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0월 16일 흐림
마늘을 심은 곳 옆에 상추 씨앗을 뿌렸다. 고추를 뽑은 곳에 퇴비도 주지 않은 채 일단 상추씨만 뿌려 둔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 싹이 났다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워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월동 상추이자, 누군가는 부활절 시기 즈음 먹을 수 있다 하여 부활 상추라고도 부른다. 이게 가능하려면 겨울을 잘 나도록 보온해 주고, 봄 즈음에 퇴비를 주어야 할 것이다.
상추만이 아니라 시금치나 배추 등도 월동을 해서 먹을 수 있다. 지난 번 심어두었던 배추는 결구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잎은 처참하다.
잎벌레가 온통 다 먹어치운 바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모종을 심고 나서 결구가 시작되기까지 물을 두어 번 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잎벌레를 찾아 잡아주어야 하는데, 이제는 배추가 너무 많이 커버려서 벌레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농사에도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시간과 정성을 얼마만큼 주었을 때 효과적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농사도 결국 경제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계생산성체감의 법칙은 농사에도 적용된다. 여기에 노동의 투입 대신 자연의 힘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자연의 힘을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노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을 줄여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숲이 노동없이 무성해지듯이 말이다. 어슬렁거리며 농사짓기. 꼭 이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