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 에서는 인간탐구 대기획 5부작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1부는 남과 여, 2부는 도덕성, 3부는 자아존중감, 4부는 다중지능, 5부는 나는 누구인가로 이루어진 다큐는 아이의 사생활을 넘어 인간의 뇌와 심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많이 소개했다.

이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1부 남과 여의 차이가 생체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

여성은 공감형 뇌를, 남성은 체계화형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렸을 적 남아와 여아간 행동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망막의 두께 차이로 인해 여성은 색의 변화에, 남성은 동작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도 새롭다. 이러한 차이는 성호르몬과 손가락 길이의 관계를 밝힌 존 매닝 교수의 연구가 더해지면서 흥미를 더욱 끌게 된다. 남성적 뇌를 가진 사람은 네번째 손가락이 두번째 손가락보다 훨씬 길고, 여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보여준다. 다만 이 비율상 애매모호한 17%가 있는데, 이들은 남성이면서도 여성적인 뇌, 여성이면서도 남성적인 뇌를 지니고 있다. 이런 소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로 동시에 모두가 소멸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본다.

이런 연구들은 남아와 여아를 키우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는 것과, 소수자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4부 다중지능에서도 드러난다.

기존의 아이큐라는 단편적인 인간 뇌의 측정이 아니라, 8가지로 나뉜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능, 즉 다중지능을 통해 개인이 가지는 적성과 능력, 그리고 그것에 맞춘 직업을 갖게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8가지 영역은 공간, 언어, 음악, 논리, 신체, 자기이해, 대인관계, 자연 친화로 나뉜다. 이 8가지 중 가장 뛰어난 세가지 영역이 자신의 소질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음악과 대인관계, 자기 이해 능력이 좋다면 음악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분류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자기 이해 능력이다. 반대로 현재 직장인들 중 직장을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점은 자신의 상위 3개 능력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라는 것이 놀랍다.

이런 결과들은 게놈 프로젝트에서 말한 게놈이라는 것이 마치 주역 등을 통한 운명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유전자이든 운명이든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 능력에 맞추어 발전시킨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런 점에서 3부의 자아존중감은 또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나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또 인생을 즐기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자아존중감이 높고 낮은 원인에는 선천적인 기질도 있지만 부모의 태도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모가 자식을 설득하려하거나 가르치려고만 들지 않고, 먼저 공감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부모와 어린 자식간의 관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듯 싶다.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가 마땅히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이 5부작 중 가장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은 2부 도덕성과 성공확률이다. 도덕성은 단순히 착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도덕성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심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적 능력도 중요하다. 도덕성의 3대 요소로 민감성, 판단력, 용기를 꼽는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성공의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서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 있다. 도덕성이 체제 순응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인가에 대한 접근이다. 성공이란 의미도 체제 순응적 성공만을 말하는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체제에서라면 과연 도덕성은 어떻게 작용해야 할까. 그리고 그 체제에서는 어떤 사람이 성공한 것일까.

도덕성이 가치 판단을 필요로 하듯 도덕성과 성공의 관계 또한 가치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터이다.

아무튼 이 다큐멘터리는 은연 중 소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남성과 여성의 뚜렷한 구분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는 17%의 소수와 제대로 된 도덕성을 갖춘 소수자들(?), 아이들에 억압적이지 않고 행복을 대물림할 수 있는 소수(?)의 부모들 등등. 타인과 같은 또는 비슷한 행동을 통해 또는 소속감을 통해 안심하고 안주하던 때로는 불평하던 것에서 탈출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자신의 길을 또는 아이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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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3-0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나!
제 네번째 손가락이 (양 손 모두) 두번째 손가락보다 길어욧!
내 뇌의 정체성이...*.*

하루살이 2008-03-0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럼 17%에... 오히려 이런 분들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그래서 희망의 부피도 크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