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체성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01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가 고백했듯이 이 책은 최인훈의 <회색인>이 가졌던 많은 의문점에 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대적 슬로건으로 나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게 왜 아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지에 대한 분석문이기도 하다. 과연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라는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던 현실과의 연관성, 현재 서 있는 땅에서 발을 떼지 않는듯한 착각을 일이키고 책을 읽어나갔지만 정작 책을 덮으면서 남는 이 허탈감이란... 아마도 그것은 정체성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질문에의 답변이 미흡한때문이 아닌가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결코 이에 대한 대답을 속시원히 가져보지도 못했다는 것 또한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즉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았지만 정작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모른체 계속 살아온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이런 삶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체성의 문제가 의미를 찾아가는 가치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정체성이 없으면서도 의미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모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런 정체성과 삶과의 문제가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데 이건 아무래도 다음 책 주체성속에서 찾아내어질 듯 싶기도 하다. 필시 이건 나 자신이 아직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못해 구분을 못하기에 발생한 소치라 생각되어져 반드시 한국의 주체성을 읽고나서 다시 한번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보아야 할 듯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시간의 개념이다. 정체성이란 결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재여야 한다는 점, 그렇다고 해서 단절된 과거를 내팽개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속으로 재생되었을때만이 의미를 갖는다는 점등은 다시 한번 되새겨볼만한 대목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과 나의 삶에 대한 의문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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