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독 - Alpha Do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알파독은 실제 미국에서 일어났던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납치된 아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년의 죽음을 막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영화는 목격자를 차례대로 순서를 매기면서 보여준다). 그것은 납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감금의 형태가 아니라 단순히 소꿉장난 같은 모습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런 평온하고 유쾌한 아이들 장난같은 모습으로 인해 결말은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무엇이 이토록 젊은이들의 미래를 꼬이도록 만든 것일까

 

치기와 오기

치기란 어리고 유치한 기분이나 감정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리고 유치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결과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말해 즉흥적인 상황대처인 셈이다. 반면 오기는 어떤가. 오기란 다가올 결말을 알면서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행동하는 자세일 것이다. 치기는 가지치기 당하듯 언젠가 떨쳐내야 할 감정이지만 오기는 불러오기처럼 때때로 내면 깊숙히 감추어두었던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야만 하는 상태이다.

영화 속 납치는 전혀 계획적이지 않다. 납치를 한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몰라 오히려 당황해한다. 치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들의 치기어린 행동에 대해 따끔한 경고를 던지지 못한다. 그 과정 속에서 치기는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뒤죽박죽 되어버린 미래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도록 만든 것이다. 치기가 치기로 끝나지 않고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치기가 극단적인 결말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반대로 과보호 때문인가(각각 다른 아이의 부모로 나온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의 조금은 추레한 모습과 일품 연기는 또다른 영화의 재미이다). 마약과 총이라는 매개물이 치기를 증폭시킨 것인가. 아마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치기를 조장했을 것이다. 이 치기어린 모습 밑에 감추어진 중산층의 따분함 또한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  

미래를 꿈꾸는 것. 혹 그것이 치기 대신 오기 부릴 줄 아는 아이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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