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 이제 베짱이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한경애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은 당연히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하라는 것, 그래야 굶어죽거나 얼어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겠다.

하지만 베짱이처럼 살면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당신은 그래도 개미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플라톤은 목적이 이끄는 삶이 사람들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고 탄식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베짱이처럼 사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본다. 일은 자아성취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이미 노동이 되어버린 사회이니 말이다. 이 노동은 너무나 지루하고 또한 현대인을 그 노동에 갇혀 살도록 만든다. 잠깐의 여유라는 것도 돈으로 사서 즐겨야 하는 여가 상품일 뿐이다. 그래서 노동도 여가도 지루한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삶을 이런 지루함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놀이의 주인공이 되자고 말한다.

놀이란 일상을 새롭게 바꾸고 즐거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무늬(67쪽)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서 샘솟아 삶을 메마르지 않게 하는 능력이며 나의 삶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운다. 이러한 놀이는 소비해야하는 여가 상품이 아니라 자발적 공동놀이로 표현된다.

이러한 놀이는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건 노는 것, 어떤 일을 할 때 취하는 특정한 태도이며, 움직임으로만 포착되는 동사다.(73쪽)

따라서 이런 놀이는 우연과 의외성을 품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서로간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를 즐긴다. 따라서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나 일이 된다.

그런데 이런 놀이의 즐거움이 현재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과연 가능할까. 사람들은 관계의 차이가 주는 즐거움과 놀이를 즐기고 싶어하면서도 현실이 아닌 사이버공간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그 속에서 사이버 관계가 만들어지고(그 관계는 때론 현실화되기도 하지만) 떄론 그것이 현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은 미래사회의 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현실 공간의 관계에서 이끌어지는 놀이보다도 더욱 많은 놀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 공간이 끝없는 소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단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또다른 한편으론 탈출하고 싶은 현실이 과연 특정한 태도와 움직임을 통해 놀이의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 염려된다. 대량생산 또는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우연성은 재앙이지 않겠는가.

과연 태도와 움직임만으로 변화는 가능할지 궁금하다. 그러나 놀이의 달인에 대한 꿈을 저버리지 않기 위한 마음과 의지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난 항상 즐겁게 놀고 싶으니까...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6 16:49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