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마사 베크가 쓴 [아담을 기다리며]라는 책이 있다. 하바드 대학에 다니는 캠퍼스 커플로 결혼해 아이를 한 명 낳은 후 다시 임신을 하면서 겪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은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으며 임신한 아이는 다운증후군임을 알게되면서 시련이 시작된다. 아이때문에 자신의 몸도 위험하고, 또 학교에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소위 성공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의 여정 중 난데 없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그 벽을 깨뜨리는 것은 쉽다. 아이만 지우면 되니까.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아이를 지우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끝내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에 힘들어하면서도 반대로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이웃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울고 웃는 과정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 책은 한없는 감동을 준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교통사고로 척추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된 할아버지가 자폐진단을 받은 자신의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싣고 있다. 서른 셋에 전신마비가 되면서 겪었던 자괴감과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면서 쌓게 된 삶의 지혜를 손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내용이 평범한 독자에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도 들겠지만, 한번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우린 사회로부터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고 살고 싶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가? 스스로 자폐의 길을 걸었던 적이 없었는가 말이다. 또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대하면서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대한 적은 없었던가? 이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분명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라 믿는다.

지은이 대니얼 고트립은 사람의 몸이 상처를 받으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듯이 감정 또한 우리가 태어나면서 이미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 당장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의 폐해를 의지로써 이겨내려 하지 말고 가라앉기를 기다리라고 충고한다. 마치 버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말이다. 버스는 시간이 되면 정류장에 왔다가 다시 멀어져 간다. 그처럼 나에게 휘몰아쳐 다가온 상처 또한 결국 멀어져가게 될 뿐인 것이다. 그 감정에 휘둘려 살다보면 결국 온 몸은 만신챙이가 될 뿐이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릴 땐 혼자만 서 있으려 하지 말고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 다가가는 손은 진실의 손이어야 한다. 강한 척, 아닌 척 하지않는, 진정 나는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 솔직한 고백을 통해 버스는 사고없이 지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우리의 현실이 못한 경우가 많다. 행복은 상황이 쥐어주는 선물이 아니다. 내 마음이 일궈낸 텃밭에서 자란 열매인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을 모두 무시해서도 안된다. 텃밭의 열매가 자라려면 충분한 태양과 물과 양분이 필요하듯 말이다. 그 상황을 바꾸는 힘은 솔직함과 용기다. 편협함에 대항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과 함께 솔직한 고백을 통해서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꼬리표를 보지않고 진정한 모습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샘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의 눈을 뜨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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