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이야기를 했던 건 수영장에 가는 길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구립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는데(아, 옛날이여~~), 줄거리를 말한 것도 아니고, 조너스가 살았던 사회에 대해 약간의 묘사를 해주고 있는데, 첫째 아이가 대뜸 "어? 엄마! 나 그 책 읽을래!" 그러는 거다. 그래, 그래, 하고서는 책을 사 주려 검색해 보니 이 유명한 책이 한 권짜리가 아니라, 4권짜리라는 걸 알게 됐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히는 엄마였지만 이 책은 명작이니깐 하면서 한글책을 사줬고. 원서를 검색하던 중에 4권이 한 권으로 묶여있는 걸 발견하고는 성경처럼 두꺼운 한 권짜리를 사 주었다.











신나게 읽고 나서는 독서모임에 가든, 다른 일로 외출을 하든 첫째는 이 두꺼운 책을 들고 다녔다. 한참을 들고 다니다가 이제는 밖으로는 들고 다니지 않길래 정리정돈 잘 안 하는 엄마지만 야무지게 책을 책장에 꽂아 두었다. 신기한 일은 밤마다 일어났다. 분명 꽂아두었는데 아침이면 책이 나와 있었다. 이 책 읽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왜 책이 나와 있을까. 다시 꽂아두면 그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책이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첫째야, 이 책이 자꾸 여기 있네. 내가 꽂아 뒀는데." "응, 내가 확인할 게 있어서. 어젯밤에 봤어요." "응, 그래." 그렇게 여러 번 읽었는데 도대체 뭘 확인해야 하는지 당최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오래오래 이 책은 밤마다 책장에서 불려 나와 침대 옆에서 시간을 보냈다.




















재작년 겨울, 같이 교보문고에서 놀다가 원서 코너에 갔는데 새로운 표지를 입고 나온 책들을 보게 됐다. 엄마, 나 이거 사 주세요. 아니.... 너는 그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데. 내용을 알아도 아주 속속들이 다 알 거 같은데, 왜에?라고 묻지 않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필요해? 읽을 거야? 묻고는 그 책을 사 주었다. 아이는 또 짬짬이 내가 모르는 때에 이 책을 책장에서 뽑아 침대에서 읽었다.


여러 번 읽고 싶은 책, 읽고 다시 읽는 책, 다 아는데 갑자기 뭔가 확인하고 싶어 밤중에 일어나 다시 펼쳐보는 책이 있다는 건, 그런 책을 만났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아이에게 이 책은 그런 책이었고, 그래서 이 책은 내게도 좀 각별하다. 아쉬운 건, 나는 1권 밖에 안 읽었다는 건데. 그때, 내 말 잘 들을 때, 나랑 많이 놀자고 할 때, 그 때 같이 읽을걸. 이제서야 조금 후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응?)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모조리 꺼내 기념사진을 한 장 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주인공 『기억 전달자』는 지난주부터 직장에 있는 관계로 귀한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원서를 확인해 보니 미리보기가 안 돼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페이지 찍어서 올려본다.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원서 같은 경우 여러 버전이 있고, 롱테일북스에서 나온 <The Giver 더 기버>는 영어원서, 워크북, 오디오북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출판사 직원 아님), 워크북에는 단어가 정리되어 있고 퀴즈도 있어 꼼꼼하게 공부하길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가 되어 줄 수 있다.











오늘 밤에는 조금 늦게 자려고 한다. 이렇게 1년이 지났는데도 자꾸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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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3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네권이나 되나요? 그래도 줄간격은 인간적이네요…

단발머리 2025-12-03 20:04   좋아요 1 | URL
보통은 <The giver>라고 하면 저 첫번째 한 권을 ㅋㅋㅋㅋㅋ 저도 그래서 한 권만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12-0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께서 같이 읽자고 하시는 줄 알았어요… 😄 추억의 책이군요!

단발머리 2025-12-03 21:27   좋아요 0 | URL
헤헤헤~~ 우리 알라딘 이웃님들 독서 계획 촘촘하셔서요 🤣
추억의 바로 그 책입니다! 😍

망고 2025-12-03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수영장 더 자주 다니셨네요 저는 일주일에 두번 가는데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책이 네권이나 있는거 몰랐어요 오호 재밌나 봅니다. 다음 원서읽기는 이 책으로 하셔도 좋을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5-12-03 21:32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ㅋㅋ데리고만 다녔지요. 저는 안 하고요. 그 때 아이들이랑 같이 하는 부지런한 엄마들도 있었거든요. 저는 워낙 게을러서 그 때 못 했네요.
1권 밖에 못 읽었지만 1권은 정말 명작 같아요. 다음 원서읽기는 이미 정해졌고요. 그 다음은 알쏭달쏭^^

다락방 2025-12-03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아름다운 페이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페이퍼에요.
좋아하는 책이 있고, 그것을 가끔 들춰보기도 한다는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운데, 그런데 그런 사람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 걸 알고, 게다가 그 책은 내가 사준 책이고.. 하- 저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로망의 실현인 것입니다!! 저도 타미가 책 읽고 얘기할 때가 참 좋았는데 말이지요, 요즘은 통 얘기하지 않네요...(아련)

단발머리 2025-12-04 20:0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페이퍼라고 하셔서ㅋㅋㅋㅋㅋ 밤인데 갑자기 상승 모드예요 ㅋㅋㅋㅋㅋㅋㅋ
여러번 읽고 싶은 좋은 책을 한 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근사한 일인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좀 각별하고요.
타미가 조금 더 자라면 다시 책이야기 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폭풍 전야이며...

한국에 눈이 많이 왔어요. 잠깐 내렸는데 청소기 돌리고 나서 밖을 내다보니 아주 하얀 세상이 펼쳐졌네요.
매일 여름을 살고 있는 다락방님에게 첫눈 소식을 전합니다. 펑펑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다락방 2025-12-04 20:2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방금 엄마랑 통화했는데 지금도 눈이 오고 있다고 하시네요. 친구가 눈 오는 사진도 보내줬어요. 여기는 오늘 완전 비가 퍼부었어요. 세상에, 눈이라니요!!

단발머리 2025-12-04 20:28   좋아요 0 | URL
내일 아침이 크게 걱정됩니다. 이제 눈이 덜 반갑고 미끄러운게 무서워지는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4 21: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렇게 된지 한참 되었습니다. 눈이 오면 짜증부터 났지요. 하.. 길 미끄러운데 출근 어떻게 하냐, 하면서요... (낭만파괴)

책읽는나무 2025-12-04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억 전달자 1권만 가지고 있어요.
저는 어디선가 선물받았던 것 같았는데…읽질 않아서 4권까지 있는 줄 몰랐네요.ㅋㅋ
근데 다시 들여다 본 기억 전달자 책이 좀 예쁘네요?^^
그리고 딸 아이와의 얘기도 예쁘구요.
아침에 아이 방 정리하러 들어가면 늘 책상 위에 나와 있던 책이었다는 썰은 참 특별한 책으로 기억에 남는 책이었겠습니다.
아. 그 시절 우리 아이들은 어땠나? 잠깐 회상했는데 떠오르는 책들이 그닥 없네요? 이런.ㅋㅋㅋㅋ 저는 지금이라도 소설책으로 얘기 나누고 싶은데 아, 애들이 너무 바빠보이네요. 저도 20대 때 넘나 바빴었지만 말입니다.ㅋㅋㅋ
부모와 아이들이 공유하는 추억이 깃든 책은 정말 귀한 책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중에 기억 전달자를 다시 접한게 될 때 단발 님의 따님 이야기가 오래 기억될 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5-12-04 20:29   좋아요 1 | URL
기억 전달자 1권은 가지고 계신 분들도,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으신 거 같아요. 책나무님 표지는 아마도 기억 전달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아주 늙은 노인의 모습일 거 같아요. 저도 그 책인데 이제 절판되었더라구요. 새 표지는 30만부 기념 개정판이라고 하더라구요. 진짜 많이 팔렸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첫째 아이도 많이 바빠져서 책 이야기는커녕 점심에 뭘 먹었는지도 모르네요. 시간이 참 야속하구요.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 없겠지만 변화를 느끼게 될 때 항상 저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책나무님 댓글은 한결 같은데 말이에요. 항상 사랑과 위로와 격려~~~ 🥰

icaru 2025-12-06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의 추억으로 서두를 풀어가는 유려한 글솜씨~~

단발머리 2025-12-06 19:26   좋아요 0 | URL
아이구야 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이 새록새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다 커버려서 추억에만 의지합니다^^

북프리쿠키 2025-12-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