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주제곡  창해일성소  滄海一聲笑

滄 海 一 聲 笑  푸른파도에 한바탕 웃는다
滔 滔 兩 岸 潮  도도한 파도는 해안에 물결을 만들고
浮 沈 隨 浪 記 今 朝   물결따라 떴다 잠기며 아침을 맞네
滄 天 笑 紛 紛 世 上 滔  푸른 하늘을 보고 웃으며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잊는다
誰 負 誰 剩 出 天 知 曉  이긴자는 누구이며 진자는 누구인지 새벽 하늘은 알까
江 山 笑 煙 雨 遙  강산에 웃음으로 물안개를 맞는다
濤 浪 濤 盡 紅 塵 俗 事 知 多 少  파도와 풍랑이 다하고 인생은 늙어가니 세상사 알려고 않네
淸 風 笑 竟 惹 寂 寥  맑은 바람에 속세의 찌든 먼지를 모두 털어 버리니
豪 情 還 잠 一 襟 晩 照   호걸의 마음에 다시 지는 노을이 머문다
蒼 生 笑 不 再 寂 寥  만물은 웃기를 좋아하고 속세의 영예를 싫어하니
豪 情 仍 在 癡 癡 笑 笑   사나이도 그렇게 어리석고 어리석어 껄껄껄 웃는다 하하하~!

영화 동방불패는 소오강호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때 흘러나왔던 창해일성소라는 주제곡은 동방불패에서도 계속된다. 영화의 분위기는 이 노래가 다 말해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화산파 영호충(이연걸 분)은 사부의 위선적인 모습에 실망하며 사제들과 함께 강호를 떠나고자 한다. 강호를 떠나기 전 회포를 풀고자 만나려 했던 일월신교 임아행의 딸 임영영
(관지림 분)과는 끝내 사랑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대신 비급인 규화보전을 익히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하게 된 동방불패(임청하 분)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원수가 되면서 서로 싸워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위 영화의 줄거리에서도 느껴지지만 허무주의적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동방불패는 영호충과 임아행의 대화 속에서 인간사회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강호를 떠나고자 하는 영호충에게 임아행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원한이라는 게 생기는 법이다. 원한은 복수심으로 가득차 서로 싸우게 만든다. 그러니 강호란 바로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 강호를 떠날 수 있겠는가.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소오강호에서는 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었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면 영호충 자네가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다 해도 지켜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난 칼을 버리려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서는 도덕성이 뛰어난 사람들만 선발해 우주선에 태워 새로운 행성으로 떠난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인 셈이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난다. 우주선 안 사회를 구성하는 인물들 간에 사랑이 싹트면서 질투도 같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질투는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 사랑이야말로 다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 희망임을 넌지시 내비치며 끝을 맺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수많은 감정이 흘러간다. 그 감정은 격랑을 일으키며 성난 파도가 되고 폭풍우가 되기도 한다.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때론 그 폭풍우에 휘말려 거스르지 못하고 온몸을 내맡겨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은 때론 비극이 되고 때론 희극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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