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르제프 지역에서 벌어진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투를 다룬 영화. 제정러시아에서 소비에트러시아(소련)로 정권의 성격이 바뀐지 채 30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전하게된 인민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또한 화려한 그래픽은 없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이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강추.
2. 초반 전투씬은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전쟁의 배경이 해변가가 아닌 설원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다. 22년전의 영화가 아직도 전쟁영화 전투씬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1942:언노운배틀]의 전투씬은 러시아 설원을 배경으로 다소 굼뜰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살기위해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전쟁의 참혹함을 더욱 드러내준다.
3.[1942:언노운배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전령병은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를 연상시킨다. 전쟁 속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화 중반부 이 전령병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병사들간의 갈등이 생긴다. 갈등의 발생과 해결 과정 속에서 사람에 대한 편견 또는 직업이 주는 편견의 폭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4. 영화 중반부 독일은 소련군의 머리위로 삐라를 뿌린다.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약속과 통행증이다. 전투의 와중에 감찰의 임무를 띤 장교가 나타나 삐라를 지닌 장병들을 색출한다. 이 장교는 오직 나라와 법에 충실할 뿐이다. 고아로 자라 주위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 지낸 장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다. 그가 전쟁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에 눈을 뜨게 되는지도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5.[1942:언노운배틀]의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실제 1942년부터 1943년까지 치러진 르제프 전투에서는 150만명의 소련 병사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영화는 영웅이 아니지만 전쟁의 승리를 위해 죽어야만 했던 병사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병사들의 군상은 러시아 소설 속 인물들처럼 다가온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인간성을 짓밟는 전쟁 속에서도 지켜질 수 있는 인간미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