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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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말하고 싶은 건 번역이다. 일본어에서 한국어로의 번역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번역가의 솜씨 덕분일 테다. 한글로 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술술 읽힌다. 소설 속 사건을 끌고 가는 의문은 한 가지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문장은, 괴테가 한 말이 맞을까. 학자적 양심으로 성실하게 그 답을 찾아가는 도이치. 소설은 도이치의 뒤를 따라가며 답을 찾으려 하지만, 그가 찾은 실체는 사실과 거짓, 확신과 오해 속에 혼연일체로 존재한다.

​

"어머, 당신이 왜 베버 씨 사이트를 보고 있어?"

어리둥절해진 도이치는 잠시 침묵한 끝에 상황을 이해했다. 베버는 아키코가 좋아하는 유튜버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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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극찬이 많았던 건, 소설 속 스즈키 유이가 인용한 작품들에 대한 찬탄으로 들린다. 어? 네가 이걸 알아? 이게 이거야?를 넘어서서 자신이 읽어왔던, 자신이 사랑하는 그 어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외경심이 이 작품과 겹쳐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지돈의 <창백한 말>과의 어떤 유사점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계속 그 단편이 생각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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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둔갑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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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이 책이다. 수학 시간인데 책 읽는 묘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어 잘해야 수학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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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세고 제 맘대로인 서 첨지는 손톱 발톱 깎다가 만난 쥐가(일단 쥐를 만났는데 왜, 안 쫓아냄?) 손톱, 발톱을 잘 받아 먹는 것을 보고(아니 그걸, 쥐한테 왜 주나), 손톱 발톱 깎을 때마다 쥐랑 조우했는데, 그렇게 서 첨지 손톱 발톱 먹고 자란 쥐는, 측간 가면서 벗어놓은 서 첨지의 옷을 입고 서 첨쥐로 변신한다.

​

도플갱어의 저주. 서 첨지와 가짜 서 첨쥐가 대면하는데, 가족들로서는 육안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진짜인지를 판별할 수 없다. 집안의 농기구 수를 묻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마누라는 한술 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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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간에 장독들은 어찌 되오?

마누라 물음에 진짜 첨지 황당하고 답답하여

붉으락푸르락 이마 주름만 꿈틀거리는데

가짜는 희희낙락 잘도 주워섬기는구나.

'큰 장독이 일곱인데

간장독이 둘이요, 도니장 독이 둘이요,

고추장 독이 하나요, 나머지는 김칫독이요,

작은 항아리는 뚜껑이 깨진 것까지 다섯이니,

모두 열둘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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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에는 이 동화의 교훈을 이렇게 적고 있다. '가장이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가장에 대한 비판이며, 가부장제도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재치가 이야기 속에 묻어나고 있다.' 만약, 그 해석이 맞다면 서 첨지가 깊은 산속 스님에게 전달(?) 받은 고양이를 데려와 서 첨쥐를 물리친 건 백래시로 보아야 하나.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서 첨지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퍼붓는 저주의 말은 또 어떠한가. 아무래도 그 해석에는 동의하지 못할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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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서 첨쥐를 인공지능으로 읽었다. 나를 대신하는 척, 나인 척, 하는 이 묘령의 존재가 정보의 양과 접근성, 그리고 활용성을 무기로 '나'인 척할 때, 누가 나를, 나로 믿어줄 것인가 하는 걱정. 우리 집에는 장독대가 없고, 장독들도 없지만(김치냉장고는 있음), 신용카드 이용내역과 네이버 검색어, 시청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지 못한지는 10분 안에 확연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동화에서는 깊은 산속 암자의 스님이 키우던 고양이가 답이었다. 우리에게는 답이 있는가. 우리에게도 답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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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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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읽기가 지지부진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더블에서 오디오북을 산다. 오더블 무료 한 달 이용에서 결제로 넘어가 여러 권을 사고, 멤버십 해지하고, 다시 오더블 멤버십 신청하고, 오디오북 몇 권 사고 서너달 뒤 멤버십 해지가 반복되는데, 이번에도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오디오북을 샀다. 좋은 점은 미셸 본인이 읽어준다는 점인데, 딕션도 좋고 발음도 듣기에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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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는 비빔밥 먹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눈으로는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오바마는 멋진 사람 같다. 하와이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와이에서 온 사람다운 느긋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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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voice climbed in intensity as he got to the end of his pitch. He wasn't a preacher, but he was definitely preaching something a vision. He was making a bid for our investment. The choice, as he saw it, was this: You give up or you work for change. "What's better for us?" Barack called to the people gathered in the room. "Do we settle for the world as it is, or do we work for the world as it should be?"(1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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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삶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쪽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오바마에게서, 정치, 혹은 역사의 운명이, 결국 한 사람으로 집약되어 나타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 속에서, 획기적이고 커다란 변화는 여러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맞겠지만, 그 힘과 에너지는 종국에는 한 사람에게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노무현과 이재명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백 갈등이 옅어졌다거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에 한없이 우호적인 오바마 때문에 남북 관계가 기한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상징하는 것, 그의 존재 자체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한 지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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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미셸 검색하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오바마 퇴임 연설 영상이 뜬다. 오바마는 미셸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 연설하는 오바마와 미셸 옆의 큰딸, 그 옆에 사람들이 기립하고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세상에나ㅋㅋㅋㅋㅋㅋ 미셸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는 가볍게 미소만 짓고 있다. 아하하 ㅋㅋㅋㅋㅋㅋㅋ미셸은 이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찬사와 기립 박수를 받을만한 사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바마 찍은 사람들은 다들 고마워해야겠다. 오바마를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 큰 미셸이 양보해 주었다. 희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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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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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재미난 책은 이 책이다. 예전에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라고 나왔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두께에 압도당해 앞부분 읽다가 반납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정판 나와서 살까 말까 하는데 앞의 띠지가 황정은 작가의 말이었다. "철학책을 읽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친 건 처음이다" 책 읽다가 정거장을 놓치는 건 얼마나 흔한 일이던가. 지난주에도 간만에 멀리 나갔다가 한참을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철학책을 읽다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듯싶기는 한데. 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말을 믿고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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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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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의 살아낸 사상에 대한 신념과 아이리스 머독의 "거주하는 철학"에서 얻은 영감과, 내 발자취를 되짚으며 느낀 기묘한 감정에 이끌려 나는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이야기를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탐색해 보고 싶다.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것은(이를 완전히 거부했던 하이데거를 제외하곤) 실존주의자들과 현상학자들이 매력을 느꼈던 방식이기에 더욱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나는 철학이 삶이라는 형태로 빚어질 때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적 경험 또한 철학적으로 고찰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한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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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에서 당연히 떠오르는 한 사람은, 역시나 마리 루티다. 마리 루티만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개인적 배경과 함께 풀어가는 철학, 이론,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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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페미니즘 학자들은 일부 인종· 민족 학자들처럼 개인적이고 일화적인 집필 방식을 끈질기게 고집했지만,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에선 자서전체는 한심할 정도로 순진한 의미 창출 양식으로 소외됐다. 개인적인 경험은 소위 '고급 이론high theory' 영역에서는 유효한 토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이론 집필의 정당한 요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 감정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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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거실 책상 위를 치웠다. 사놓고 책장에 꽂지 못한 새 책들, 바디워시, 머리띠, 밀크티, 작은 가방, 모자, 전등까지 이런저런 살림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일단 여기저기에 집어넣어 반을 비웠다. 일전에 건수하님이 형광펜도 보여달라 하셨는데, 요즘에는 이쪽(?) 형광펜을 많이 쓰고 있다. 예전에는 스타빌로 형광펜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아무튼 제일 애용하는 건 역시나 연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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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엔 (항상) 간식이 필요하고, 줄은 연필로 그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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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10-05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커밍 오더블 샀는데.. 하.. 쩝.. 샀다고요. 사기만 했습니다. 완독 한 달 뒤로 미뤄지니 또 읽기를 게을리 하게 되네요. 발등에 불떨어져야만 읽는 것인가. 하여간 다시 열심히 읽어야겠지요.
단발머리 님, 사진 속의 컵 너무 예쁘네요!

저 살구 철학자 책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심지어 원서도 있다능.. 이 얘긴 전에도 했죠? ㅋㅋ) 재미있다고 하시니 너무 좋습니다. 읽을 의욕이 생겼지만, 언제 읽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언제 보아도 참으로 정갈하고 깔끔한 단발머리 님의 독서풍경 입니다.

** 그런데, 쥐한테 손톱 발톱은 왜 먹인대요? 으.. 너무 싫어.............

단발머리 2026-10-05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오더블 없으면 못 읽었을 거 같아요. 계획 다시 세우고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ㅠㅠㅠ 암튼 오늘 30쪽은 읽은 거 같아요.
오더블 사랑합니다. 소듕해요~~~
사진 속 컵은 버틀러 컵입니다. 버틀러 책 [비폭력의 힘] 사면서 받은 사은품입니다. 책은 아직도~ 지만 제게는 컵이 남았네요^^

칵테일 책 읽다가 너무 괜찮아서요. 저도 원서 폭풍 검색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쪽수를 더할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요. 저는 원서는 포기하고 일단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보려고 합니다.

프레임 안의 깔끔함이지만, 다락방님 정갈하다고 하셨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 그 정갈함은 즉시 접수합니다!

2026-10-0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10-09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6-10-1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 비커밍 오더블 미셸이 직접 읽나요?? 갑자기 듣고 싶어졌어요!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싶은데 버튼 어디갔나요 ㅠㅠㅠㅠ 진짜 이거 언제 돌려놓을거냐 알라딘~~

단발머리 2026-10-16 21:18   좋아요 1 | URL
비커밍 미셸이 읽어줘요. 얼마나 야무지게 또렷하게 읽어주는지 말이에요. 진짜 강추합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게 하고, 연결해서 책정보 보게 해주는 서비스.... 어뜩할거냐고요.
왜 이러냐고요, 알라딘!!
 
여자에 관하여 ㅣ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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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묻지 않지만 혼자 고백하는 추석 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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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탑을 보자면, 누워있는 책들은 구입한 아이들이고, 서 있는 파랑이는 선물 받은 책이다. 구입한 책 중 벌써 2권이나 읽었으니 현재로서는 50%의 높은 완독률을. (자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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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추석에 읽으려고 찜콩해둔 책은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아니면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였다. 연휴 직전에 도착한 『The Love Hypothesis』도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물망에 오르고 있었는데 실제로 읽은 책은 손택의 책이다. 추석장 보러 나가는 길에 에코백에 넣어가지고 나갔는데, 짬을 내어 읽은 문장이 쉽고 내용은 한없이 무거워서 정성을 다해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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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제3세계>는 1972년 7월에 <파르티잔 리뷰>에 게재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정치 문학 계간지 <리브레>의 편집자들이 손택, 시몬 드 보부아르, 로사나 로산다 의원 등 5명의 여성에게 보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혁명적 사회주의의 관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최소한 토론 거리로 삼을 거라는 가정하에 글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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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은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관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업 세계를 조직하는 성 고정 관념을 해체하는 것'(78쪽)이라 주장한다. 남성에게만 허락되었던 다양한 직군에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를 증대시킴으로 성차별적인 직업 체계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존재가 더 이상 눈에 띄는 예외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최초의 여성 장관 후보자,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론 기사는 사람들의 주위를 끄는 데는 성공했겠지만, 여전히 여성 국회의원 수는 남성 국회의원 수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 상태다. 나로서는, 연두색 지선버스가 아닌 파란색 간선버스의 운전자가 여성임을 확인했을 때 놀랐던 것 같다. 운전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비슷해졌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이렇게 힘든(?) 일은 남성에게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기사님을 보고, 놀랐던 나를 놀라워하는 내가 있었다.

​

섹슈얼리티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69쪽)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 해방시킬 수 없다. 순간으로, 찰나의 순간으로 인간은 살 수 없다. 인간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찰나로 이루어진 순간이 존재한다. 섹스가,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여성을,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이때에, 자유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속이는 이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손택이 말하는 진정한 여성 해방, 여성의 성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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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해방하는 유일한 성 윤리는 현재 최고 지위를 차지한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에 도전하는 성 윤리다. 억압 없는 사회, 여성이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남성과 진짜 동등한 사회는 양성적인 사회일 수밖에 없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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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진짜 동등한 양성적인 사회로의 추구가 필요하다. 결론이 흥미롭다. 손택은, 그런 사회에서 섹슈얼리티는 지금보다 덜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한다. 다른 즐거움 때문에 성적인 관계를 병적으로 갈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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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는 미친 호르몬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을 것이지만,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닐 테고, 전 세계 방송과 연예, 심지어 정치의 영역에서도 '섹슈얼리티'는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이런 현상이 병적이라는데 동의하지만(내가 헤이즐우드 하드커버 산 것도 병증이기는 하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가 어떻게 대체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고미숙 선생님의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의 우정 담론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나 자신을 전부 보여주는 우정이, '운명'이라 여겨지는(강요되는)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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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났다. 잠깐 물건 챙기러 집에 들렀던 때를 제외하고는 9개월 만에 첫째 아이가 집에 왔다. 2박 3일 일정으로 주 1회 방문하는 둘째 아이도 같이 왔다. 시댁과 친정의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 일정을 조정하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첫째에게는 당근 김밥을, 둘째에게는 동서가 고이 재서 보내준 LA갈비를 먹였다. 이런 순간, 이런 시간이 내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이 순간이 순간이 아닌 '한 시대'가 될 수 있음을, 이미 도래했음을 기억하려 했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고, 오두방정 떨지 말고, 빈둥지 증후군 유사 증세 '호소'를 멈출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후진 없이, 빽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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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을 기다리는 지금의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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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9-28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왔습니다, 단발머리 님.
덕분에 손택의 생각을 알고 가네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더 자주,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을 보아야 하고, 그래서 ‘오오, 여자네~‘하는 감탄을 더이상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들이 그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경무용론 같은거 주장하면서요. 여성이 무언가 잘못했다면, 그것을 대표화 시키는거죠. 물론,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잘못했다고 말하면서요. 아 너무 소름 끼치는 일이에요. 우리는 더 자주, 여러 직군에서 보여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직군에서 여성은 보여야 해요.

그리고 저 영어.. 책 뭐죠? 하.. 미쳐버려. 영어 책만 보면 일단 사고 보는 저를 어떡하죠? 일단 검색 들어갑니다.
그리고 살구... 책은.. 구판으로,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으며, 그거 아세요? 저 영어로도 갖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발 저를 혼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추석 일상을 좀 써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9-28 19:49   좋아요 0 | URL
저도 글 쓰기 전에는 여경 이야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버스 기사님에게 홀릭해버려 그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다락방님의 댓글까지 더해져서 제 글이 더 명료해졌어요. 세상의 모든 직군에서, 여성이 보여야 합니다. ‘최초‘라거나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다수로서요.

저 영어책, 최근에도 기사에 인용되고 그러더라구요. 영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왜, 우리는 영어를... ‘ 이런 질문이 바탕인거 같고, ‘원어민‘에 대한 허상을 깨드린다고 나와 있더라구요. 영어로 쓰였습니다, 이 책은ㅋㅋㅋㅋㅋ 한국인지만 워낙 세계적인 분이시라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9-28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합니다....
당근김밥에는 당근만 들어가나요? 당근이 엄청 많이 들어가고 나머지도 다 들어가나요?
자식이 9개월만에 집에 오면.... 섭섭한가요? (울 엄마 마음 좀 헤아려보려고요;;;)

단발머리 2026-09-28 19:54   좋아요 0 | URL
당근김밥은 제가 붙인 이름이니까요. 당근이 주로 들어갑니다. 많이 ㅋㅋㅋㅋㅋㅋ 올리브유로 볶아서 고소하게요.
단무지와 크래미까지 들어가니깐 당근만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시금치와 우엉은 자꾸 반사하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식이 9개월만에 집에 오면... 섭섭하지요. 맛있는 메론이 선물로 들어와서 이번에 꼭 먹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먹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냉장고에 남아있는 메론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식 생각... 저는 잘해주지 못한 엄마라 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잠자냥님의 어머님도 비슷한 마음 아니실까 싶어요. 잘 살고 있을 걸 알지만 그래도 궁금하고 걱정되고요.
걱정의 최고봉은 역시나 자식걱정입니다^^
 











영화 <사랑의 가설>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 책이 훨씬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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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다. 책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영화가 책을 원작으로 하지만 원작에 기대지 않고 확연히 다른 구성과 전개로, 혹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다른 작품이 창조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이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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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반적인' 경우로서,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 중요한 장면들(표지의 올리브와 애덤의 첫 키스 장면, 안과 올리브가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주는 장면)을 영상화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두 사람이 fake-relationshp을 합의하는 장면은 어설프고, 다른 사람에게 사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억지스럽다. 올리브의 친구들에게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올리브 친구의 파티에 교수인 애덤이 참석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게나 바쁜 박사 과정생들의 여가 생활이 흥청망청인 것도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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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인공들의 생각을 보여줄 수 없으니 축약하고 또 축약하는 건 당연하지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각 등장인물들의 대사까지 바꿔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득이라면, 올리브를 열연한 릴리 라인하트가 너무 이뻐서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이 환해진다는 것. 그것 말고는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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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이웃님의 아름다운 페이퍼가 있어서 일부러 링크를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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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님 : 인생 로맨스 소설 (https://blog.aladin.co.kr/suha/16731051)


바람돌이님 : 로맨스라는 힐링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6744532)


다락방님 : 굶주림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196039)

사랑의 가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433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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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100배 낫다. 책을 읽는 게 낫다. 이 말 쓰려고 페이퍼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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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9-25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페이퍼 보고 영화 궁금했는데, 벌써 보신 거군요!!

단발머리 2026-09-25 19:45   좋아요 0 | URL
저, 시간 재면서 기다렸다가 5시부터 봤는데 말이지요. 그 전날 멤버십 가입하고요.
넘나 안타까운 것입니다. 허어...

건수하 2026-09-28 22:0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이 책에서 fake-relationship의 시작에 잘 설득이 안 되기는 했었습니다 ㅎㅎ 그 부분을 넘기니 괜찮았습니다만... 그치만 영화는 그 뒤에도 실패했나보군요? 사진만 봤을 때는 애덤의 외모도 잘 설득이 안 되기도 하고..;; 오랫만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뭔가 쑥스럽군요 :)

다락방 2026-09-25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이 영화 기다리고 있었다고욧!!

단발머리 2026-09-25 19: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기다리셨으니 꼭 보실거라 믿고요. 보고 나시면 간단하게라도 감상 남겨주세요.
저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너무 억지 같다고 할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지한 로맨틱 개연성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9-25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이 워낙 사랑하는 책이라 실망이 크셨을 듯요 ㅠㅠ 하지만 정말 책 원작 따라가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영상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잘 만드는 게 역량인 듯.. 이 영화는 여주 빼곤 실패했군요.. ㅠㅠ

단발머리 2026-09-26 09:22   좋아요 1 | URL
아주 실망이 컸습니다. 흠...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게 어렵기는 하죠. 속마음 토크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구요.
올리브 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애덤은 아니구요. 올리브, 오직 올리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9-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바람돌이님의 주옥 같은 글에 더해 다락방님의 글 2편을 더 찾아서 링크 올립니다.
저 영화 보는 것보다 이 글 네 편이 훨씬, 훨~~~~~씬 재미있습니다. 로맨스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다락방 2026-09-26 14:36   좋아요 1 | URL
저 단발머린 님의 이 댓글 덕분에 ㅋㅋ 제가 쓴 글 다시 읽었는데 말입니다. <굶주림>.. 왜케 잘 썼어요? 글 쓰는 천재인가봐요? 너무 잘 써서 깜짝 놀랐네요. 명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제가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 보고 싶은데 ㅋㅋ 잃시찾도 읽어야 하고 비커밍도 읽어야하고 진짜 마음 늠 급하고 초조해버려. 게다가 벌써 9월 26일.. 하..

단발머리 2026-09-26 16:41   좋아요 0 | URL
<굶주림>도 좋은데 <사랑의 가설>도 좋아요. 두 글 다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사랑의 가설> 영화보다 100배 재미있는 독서 후기 열람기인데 말이지요. 명문의 향연 맞습니다!!

저는 영화 보고 나서 책이 나아, 책이 좋아... 이러고 있는데 아... 이번 추석 짧네요. 내일이면 끝이라고 합니다. 이 무슨 일이에요. 참, 다락방님! 그 댓글 못 보신거 같은데, 독서괭님이 미셸 같이 읽기 한 달 더하면 어떨까요? 라는 의견을 내셨고요. 제가 O, X 중 O 팻말 높이 들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다락방 2026-09-26 16:48   좋아요 1 | URL
앗, 그런 댓글이 있었어요? 저 못봤어요! ㅋㅋ 아 너무나 좋은 댓글이네요. 찾아가서 보고, 그리고 공지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9-26 16:50   좋아요 0 | URL
♥️🧡💛💚💙💜💕🥰 독서괭님 가장 최근 페이퍼에 있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 댓글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6-09-30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저 이 영화 보능중인데 왜이렇게 재미있죠, 저는? 초반부터 좋았어요!! 다 보고 페이퍼 쓸게요!!

단발머리 2026-09-30 20:59   좋아요 0 | URL
박수 짝짝짝! 👏👏👏👏👏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트뿅뿅! 🥰

단발머리 2026-09-30 21:07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 지금 잃시찾 완독하셔서 홀가분하게 영화보시는 거 맞죠? 세상에~~ 아끼셨던 거군요. 우리 올리브, 우리 애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밤 되세요! 🥵

다락방 2026-09-30 21: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제가 잃시찾 다 읽으면 보려고 꾹꾹 참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진짜 꿀잼이에요. 그리고 올리 왜이렇게 사랑스럽죠? 으.. 너무 예뻐요. 올리브 얼굴이 다 하네요 ㅠㅠ 너무 좋네요 ㅠㅠ
 



에피소드 중심의 엄마표 성교육은 주로 성추행의 위험한 순간들에 대한 것이었다. 성충동에 사로잡힌 남자들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엄마의 묘사는, 열여덟의 엄마가, 혹은 내게 그 말을 할 당시의 엄마까지도 얼마나 순진한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열다섯이었고, 또 열여덟이었다.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기지를 발휘해 그 장소를 벗어나라. 도망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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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창조』 못지않게 내 인생 최고의 페미니즘 수업을 열어주셨던 한문 선생님은 성폭행 보다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성폭력이란 결국 성기에 가해진 폭력일 뿐이라고 선생님은 여러 번 강조하셨다. 20대 후반의 기혼 여성, 정규직이 아닌 1년 계약직 선생님이셨다. 중병아리 같은 여중생들 사이에서 백조처럼 보이는, 나란히 걸을 때 자꾸 곁눈질하면서 쳐다보고 싶었던, 배우처럼 예쁜 선생님의 말씀이 그러했다. 그때까지 내가 들었던 '성에 대한 담론', '여성의 성에 대한 설명', 그것을 토대로 내면에 공고화된 성관념과는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여성과 성, 혹은 순결과 성관계에 대해서 그런 설명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렇구나. 순결을 잃었다고 해도 자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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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는 성(sex)이 그렇게나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시작점은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강조 때문이었지만, 사실 '섹스' 역시 '젠더'처럼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느끼는 쾌락에서 섹스가 가지고 있는 특이성을 모른척하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동물적'이며, 또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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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고,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없는 존재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내 몸의 경계, '나'라는 존재의 최종 한계가 외부의 '나'와 조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접촉일 수밖에 없고, 라캉이 '성관계는 없다'라고 말한 바로 그 지점에서 찰나의 순간, '성관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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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인간의 기억, 정보 처리, 사고 과정의 일부, 더 정확하게는 상당 부분에서, 인간의 성과를 압도하는 인공지능에게 부재하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경험이고, 실패이고, 고통이다. 그리고 몸이다. 우리 인간에겐,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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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장황해져버렸다. 이쯤에서 대충 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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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대충 스무 개 정도의 글을 쓴 것 같다. 그만 써야지, 그만 쓰겠지 했는데 쓰고 나서 또 쓰고, 한참 뒤에 또 썼다. 애덤보다는 올리브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보스턴으로 출장 갔던 애덤이 지난밤에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에 애덤을 만났다. 애덤이 등장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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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무슨 가능성일까. 애덤의 등장은 두 사람에게 어떤 가능성을 주는 걸까. 애덤의 등장이 왜 올리브에게는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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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의 가능성, 올리브의 희망은 뭔지 잘 모르겠고, 내 가능성은 이런 거다. 영화 <The Love Hypothesis>의 9월 23일 아마존 공개를 앞두고 주문한 『The Love Hypothesis』 하드커버를 이 밤에 영접할 가능성. 그 가능성은, 그 희망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고. 이 책을 (이유 없이) 이렇게 비싸게 구입한 게 부끄럽기는 한데,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 책을 자랑해야겠는데, 자랑할 데가 여기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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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추석 선물 하나씩 받아온다는데,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인지 나는 선물 하나 없다. 자목련님 페이퍼가 책과 추석 선물에 대한 것이어서 반가웠다. 내 페이퍼도 책과 추석 선물 페이퍼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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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6-09-23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자랑하셔야지요. 자랑하셔야 하고 말고요. 저렇게 비싸고 예쁜 책인데요. 책등이 아니고 저 분홍색부분은 뭐라고 하죠. 바깥쪽이 책등이니까 책 배인가? ㅎㅎ 하여튼 멋진 한문 선생님의 얘기도 듣고 예쁜 책도 보고, 넷플릭스 소식도 듣고 너무 좋습니다. ㅎㅎ 즐겁고 평안한 명절 되세요. 오랫만에 인사해서 너무 좋아요. ^^

단발머리 2026-09-23 22:07   좋아요 1 | URL
음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분홍색은 책을 펼치면 연한 분홍이 되는데 그게 딱 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쁜 책은 보기에 좋을 뿐이지만 이 책은 행간도 더 넓어 보여 한 번 더 읽을까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오늘 아마존에서 오픈했는데(오후 4시) 저 너무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그렇게 만들기도 어려웠을 텐데요. 너무 아쉽습니다.
바람돌이님도 즐겁고 신나는, 맛있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기 바래요!!

다락방 2026-09-25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 너무 아름답네요. 덩달아 저도 사고싶어요. 하..
내가 좋아하는 책의 하드커버를 갖는다는 건, 충분히 기쁜 일이며 자랑할만한 일이죠. 아 너무 예쁘다.. 정말 예뻐요!! >.<

단발머리 2026-09-25 19:53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하는 책 두 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아니, 한 권 더 살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아... 이 이야기랑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저처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성경을 소중히 여기고 또 열심히 읽어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오래 교회 다닌 사람일수록 성경이 닳아 있고, 밑줄도 형광펜도 많을 거란 말이지요.

근데 제가 아는 어떤 분은(그 때는 간사님이셨고, 지금은 목사님) 매년 연초에 제일 저렴한 성경을 사신대요. 그래서 그 한 해에 1독. 그 다음해에 또 한 권 사셔서 새 성경으로 1독. 이렇게 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제일 좋아하는 책, 소중한 책을 곱게곱게 보관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게 아니라, 실제로 그 책을 읽는다는 거죠.

저도 새 책 사고 1독 다짐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지만 말고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한 번 더 읽자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9-25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최애 로맨스 love hypothesis를 도서관에 대기 걸었는데 순번이 한참 밀려있네요. 🥺

단발머리 2026-09-26 09:50   좋아요 1 | URL
아...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인기가 많아서 저자가 베셀작가라는 호칭을 얻은거 같더라구요.
이번에 영화가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독서괭님 이 책 얼른 읽어주셔야 하는데 말이에요.
감상을 나누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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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전 10시 13분. 약간 늦었다. 원래 남편과 같이 나가는데 1부 예배 기도를 맡은 날이라 그날은 혼자 가게 되었다. 앞집 이웃분이 나오셔서 둘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교회 가세요? 네~ 어디 나가세요? 볼 일 있으세요? 아니요. ... 좀 만나서 이야기 좀 하려고요. 그래야, 또다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을 ... 크크 웃고 내가 묻는다. 여자죠? 그러게, 여자한테는 여자가 필요해요. 그렇죠? 네, 맞아요. 근데 남자한테도 여자가 필요한데 말이에요. 네, 맞아요. 대답하시고 이웃분이 환히 웃으신다. 근데 왜 우리 남자랑 살죠?라고는 물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물을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에 맴돌지만 물을 수 없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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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비판, 그것이 여성을 옥죄고 사회 전체를 경직 상태로 몰아가고 있음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지만, 이 책이 해부하는 문제는 그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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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낭만적 사랑은 근대의 발명품 중 하나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결혼과 달리 격정의 과정과 결과로서의 사랑은 역사가 짧고 여전히 실험적이다. 계급 재생산 수단인 결혼은 지위, 명예, 재산의 승계를 위한 것이다. 유사 이래로, 얼마만큼의 지위와 물적 토대를 가진 남성들은 실제 삶에서 애정을 분리했다. 자식을 낳아준 부인에게는 지위를, 애첩에게는 재산을 나누어 주면 그만이었다. 그랬던 애정이, 두 남녀(혹은 두 여성 혹은 두 남성)간의 정념이, 불타는 열정이 실제 결혼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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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결혼이라기보다는 결혼 생활이라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핑크빛 사랑이, 콩닥콩닥 연애가 결혼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실제는 생각과 다른데, 많이도 다르다. 삶이 절망인 이유는 사랑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내가 예상했던 사랑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쯤 다시 한번 등장하는 나의 개똥철학. 참사랑이란 멀리 있는 사랑. 완벽한 사랑이란 머릿속의 사랑. 영원한 사랑이란 결국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 로테에 대한 괴테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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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말해서 페일리 소설의 남녀는 서로와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열망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서로에게 투사(投射)이자 자극이다. 언젠가는 (대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결합에서 인간적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그럴 때가 많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증발해버린다. 이 증발에 대한 반응에 페일리는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우울해하거나 혹은 동요한다. 동요하면 떠나버리고, 우울해지면 마비된 듯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로 동요하는 쪽은 남자이고 우울해지는 쪽은 여자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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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정념으로서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랑은 반드시 '그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이 사랑이라면, 다른 사랑은 사랑이 아닐 테고, 그 사랑이 사랑이라면 다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노래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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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내 곁에 있어야 해요.

나를 떠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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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세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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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널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다. 모든 걸 주고팠던 마음이 사라져 버려 생긴다. 함께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아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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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 무언가를 찾는다. 내 시간을 소비할 무언가를 찾고, 내 마음을 쏟을 무언가를 찾고, 내 인생을 완성할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은 명예일 수 있고, 행복일 수 있고, 재산일 수도 있다. 삶을 추동하는 그 에너지가 오직 성적 반응과 행위의 원동력으로만 작동할 때, 다르게 말해, 오직 사랑에'만' 집중되었을 때의 위험을 비비언 고닉은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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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예상된 결말이고, 예정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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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9-21 0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는 읽지 못한 소설들의 리뷰를 읽으며 공감못해 마음이 온전히 가닿지 않아 잠깐 책을 덮었었거든요. 근데 단발 님 리뷰 읽으면서 이렇게 책을 읽어야 하는구나! 느낌을 받게 되어 참 좋네요.^^ 어쩜 사랑에 대한 종말 그리고 비극! 이 슬픈 단어들을 너무 낭만적으로 풀어내시네요. 사랑의 비극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아서란 통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잠깐 조현아 이름 본 김에 ‘널 사랑하지 않아‘ 노래 검색해서 들어봤거든요. 가사를 다시 음미해보니 쏘쿨한 노래로 들리기도 하군요. 조현아 목소리가 넘 좋아서 그렇게 들리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는 단발 님의 사랑의 비극 정의에 의해 모든 게 그렇게 들리게 될 것 같네요.ㅋㅋㅋ 책 다시 펼쳐들고 조만간 다시 읽어야겠어요.^^

단발머리 2026-09-22 08:48   좋아요 1 | URL
저의 개똥철학을 책나무님이 그렇다고 동의해주시니 완전 기분 업업업 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을 <업>의 날로 정하겠습니다!! 계절은 바뀌고, 아이는 자라고, 저는 늙고요. 사랑은 변하고 몸은 예전같지 않고 마음도 그럴 때가 많구요.

그렇다는 걸... 아는게 저는 좋더라구요. 이 슬픔이, 이 절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거요. 그래서 친구가 소중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대부분 우리 친구들은 동년배잖아요. 비슷한 삶의 주기 속에서 서로가 겪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으니까요.

사랑은 사실 비극만인것만은 아니고요. 저의 깨발랄 사랑 버전도 곧 돌아옵니다^^ 기대해주세요~~ 개봉박두!

다락방 2026-09-21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극은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널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다. ‘

크- 사실 대부분 모든 발라드는, 바로 그 지점을 노래하고 있죠. 그래서 날 떠나지 말라고 말하고, 나는 너의 뒷모습만 바라본다고 말하고 말이지요. 왜, 아예 노골적인 가사도 있잖아요.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


그러나 저는 한가지 덧붙이고 싶습니다. 어쩌면 좀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잇을 것 같은데요. ‘비극은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날 너무 사랑해서‘ 생긴다. ‘ 고 말이지요.

저는 모든 괴로운 사랑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바라는대로 해주길 바라고, 내 말을 들어주길 바라고, 그러나 상대가 하는 말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비극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상대가 하는 말만 잘 들어도 대부분의 비극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우리가 ‘헤어지자‘고 말할 때, ‘너를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지 않는가요.

비비언 고닉의 책을 읽을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잃시찾에 발목 잡혔지만 말이지요.

단발머리 2026-09-22 08:53   좋아요 0 | URL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날 너무 사랑해서... 라는 다락방님 말씀에 무릎을 탁! 하고 칩니다. 맞아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근데 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요. 그게... 사실, 나보다 너를 더 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엄마가 괴로운 이유가 바로 그거든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안녕과 생존이 우선인데, 엄마일 때는 그거를 아기한테 양보(?)해야 하는거요.

내가 바라는대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 내 마음을 들어주길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 당연하잖아요. 모두가 그걸 원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떤 사람도 제게 그렇게 해줄수 없잖아요. 우리, 그걸 알잖아요. 그래서 비극인 거구요. 그래서 어쩌면 사랑은 환상이 맞는거 같구요. 그가 바라는대로 내가 해주고, 내가 원하는 그것을 그/그녀가 해주고요. 사랑이 희귀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곧, 깨발랄 사랑으로 돌아올게요. 사랑은 옵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