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60일, 지정생존자>다.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드를 보지 않은 시청자 입장에서, 원작의 흔적을 찾는게 쉽지않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무너지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수반이 모두 죽는 테러가 발생한다. 환경부 장관인 박무진만이 살아남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한다.

 

테러를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시선, 북한과의 관계, 세계정세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 직업적 정치인의 이미지 등 모든 것이 현실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몰입도가 최고이다. 도대체 미드에선 이런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할 정도다. 리메이크가 워낙 잘 만들어지다 보니 오히려 원작이 어땠을까를 거꾸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얽히고 설키는 상황들이 점차 걷혀지면서, 도대체 테러는 누가 저질렀고, 어떤 목적인가로 이야기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음모론의 색깔이 짙어지고 있다. 사극에서 흔히 나오는 비밀세력들이 현대로 옮겨온 모양새다. 드라마 <선덕여왕>과 <육룡이 나르샤>의 무명이나, <뿌리깊은 나무>의 밀본 처럼 실제 권력 뒤에 숨겨진 숨은 권력자 또는 그 세력들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는 설정이 못내 아쉽다.

 

음모론적 세계관은 현실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을 때 등장한다.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 사건들이 등장하게 되면 우린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음모론을 가져온다. 그런데 우린 현실에서 비선 실세라는 만화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음모론이 힘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보다 세련된 이야기라면 음모론의 재미보다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잘 파헤치는 스릴러로 승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60일, 지정생존자>가 음모론에 치중하기 보다는 현실적 역학관계를 보다 잘 벗겨내기를 기대해본다.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보고싶다"는 차영진 비서실장의 말 속에서 이 드라마의 힘이 커져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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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8-0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주목해서 보는 드라맙니다.
저도 하루살이님과 같은 생각이구요.
미드를 볼까 말까 갈등하게 만들더군요.
우리 드라마는 시작은 좋은데 중반쯤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게 불안불안하더라구요.
여전히 그 밥에 그 나물 할 건가?
미드가 기대가 되긴 하는데 거긴 또 정치상황이 우리와
다를 것 같아 골머리 써 가며 봐야할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