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님이 워낙 많이 쓰셔서, 추천하셔서 읽어보게 됐다. 원서로 읽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미묘한 뉘앙스가 궁금해서 번역서로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원어를 읽을 때의 감칠맛을 번역서는 잘 살릴 수 있을까? 번역서를 읽어도 이렇게 재밌지는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번역서를 빌려 읽어보니... 으잉?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지가 더더더 빨리 넘어가고 너무 재밌는 것. 역시 모국어로 읽는 책이 제일이다... 군데군데 내가 이해한 것과 조금 뉘앙스가 다른 게 있기는 했는데, 딱 한 군데 빼고는 맥락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해석이든..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 중 가장 좋았는데, 인생 로맨스 소설이라고 누군가한테 추천하기는 조금... 주저된다. 그 이유는 중간에 섹스신이 꽤 야해서... 그러니까 요즘 한참 로맨스에 관심이 있으신 10대에게는 추천하지 못했다. 엄마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하는데 안돼 이건 19금이야. 하고 말았다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이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이공계열에서 대학원을 다녔기 때문이라서이다. 



아마 어떤 분이 책 맨 앞 헌사를 언급해주셨고, 이것 때문에 나는 더 읽고 싶어졌었다. 

헌사는 다음과 같다.


스템 STEM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 계열에 종사하는 내 여자들, 

케이트와 케이티, 하툰, 마르에게. 

고난을 이기고 별에 이르기를. Per aspera ad aspera. 


라틴어를 모르므로, 이 문구를 원서를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고 뒤늦게 ChatGPT에게 물어보니 


보통 알려진 문구는 **“Per aspera ad astra” (고난을 거쳐 별로)**인데, 여기서 astra(별) 대신 다시 *aspera(고난)*가 들어간 변형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희망적인 의미(고난을 넘어 별에 닿는다)와는 달리, 끝없는 고난의 연속, 고생에서 또 다른 고생으로라는 다소 풍자적·비관적 의미로 쓰입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번역된 것만큼 희망적이지는 않은데.. 현실도 그렇다. 

여성이라서만 그런 건 아닐건데, 여성이라서 더 그렇긴 할 것이다. 



이 글을 클릭한 분들은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실 가능성이 높지만 소설이니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췌장암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올리브는 고민이 있다. 절친 안 (Anh)과 자기가 몇 번 데이트 했던 제레미가 서로에게 엄청 끌리는 것이 분명한데, 안이 올리브가 혹시 상처받을까봐 제레미와 데이트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소위 '걸 코드' (한국어로는 '여자친구들간의 도리' 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래서 올리브는 나 데이트 하는 사람이 있고, 이번 금요일 밤에 데이트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제레미랑 데이트하라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 금요일 밤에 올리브는 실험을 하다가 저 멀리 복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안을 발견한다. 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 있었던 올리브는, 다급한 마음에 안보다 가까이에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키스해도 돼요?' 라고 묻고는 답도 듣지 않은 채로 그에게 입술을 갖다대고 만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애덤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애덤이 어떤 사람인가인데... 그 남자는 올리브가 다니는 학부의 매우 유능한 교수이고 대학원생들의 천적(...)이며, 키가 크고, 몸이 좋고, 잘생기고, 그리고 성격이 안 좋은 그런 남자이다.


여기까지는 많이 봤던 웹소설 혹은 다른 로맨스 소설과 비슷한 구성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남녀가 얽히고, 뭔가를 감추고 계약 연애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순진하고 남자를 만난 적이 별로 없고, 남자는 나이가 많고 잘 나가고 몸이 좋고 성격이 안좋지만 여주에게는 아주 친절하다.


그러면 되게 판타지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리고 시작은 되게 진부한데 묘하게 이 소설은 현실적이다.


느닷없이 키스한 올리브에게 애덤은 'Title 9'이라는 법 조항을 말하며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이 법 조항은 미국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기관에서 sexual misconduct를 금하는 조항- 인데 성추행, 성폭행 등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있는 조항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에도 이 법이 언급되는데,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2년이었지만 대학내 성범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11년 오바마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인 것 같다. 그 책의 저자는 많은 경우 민주적 법치를 구성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부한 채 인민재판에 불과한 대학조사위원회가 설립되었다-고 썼다. 그러나 그런 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러저러한 선동에도 차별금지법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이 Title 9 관련해서 올리브에게 어떤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하는데, 올리브의 분야 생물학보다도 여성이 더 적은 분야에서 공부한 나는 그 부분에서도 매우 공감이 되었었다. 지도교수를 여성으로 택했던 이유를 얘기할 때도.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적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그런 애덤에게 올리브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느냐,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라고 우기다가 왜 자기가 (동의도 없이) 키스를 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없던 일로 하면 안되겠냐고 변명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한다.



Actually, you're absolutely right.

And I am so sorry.

If you felt in any way harassed by me, you really should report me,

because it's only fair.

It was a horrible thing to do, though I really didn't want to....

Not that my intentions matter;

it's more like your perception of....


생각해보니 박사님 말이 전적으로 맞네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신고하세요.

그러는 게 옳으니까요.

해서는 안 될 짓이었고, 비록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의도로 그랬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대신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이런 대화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또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는데 (특히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중요하다'는 부분이), 어쨌든 이런 우발적인 사고에 이렇게 자세히 지면을 할애하는 로맨스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도 재미가 있었지만, 판타지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가 있었던 포인트는, 이것도 아마 단발머리님이 얘기하셨던 것 같은데- 


이 둘이 어찌저찌여차저차하여 섹스를 하게 됐는데, 당연히도 애덤이 올리브가 정말 원하는지를 여러 번 묻고, 네 맘은 바뀔 수 있다며 바뀌었다면 얘기해라, 뭐 이런 말도 하고... 그러고나서 정말 하게 되는데 그 때 뭐라고 하냐면.


I don't ... I don't have anything.

지금 나한테.... 아무 것도 없는데.



애덤은 뭐가 없었을까?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를 좀 보신 분은 바로 뭐가 없었는지 아실 것 같다. 

섹스하기 전 이런 대화가 로맨스 소설에 나온다는 게 좋았다.



애덤의 입장에서 쓴 보너스 챕터는... 둘이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를 애덤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부분에서는 애덤의 속마음이 궁금하지 않았고 ㅋㅋㅋ 

오히려 올리브가 처음 키스했을 때, 둘이 섹스한 다음날 이별했을 때, 그리고 올리브가 애덤을 찾아갔을 때... 

그 때 애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기대만큼 보너스 챕터가 좋지는 않았다. 


사실 보너스 챕터 때문에, 그리고 올리브 목소리가 좋다고 단발머리님이 그러셔서

(지금 이 글에 단발머리님의 닉네임이 몇 번 언급되었을까) 

오디오북을 샀고, 오디오북을 듣다보니- 나는 리스닝이 약하므로 - 답답해져서 킨들북도 사버렸는데.


그 보너스 챕터가 꼬옥 필요했던 것 같진 않다 ㅋㅋㅋ 그래도 애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 웹소설 로맨스에서 보통 외전 형식으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애덤이 워낙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던지라.. 그 마음을 내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왠지 못할 짓 같다. 애덤은 말로 몸짓으로 그동안 다 보여주었으므로, 꼭 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 소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이것도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그래서... (왠지 용두사미격 마무리 같은데) 이 책을 읽도록 만들어주신 단발머리님께 감사를 표한다 :)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09-09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모르는 상대에게 키스하는게 영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설정이 있어야 그 다음이 진행되는건 분명하지만, 그런데 굳이 이런 설정이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사실 로맨스의 클리세중 하나가 일단 키스먼저 한 다음에 .. 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타이틀 나인이 나오긴 하지만, 만약 이 설정에서 성별이 달랐다면 굉장히 분개해서 읽어야하는 그런 설정이잖아요. 물론 성별이 바뀌어서 애덤이 느닷업이 키스했다면 그건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한걸로 보일 수도 있고요. 느닷없이 내가 키스한 상대가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말이 안되는것 같은데, 그런데 살다보면 실제로 사랑은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벌어지기도 하지요. 와 진짜 그런다고? 막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니까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애덤 친구.. 와의 일을 애덤에게 얘기할 때 있잖아요, 그 때, 말하기 전에 고민하고 막 그럴 때 너무 그 고통과 고민이 생생해서 눈물 나더라고요. 그때 애덤 같은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요. 일전에 본 영화에서 여주가 애인 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했는데, 남자는 그 일을 없던일로 하자고 여자를 협박하다가 절벽에서 밀어버리거든요. 야, 쟤 프랑스 가서 저거 얘기하면 우린 다 좆돼, 이러면서요. 이쪽이 더 다수의 남자들 같은데, 애덤은 오래 사귄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태도 돌변하고, 그에게 소중한 친구에 대해 내가 그래도 될까, 하는 올리브는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말씀하신 섹스신은 저도 미성년자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사람들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섹스는 책이랑 영화에서 좀 그만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요. 그것까진 안해도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어요.

아니 그런데 건수하 님, 그러니까 이 책을 원서도 사고 번역본도 사고 오디오북도 사고 킨들도.... 사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0:56   좋아요 1 | URL
일단 간단히 달자면…
번역본은 아직 안 샀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1:11   좋아요 1 | URL
애덤이 그 사건(애덤의 대학원 때 친구 톰이 올리브를 성희롱/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건, 애덤이 올리브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올리브를 성추행하고 톰이 말하잖아요. 그래, 애덤한테 가서 말해 봐. 걔가 누구 말을 믿겠니?
저는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제발....) 많은 남자들에게 공통된 인식이라 생각해요. 피해자 보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건, 그들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요.
이 책에서는...... 올리브가 애덤을 ‘위해서‘ 그 일을 덮으려고 하는데, 애덤의 다른 친구 홀든 때문에 올리브가 마음을 바꾸잖아요. 애덤이 자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줄을 확신하게 되니깐, 말해야겠다. 진실을 밝혀야겠다, 이렇게요.

아.... 너무 재미난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제게 왔을까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2:16   좋아요 0 | URL
저는 애덤이 올리브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녹취가 되었기 때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애덤이 무리하지 않게 되어서..

다만 탐이 그렇게 바로 해고된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건수하 2025-09-09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작 설정은 굳이…?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ㅎㅎ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걸 넘고 나니까 무척 재밌었습니다.

저도 올리브가 고민할 때, 그리고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는데도 조용히 헤어질 때 막 울면서 읽었어요. 친구이기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고, 또 논문도 도용될 위험이 있었고….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지만요.

특히 탐이 바로 학교에서 해고되는 것… 그건 정말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ㅜㅜ

바람돌이 2025-09-09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 러브 온더 브레인 재밌게 읽었어요. 인생로맨스까진 아니지만... 단발머리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지금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그 도서관이 내부공사들어가서 대출기한이 무려 280일... 그니까 공사 끝날때까지 반납 안해도 된다는.... 그래서 지금 이 책도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9-09 20:31   좋아요 2 | URL
요즘 엄청 무섭게 읽고 계신거 아시죠? 읽기 로봇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0: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AI설~~ 읽기 쓰기 겸용, 2025년도 최신 모델!
예약자에 한해 할인 혜택 가능~~~

바람돌이 2025-09-09 21:18   좋아요 1 | URL
여러분도 왼쪽어깨 한번 부러뜨리면 됩니다. 책 읽는거 말고 할일이 없습니다. 3시3끼밥도 남편이 다해줬다는... 손가락은 멀쩡하여 핸드폰으로 글쓰는것도 가능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병가 한달 남았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5-09-09 21:24   좋아요 1 | URL
아직 병가 한달…….
(기립) 브라보!!! 👏🎉🎊🙌🥳

건수하 2025-09-09 22:18   좋아요 1 | URL
러브 온더 브레인도 재밌군요~ 하나 더 읽어볼까나요 ^^

바람돌이님도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에 많이 불편하셨을텐데.. 그런데 이제 깁스 푸셨는데 한 달 병가가 남아있다니 이건 좀 부럽네요 ^^

단발머리 2025-09-09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인은, 주옥 같의 위의 페이퍼에서 5번 등장한 단발머리로서 ㅋㅋㅋㅋㅋ우리 올리브와 애덤의 <The Love Hypothesis>가 건수하님 인생 로맨스 소설로 선정된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원서를 본격적으로(?)으로 읽기 시작한 때로부터 적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왔습니다. 외적인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습니다만, 현재 이 순간에도 확인되는 것은 영어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그 소설 중에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이 책이고요. 오늘 낮에도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그 장면, 올리브가 애덤에게 첫 키스한 이후에, 애덤이 ‘Title 9‘ 이야기할 때 그게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래야만 하는 건데. 나중에는 우리가 다 알게 되잖아요. 애덤이 훨씬 예전부터 올리브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요.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던 그 지점, 고발하겠다... 이런 말이 전 좋더라구요.

섹스 나누기 전에는, 바로 ‘그‘ 중요한 순간에는 대화가 필요하죠.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습니다. 남주는 항상 챙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죠. 기다리라~~ 하고 남주가 있어야 할 것을 사러 나간 사이, 여주는 쿨쿨~~ 암튼 그랬습니다. 그 소설의 저자는 테사 베일리인 것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대학원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문과여서 사실... 잘 모르겠는 부분들, 올리브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환상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런 순간 너머의 알콩달콩 새콤달콤한 사랑을, 사랑의 순간들을 저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제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구요.

제가 건수하님 페이퍼에서 제 닉네임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가열차게 웃었는지.... 보여드릴 수는 없는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좋은 글 덕분에 오늘밤은 특히나 행복합니다!

건수하 2025-09-09 22:30   좋아요 1 | URL
애덤이 정말 고발하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본인이 올리브를 좋아하면서 타이틀 나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이틀 나인 얘기는 올리브랑 얘기를 좀더 하려고 한 얘기 아닐까 했는데 ^^

이공계 대학원생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전 행복합니다. 그런 얘기가 많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니까요! 그리고 그런 얘길 써준 작가에게 참 감사하네요 :)

구단씨 2025-09-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 책을 안 읽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요. ^^
언젠가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계속 언급된 것을 보고서,
마치 운명(?)처럼 이 책이 저의 보관함 속으로 들어왔는데,
이 페이퍼 보고 나니 더 갈증이 나고 있어요.
말랑말랑 로맨스로 힐링이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ㅎㅎ
너무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5-09-10 10:14   좋아요 0 | URL
구단씨님 안녕하세요 ^^ 이미 보관함 속에 넣어두셨다니, 이제 읽으실 때이군요!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