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히고 쌓아두면 좋은 것이 있다. 바로 퇴비다. 오래 두면 둘수록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부숙이 된다. 부숙은 흙 속의 미생물을 풍부하게 하고, 흙을 건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비를 맞추거나 가끔 뒤집어주지 않으면 부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썩을 수가 있다. 


살다보면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행위에 입을 다물면 비밀이 된다. 상대방의 행위에 입을 다물면 오해가 생긴다. 비밀은 오해를 낳기도 하고, 오해는 비밀을 만들기도 한다. 비밀이든 오해든 모두 묵히고 쌓아둔 결과이다. 가끔은 말을 하지 않고 비밀과 오해로 놔두는게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퇴비도 가끔 뒤집어줘야 썩지않듯 사람간의 관계도 대화로 속을 다 뒤집어 보여줘야 서로간에 상처를 주지않는다. 대화없이 비밀과 오해로 관계가 지속되면 결국 상처가 생기고 썩어 문드러져 관계를 훼손시킨다.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 속 상식과 진숙의 부부관계도 비밀과 오해로 말미암아 서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었다. 결국 졸혼이라는 회복될 수 없는 관계로까지 진행이 됐다. 물론 지금까지 전개상 후반부에서는 비밀과 오해가 풀려 관계도 회복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보지만 말이다. 


이들 부부뿐만이 아니라 은주 부부도 비밀로 인한 오해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은희와 찬혁의 친구와 우정사이 로맨스도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땐 웃음이 폭발하지만, 가슴에 꽁 하고 묻어두었을 때는 "이젠 끝이야"라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게 된다. 


뒤집어줘야 한다. 퇴비를 썩지않게 하고 건강한 흙을 만들어주려면 가끔 뒤집어줘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건강한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뒤집어줘야 한다. 퇴비는 갈쿠리나 트랙터, 포클레인으로 뒤집어 준다. 사람과 사람의 뒤집기에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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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20-07-08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를 보면서 혈연으로 맺어졌지만 이웃사촌보다 더 먼 가족 관계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