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에게나 툭툭 반말을 던지고, 전혀 성의 없어 보이지만, 결국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이라부 의사, 펑크 음악을 하는 뇌쇄적 몸매의 마유미 간호사. 이 콤비의 활약상이 웃음보를 부여잡고, 그 뒤에 천천히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4편 중 첫편인 구단주에서 웃음의 폭발력은 가장 강하고, 뒤로 갈 수록 약간 생동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상식을 깨는, 그래서 오히려 상식적 결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일흔의 언론사 사장 겸 프로야구 구단주, IT 업계의 젊은 총아이자 인기 저술가, 특급 인기를 거머쥐고 있는 중년의 여자 탤런트, 도저히 상상히 가지 않는 난장판 선거장이 펼쳐지는 섬에 사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정신적 고뇌를 가지고 있다. 심각하고 고쳐질 것 같지않은. 그런데 이라부는 명쾌한 해답을 준다. 모든  걸 혼자서 처리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람에겐 은퇴하라고,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탤런트에겐 그냥 살쪄 보라고, 면장선거에 나선 사람들의 사생결단식 대립엔 장대눕히기라는 고전적 경기를 해결책으로 내놓는 모습에선 어이없는듯 하다가도 이보다 나은 해결책은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고뇌는 모두 스스로 만든 것이다. 세상 사는 사람들의 고뇌는 스스로 짊어진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는 이름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 그들에게 어쩔 수 없이라 말하지 말고, 어쩔 수 없기 전의 자연스로운 상태를 기억하도록 만든다. 

어쩔 수 없기는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이것이 바로 오쿠다 히데오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혼자만 이기면 놀아줄 상대가 없어진다. ... 자신은 본디부터 이기는 걸 좋아한다. 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인지 학창시절 친구는 모두 멀어졌다. 친구와 뭔가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124쪽)

항상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세상이 만들어놓은 생존경쟁 때문인가. 작가는 그렇다하더라도 스스로 그것을 포기할 줄 아는 자유는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같다.

이 세상에 만연한 착각을 바로잡는게 펑크의 임무니까.(175쪽)

어쨋든 스트레스를 안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야. 흐르는 대로 살아, 그게 최고야.(231쪽)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 이라부가 일하는 모습 그 자체다.

이 세상에 분쟁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수많은 비극을 일으키면서도, 인류는 왠지 즐거운 듯 싸우는 면이 있다. 이라부는 어떤 일이든 죽는 사람이 없으면 성공하는 거라고 말했다. (295쪽)

이라부의 엉뚱함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삶에 대해 잠깐 한눈 팔아보는 시선도 가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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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인 초고속전개인가요?
면장(5급 공무원) 코 앞에서 멈춘 전력때문인지 제목이 끌렸지만
신간은 '주로' 멀리하는 습관때문에 여전히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무에게나 툭툭 반말 던지지만 히데오의 반말은 기분 나쁘기는 커녕,
귀엽기만 해요. 하루살이님 말씀대로(실은 인용하신 231쪽) 흐르는대로
새저재에서도 짧고 깔끔한 글을 읽게 해주세요^^

하루살이 2007-06-0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짧은건 자신 있을 것 같은데 깔끔한 건...
암튼 고맙습니다. 새서재는 어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