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슬픈 소식을 들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던 두 명의 산악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올해는 고 고상돈씨가 한국 최초로, 세계에서 8번째 국가로 에베레스트에 오른지 꼭 30년 되는 해다. 세계 최고의 지붕을 오르는 것에 국가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 조금 거북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 도전 정신에 모두 찬사를 보냈었다. 지금은 이 에베레스트가 동네 뒷산 취급을 받지만 말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가 어찌 동네 뒷산이겠는가. 이 둘의 죽음은 어찌보면 에베레스트가 에베레스트임을 보여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실은 또다른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아무튼 이번 원정은 박영석 대장을 필두로 한 10여명의 대원으로 꾸려졌다. 아직까지 8000m급 이상의 고산에서 한국인이 개척한 루트는 없다. 그래서 박 대장은 에베레스트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남서벽을 통해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고자 했다. 이 꿈은 그가 히말라야에 발을 디딜 때부터 갖고 있었다.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마다, 또는 에베레스트를 바라볼 때마다 항상 머릿속에서 꿈꾸었던 길이다. 20여년이 넘게 품어온 꿈을 펼치려고 했지만, 끝내 좌절된 것이다.

목숨을 잃은 두 명의 산악인은 30대 중후반의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이다. 박영석 사단의 실력있는 클라이머다. 이현조 대원과는 안면식이 있다. 대원들이 원정을 떠나기 전 돌아와서 술한잔 하자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동갑내기였던 그와의 첫 대면에서 서로 당신이 더 나이들어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털털한 목소리와 환한 미소도 떠오른다.

인터넷에 두 명의 산악인이 사망한 소식이 뜨면서 댓글도 달렸다. 평소 댓글에 무심했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댓글의 일정 부분은 왜 그런 곳에 오르냐는 투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비꼬아 말하는 게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눈물이 핑 돌았다.

실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 그런 위험한 일들을 하는가. 전혀 생산적이지도 못하면서 왜 목숨을 거는가. 이들은 무모한 도전을 하는 미치광이들인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오르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매년 우리는 과로사로 죽는 사람들 이야기를 뉴스로 듣는다. 이들이 하고자 했던 사업이나, 또는 일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일과 다른게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우리도 날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당신은 당신의 삶을 슬슬, 대강 살아가고 있는가. 꼭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이들의 목숨이 하찮은 일로 스러져갔다고 생각한다면.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하늘나라로 올라간 둘의 영혼이 평안한 안식처를 찾기를 바란다. 그들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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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5-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처럼 훨훨 날아 다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