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찾하고 있는 사람은 45명. 그 중 알라딘에서 활발히 글을 쓰시는 분들은 30명 정도. 댓글은 가끔 달지만, 흥미로운 글들은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다.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리뷰 도용(표절)과 불량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중복 리뷰가 논란이다. 그야말로 '알라딘 마을' 논란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오늘 아침에 매너님, iamx님, 위서가님의 글들을 볼 때는, 분명 타당한 문제제기 부분이 있었고, 생각해 볼 문제가 있었다. (계속 반말로 씁니다;; 지송 ^^; )
그 중 핵심은, 중복 리뷰가 결국 인터넷 서점들의 다양성을 헤쳐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된다는 점. 이것을 잘 논증한다면, 정말 중복 리뷰가 나쁜 것인지를 납득시킬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중복리뷰 반대측 주장에 대한 다른 부분의 문제제기는 이미 '너무' 많이 되어 왔다고 생각하기에 내 나름의 문제제기이다. 나는 iamx님의 '이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한정한다.)
iamx님은 '다양성'이라는 것 자체로 너무 추상적으로 나아가서 '이상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알라딘 마을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고, 매너님은 또 침묵 중이며, 위서가님은 댓글로만 글을 쓰고 있다. 위서가님의 초기 댓글은 나름 논리도 있고 그렇게 씨니컬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글이 씨니컬해지고 비아냥되고 있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듯 하다.
결국 문제는 중복 리뷰가 정말 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사실판단의 문제 (통계수치 등)가 우선 판단되어야 한다. 매너님은 얼마 있으면 yes24/알라딘/교보 등에 올려진 서평의 50%이상이 같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인지 수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이렇게 된다는 사실 제시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그러한 다양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지를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추상적으로 '다양성'은 그 자체로 보존되어야 될 것이라는 이야기 말고 다른 것은 무엇일까? 중복리뷰가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 많이) 활성화되어 yes24/알라딘 등지의 동일한 리뷰가 50%이상이 된다면, 정말 인터넷 서점들은 우수 리뷰 확보에 덜 신경을 쓸 것인가? 지금까지 인터넷 서점들이 가격/배송/리뷰 확보 등에서 경쟁을 했는데 앞의 두 전자는 비슷해진 상황에서 리뷰 확보만이 경쟁상황이었고, 이러한 경쟁을 바탕으로 리뷰어들과 인터넷 서점 이용자들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럼 인터넷 서점들은 중복 리뷰 때문에 어짜피 리뷰를 다 올리니까 별로 신경을 안 쓰고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럼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소비자(책을 산다는 입장에서)/생산자(리뷰를 쓴다는 입장에서) 조합의 형태로 각 인터넷 서점들을 각기 전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iamx님 말대로 알라딘은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고 인문/소설 쪽이 주로 강하고, yes24는 또 다르고. 물론 이런식으로 형성된다면 리뷰를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리'할 것임에는 분명하고, 이것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도 크다.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될 수 있는 것이며, 지금도 영향력 있는 몇몇 서평가들의 차원이 아니라, '알라딘 마을'이라는 집단 자체가 특정 분야의 책들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물론 알라딘이 어떤 '성향'을 지닌다는 것은 말그래도 '성향'이고 '정도'의 문제일 터이기는 해도 말이다. (요즘 워낙 책 읽는 사람들 적다고 난리인데, 그 사람이 그 사람들인 사람이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서로 '교류'하며 서로 '추천'하는 책을 읽게 된다면? 지금도 그런 영향력이 존재하는데, 보다 '특성화' 된다면.)
그리고 물론 그러한 '집단'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언론에도 소개된 '비평고원'이나 각 대학/대학원 스터디 모임 등은 분명 특정 종류의 '성향'을 공유하고 '관심'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이 집단은 영향력도 작고, 집단의 규모도 작고, 무엇보다도 물질적 기반이 없다. 결국 iamx님의 주장을 극단화시킨다면 이러한 집단-경향성이 알라딘등의 인터넷 서점을 '전유'하자는 주장과도 상통한다. 물론 다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이 보다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겠지만. 인터넷 서점의 '색깔화'는 결국 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색깔이라는 것은 '흑-백' '적-청'이 아니라, 분명 스펙트럼이다.)
그런데 방법이 문제다. 일부 '영향력 있는 리뷰어'들을 '설득'해서 이러한 중복리뷰를 안 하게 한다고 해도, 다수의 '영향력 적은 리뷰어'들의 중복리뷰는 어떻게 금지시킬 것인가? 이는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데, '소비자/생산자'(앞서 말했듯 책-소비자, 서평-생산자를 일컬음)의 이익을 위해서 인터넷 서점 측에 요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를 들어주면 얻게 될 인터넷 서점의 이득은 무엇일까?(또는 인터넷 서점에게 들어주도록 강제할 수 있는 '우리'의 힘/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만약 우리가 이를 단계적으로 하나의 인터넷 서점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다른 인터넷 서점들은 리뷰에 대한 보상제를 약화시키면서 배송이나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얻게 된다면, 결국 우수 리뷰에 집중한 서점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을까?
iamx님이 원하시는 이상적인 인터넷 서점들의 특색화와 다양화는 이상적으로 보았을 때 괜찮고 흥미로운 제안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실현될 수 있으려면, '일단' 중복리뷰에 대한 제도적 금지 장치가 도입되어야 하고, 이의 방법으로 '영향력 있는 리뷰어'들에 대한 '설득'이라는 방법은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중복리뷰에 대한 제도적 금지 장치가 어떻게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각 인터넷 서점들의 특색화와 다양화로 가는 데에는 갈 길이 멀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는 중복 리뷰에 대해 찬성을 하는 사람들의 주된 근거인 '잘 안 알려진 책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는 소중함'보다 왜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일까? 또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대해서 지적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를 다른 인터넷 서점에 게시할 권리를 부여했고, 이를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는데 이를 정말 반박할 수 있을까? (이런 지점에서 위서가님은 냉소적으로 말했듯이 FTA문제와 통하는 지점이 분명 있다.)
이런 지점들에 대해 매너님/iamx님/위서가님이 대답해 주신다면, 나는 설득될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다양성'은 추구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가 '중복 리뷰'를 '자발적'으로 중지시키는 것을 통해 이것이 지양될 수 있다면 당연히 우리는 이를 해야 할 것이고, 또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iamx님이 처음 지적한 것처럼, 책을 선택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을 더 극단적으로 밀고나간다면 (be radical!) 알라딘은 진보적인 인문서, 소설, 사회과학서만 팔고, 다른 인터넷 서점은 다른 종류만 팔고 이런식으로 될 수 있다. 유명한(이제 거의 유일한?) 사회과학서점 '그날'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 그 곳에는 거의 '특정 종류'의 책들만 판다. 그런식으로 인터넷 서점이 형성된다면 (그리고 iamx님의 주장을 극단화하면 결국에는 이곳에 도달하게 되는데) 정말 '다양성'과 '개체성'이 확립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도록 어떻게 강제할 수 있고, 무엇 때문에 우리의 '요구'는 강제될 수 있을까?
결국 내 질문을 요약하자면 이것이다. '다양성'은 좋다. 그런데 중복리뷰가 다양성을 정말 헤치고 있는가? '중복리뷰'를 막으면 다양성은 '회복'(또는 '지향')될 수 있는가? 또 '다양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 '소비자/생산자'에게 좋은가? 그리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좋다면, '중복리뷰' 차단을 어떻게 '실현/물질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내 생각에 이는 일부 '영향력 있는 리뷰어'들에게 '중복리뷰'를 하지 말라고 '설득'시키는 활동으로는 갈길이 멀어보인다는 것이 문제 제기였다.
특히 위서가님은 댓글로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씨니컬한 반응만 강조되고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독립된 페이퍼로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진정 다른 이들을 설득시키고 싶다면. 위서가님은 이미 알라딘의 '착한 사람들'은 설득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위서가님이 독립된 페이퍼를 쓰면 우호적인 시선은 아니더라도, 비판적으로 읽게 될지라도 꼼꼼하게 읽을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