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월 11일 맑음 21도~32도
오늘은 포도나무를 살펴봤다. 총 3그루 중 한 그루는 올 봄 싹을 내밀지 못하고 동사했다. 그리고 한 그루는 지난해 5미터 이상 자라던 것인데, 초봄 싹이 없어 죽은 줄 알았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 나무 밑둥에서 새 잎을 내밀었다. 그리고 조금씩 자라긴 했지만, 새잎을 내미는 것은 기존 줄기에서 1미터 이내. 그렇게 내민 가지에서 포도송이도 맺혔지만, 온갖 벌레들이 꼬여들어 다 썩어버렸다. 이렇게 두 그루는 집 데크위로 자라도록 심어놓은 것들이다. 주위에 다른 풀이나 나무들이 없이 달랑 포도만 있다보니 벌레들에 노출도 심하고, 추위도 더 탄듯하다.
반면 텃밭에 심어놓았던 포도 한 그루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큰 줄기와 형제줄기로 키우는게 보통이지만 그냥 자라는데로 놔두었더니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뻗는다. 큰 줄기가 없다보니 키도 작다. 하지만 포도는 엄청 많이 달렸다.
지난해에도 이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송이를 몇 개 따먹었다. 생으로 먹지 못하고 겨우 갈아서 먹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올해도 비슷할 것 같지만 송이가 달린 수는 훨씬 많아졌다. 곁가지로 자란 것들을 정리하고 큰 줄기와 그에 딸린 작은 줄기를 잘 유도해서 키운다면 먹음직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하지만 역시 벌레가 문제. 하지만 올해 달린 포도는 아직 지난해만큼의 벌레 피해가 생기진 않았다. 과연 익을 때까지 잘 견뎌낼지 궁금하다. 만약 큰 피해없이 자라준다면, 이 포도는 거의 야생에서 적응하듯 텃밭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쨋든 척박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에 놀랍다. 이런 나무에서 수확하는 열매는 또 얼마나 풍부한 생명력을 품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