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2화 세익스피어 인 파리를 보고서야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알것 같다. 예고편을 보고 생각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서 서점이 갖는 의미, 오랜 서점의 생존비결, 새로운 서점들의 창업 목적 등등을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서점이 사회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또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1화 중국 편에 이어 2화 파리 편을 보면서 이런 기대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서점여행에 있다. 이는 2화 마지막 나레이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파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골목길 어디선가 작은 서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이다."

 

 

맞다. 그냥 세계 서점 기행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지켜보아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차라리 서점 기행이라면 독특하고 매력적인 서점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주는게 나을성 싶은데, 막상 방송에서 보여진 서점들은 서너개에 그친다. 게다가 프로그램 맥락 상 빠져도 될 것 같은 제본공이야기가 들어가 전체 방송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출처 :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방송 중

 

그럼에도 방송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서점은 정말 파리를 가게 된다면 꼭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노트르담 성당이 보이는 인근에 위치한 이 서점은 영화 <비포선셋>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1919년 서점이 오픈했을 때는 세익스피어의 희곡과 시 등의 희귀판본을 판매했다고 한다. 나치 치하에서 문을 닫고 1950년 지금의 자리에 조지 휘트먼이 다시 재오픈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서점의 매력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티 타임'과 '텀블위드'라는 제도다. 티 타임은 작가와의 열린 대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와 함께 차를 마시며 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텀블위드는 매일 1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서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누구에게나 숙식을 제공해주는 제도이다(조지 휘트먼이 살았던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작가 지망생, 작가, 책을 좋아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파리에서 무료로 거주하면서 서점의 매력에 푹 빠져지낼 수 있다. 이외에도 페미니스트 전문 서점, 중세 전문 서점 등 프랑스 곳곳의 독립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백년이 넘는 고서점은 물론 10년이 안되는 서점들까지 모두 각자의 독특한 색을 지니고 있다.

 

 

 

<백 투 더 북스>1화, 2화를 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각 면 단위에 이런 독특한 서점들을 문화복지 차원에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서점을 중심으로 시골의 아이들(읍 단위가 아니라 면 단위여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이 도시 중심에 쏠려 있어 사람들을 흡수해버리기에, 조금이나마 블랙홀같은 흡수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에겐 소통과 창의력의 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인들에겐 서점 여행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문화적 공간으로서 관광지가 전국 각 면단위에 생긴다면 시골의 삶도 보다 풍성해지지 않을까. 섣부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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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11-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작년에 가봤는데 정말 가볼만 한 곳입니다.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고.

하루살이 2019-11-06 14:01   좋아요 1 | URL
부럽네요. ^^ 10년전쯤 파리에 갔을 때 노트르담 성당만 둘러보고 이 서점은 알지못해 들르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큽니다. 다시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혹여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들러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