이라고 말했을 때의 행복했던 추억과 맛의 느낌이 자장이라는 말로 인해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다큐에서 무엇보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춘장의 비밀에 있다. 춘장이 까매진 사연을 듣다보면 그야말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원래 춘장은 된장과 비슷한 대두를 발효시켜 만든 장이었다. 그래서 색깔도 장과 비슷한 갈색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춘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 회사제품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까만 춘장을 만들어 팔면서 숙성이 잘 되면 까매진다는 거짓 광고를 하게 된다. 사람들은 까만 춘장을 찾게 되고 할 수 없이 원조회사도 춘장에 카라멜을 입혀 까맣게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춘장은 자신의 색깔로 돌아올 수 없게 됐다. 이 회사의 명예회장은 "사람들이 진짜 춘장을 알게되면 훨씬 더 짜장의 맛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회한섞인 말을 내뱉는다. 물론 후회는 않는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서.  

춘장이 까만 사연은 시장경제가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는 경쟁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무한경쟁이 주는 이로움만을 앞세워 사람들을 경쟁의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현실에서 무턱댄 경쟁이 발전을 가져오기 보다는 퇴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잘못된 경쟁의식은 우리의 마음까지도 까맣게 만들어버릴 수 있음을 짜장의 춘장을 통해 마음 속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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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2009-12-13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캐러멜 입힌 춘장이 진짜를 대체하고,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고, '자장면'이 '짜장면'을 대체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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