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5일 맑음 1도~18도
매년 새로 심어야 하는 한해살이보다는, 한 번 심고나서 여러해를 관리해야 하는 여러해살이를 좋아한다. 되도록이면 땅을 파헤치는 일을 최소화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 다양한 반찬들의 대부분은 한해살이가 많다. 여러해살이의 경우엔 식탁에 한 번 올리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대신 여러해살이 작물의 경우엔 약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긴 시간만큼의 생명력이 더해져 약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다만 여러해살이의 경우엔 중간에 관리 소홀로 죽게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 긴 시간을 통째로 잃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황기가 새롭게 싹을 냈다. 올해 2년차다. 비록 두세개 정도밖에 되진 않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이 반갑다. 반면 옆에 심겨졌던 지황은 싹을 내밀 기미가 없다.
지난 여름 장마기간 물에 푹 파묻혀 죽을줄로만 알았던 도라지도 얼굴을 내밀었다. 신기할 따름이다. 다년생 식물이 자라기에는 땅이 거칠고 황폐하기에, 양분을 어떻게 공급해야 할지 고민이다.
여러해살이 풀들이 나이를 한 살 먹었다. 뿌리는 더 굵어질 것이다. 하지만 매년 새롭게 잎을 낸다. 우리도 나이를 먹으며 지혜와 심지는 굵어지고, 생각은 파릇파릇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