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사과정이다. 석사 때는 2년 안에 석사논문이라는 과정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문자 '문학'이란 무엇이고, 나는 왜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 숨겨진 욕망은 결국 '문학 연구'를 특수한 위치에 규정지으려는 욕망이며, 이는 곧 나라는 개인의 삶에 특수한 위상을 부여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공익을 하면서, 국문과와 거리를 두면서 느꼈던 것, 또 '대중지성' 또는 '다중지성'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서 역사를 생생하게 살아내던 것을 보면서, 석사 때 나의 의문들이 사라졌다. 이 또한 '전위-민중/엘리트-대중'이라는 개념쌍 속에서 사고 하고 있었던 것이며, 이제 나는 국문학 연구나 나의 삶을 특권화시키려는 욕망을 많이 버렸다. 횟집하는 아저씨나 외교관이나 국문학을 하는 나나 모두 동일한 권리와 목소리로 삶을 살아낼 뿐이다. 문제는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겠다.
나는 우연히, 나의 기질과 관심상 국문학을 하는 것이며, 이를 잘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이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사회'에 즐거움이나 유익함을 주고 싶다. 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조금 더 내 안을 들여다보면, 나는 문학 텍스트의 세밀한 분석보다는, 거대 담론을 논의하고 싶어한다. 나는 여러가지 언어를 잘 했으면 좋겠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담론을 논의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이제 박사를 복학하니 이러한 내 욕망들을 충족시키고, 더 펼치기 위해 공부해야 겠다.
영어, 일어, 중국어로 연구나 텍스트를 무리없게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고,
서구 문학 이론에 대한 보다 넓은 지식과 이해, 그리고 한국 비평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 둘을 변증법적으로 결합시켜보는 것이 다음학기 목표다. 포스트 맑스주의에,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앞서 말한것처럼 소시민적 의미(?)에서의 내 삶의 자세만을 되뇔 뿐이다.
물론, 그 와중에 결혼과, 굶지 않고 살아내는 것, MB를 비롯한 부당한 억압에게 날을 세우는 것,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더 많은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만하면, 요즘 행복하다. 다른 사람들도 보다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