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는 제인의 분신인가



















『제인 에어』에 대한 질문, ‘버사는 제인의 분신인가에 대해 쓴다.

 


공동 저자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미친 여자를 작가의 분신 혹은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189)로 보았다. 작가들이 자신들의 반항적 충동을 여자 주인공에게 투사할 수 없으니 괴물 같은 미친 여자에게 투사했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결론은 이렇다.

 


밤중에 나타나는 유령은 버사 메이슨 로체스터다. 그러나 비유적 심리적 수위에서 버사라는 유령은 제인의 또 다른 (사실상 가장 위협적인) 화신이다. … 즉 버사는 제인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어두운 분신이고, 게이츠헤드의 삶 이후 제인이 억제하려고 애써왔던 숨겨진 사나운 자아 고아 아이의 분노한 자아다. (635)

 


 

공동 저자들은 버사를 제인의 억눌린 자아, 분노한 자아로 보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두 사람의 해석은 물론이고, 스피박 혹은 다른 이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 또한 여러 해석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답을 찾아내고 그 답을 확증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답은 작품 속에 있다. 작품 안에 있다. 버사는 누구인가. 로체스터의 말이다.

 


















나는 그녀가 블랑슈 잉그램 형의 미인이며 키가 크고 당당한 체구에 검은 피부를 가진 여자임을 발견했소. (<제인 에어>, 136)

 

끊임없이 퍼부어대는 그 지독하고 얼토당토않은 심통이나 터무니없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혹한 명령을 견디어낼 수 있는 하인이 없으니… (137)

 

정신이 이상한 것과 같은 정도로 강건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 (140)

 

저 미친 여자는 교활하고 근성이 나빠요. (144)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결혼의 장애물인 아내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버사는 크리올(Creole: 1. (특히 서인도 제도에 사는) 유럽인과 흑인의 혼혈인 2. 서인도 제도나 남미 초기 정착민의 후예. 또는 미국 남부에 정착한 프랑스나 스페인 정착민의 후예/네이버 영어사전)의 딸로서 아름다운 미모와 재산을 미끼로 로체스터와 결혼했으며, 결혼 후 드러난 파괴적인 성격과 행동 때문에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불가능해져, 현재는 손필드의 다락방에 억류되었으며, 그레이스라는 간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한때 아름답고 찬란한 그녀가 이제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되어 동물처럼 생활하고 있다. 폭력적으로 행동하다 못해 오빠에게 칼을 휘두르는 그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로체스터의 일부는 브론테이다. 브론테가 알았든지 혹은 알지 못했든지 로체스터는 브론테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다락방의 여자에 대한 태도를 볼 때, 브론테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로체스터는 의심하게 된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 혹 나쁜 사람인지에 대한 평가 이전에, 그는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유럽에서 성장한 남성이다. 그 자신이 가부장제의 피해를 입었을 때(아버지가 형에게만 재산을 상속함) 그는 버사를 통해 피해분을 보충하려고 한다. 처음에 선의를 가지고 버사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결혼 이후 로체스터는 변했다. 로체스터는 버사가 변했다고 혹은 그녀의 어떤 면을 알지 못했노라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를 믿을 수 있는가. 로체스터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로체스터는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광기와 집착, 그리고 뜨거운 열정 역시 사랑의 한 측면임을 인정할 때, 로체스터는 그런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말 그대로 사랑의 화신이다. 나는 그의 그런 면을 사랑한다. 그의 광기와 집착을, 그리고 불같은 뜨거움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로체스터의 말을 믿을 수는 없다’. 그의 주장을 그의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변심한 남자의 말이기 때문이다.

 



 














광기란 무엇인가. <여성과 광기>에서 필리스 체슬러는 개인에게 부과된 상투적인 성역할을 총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거부하는 것광기라고 정의(<여성과 광기>,182)했다. , 버사가 여성적인 성역할의 수행을 거부했을 때, 그녀는 미쳤다고 여겨졌다. 로체스터가 버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그녀의 육체적 강인함과 남편에 대한 불순종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를 제압할 정도의 완력과 노골적인 불순종, 듣기에 불편한 험한 말들과 주위를 울리는 큰 목소리. 여성이 이런 기질을 지속적으로 발산할 때, 미쳤다고 여겨지는것처럼, 버사 역시 미쳤다고 여겨졌다. ‘미쳤다기 보다는 미쳤다고 여겨졌다’.

 

 



그렇다면,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버사는 제인의 분신인가. 버사는 제인의 가장 진실되고 가장 어두운 분신인가. 나는, 버사를 제인의 분신으로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오히려 버사를 식민지 혹은 유색인종 여성으로 해석한 스피박의 해석 쪽으로 끌린다.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고자 했던 제인의 페미니스트적 열망, 혹은 이에 집착하는 해석들은 여성 인물들을 남성인물로부터 해방시켰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버사로 대표되는 식민지 혹은 유색인종 여성을 희생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 해방을 표방하는 유럽의 진보적 페미니즘이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대의명분을 상기시킬 수 있기에 위험하다. 스피박은 제인을 페미니스트적 개인주의를 실천하는 인물로 읽어내는 비평이 "식민 지배자의 사회적 사명의 영광을 위하여 버사를 스스로 희생하는 식민 주체로 구성하는 일이며, 이는 결국 제국주의가 휘두르는 인식론적 폭력(epistemic violence)과 다르지 않다고 맹렬히 공격한다(Spivak 251).

(<손필드 저택의 세번째 이야기 : 서발턴 텍스트로 다시 읽는 『제인 에어), 임경규)

 

 


버사를 식민지 혹은 유색인종 여성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존경하는 서재이웃 바람돌이님은 최근의 페이퍼에서 피부가 검다는 표현이 딱 한 번 나오지만 그게 인종적 특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개인적 피부톤의 차원으로 이해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쓰셨고, 또한 이를 3세계에 대한 차별로 이해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쓰셨다. 이 페이퍼의 댓글에서 존경하는 서재이웃 꼬마요정님은 버사가 피부톤이 어두운 건 그 태양이 작열하는 곳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았다는 의미일 것이라 쓰셨다.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인데, 작품에 딱 한 번 나온 검은 피부라는 표현은 버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종의 구성 과정을 돌이켜 볼 때, ‘희다는 것, ‘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인이 기준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방송인 노아 트레버는 자랄 때 백인취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그를 백인으로 대우했다. 학교에 다닐 때 노아는 유색인으로 분류되었고, 미국에서라면 그는 분명 흑인이다. 그는 흑인보다 하얗고, 백인보다 검다. 흑인과 있을 때 그는 백인이고, 백인과 함께 있을 때 그는 흑인이다. 버사는 백인인 로체스터가 보았을 때 검은피부의 사람이다. 검은은 우리가 피부색으로서 흑인을 떠올릴 때의 검은이 아닐 수도 있다. 아시안인 우리의 피부와 비교했을 때 버사는 분명 하얀피부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체스터, 이 믿을 수 없는 사람 로체스터에게 버사는 검은피부의 사람이다. 이러한 버사의 가시적 이질성은 그녀에 대한 로체스터의 혐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녀의 검은 피부가 미움과 변심의 시작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버사를 제인의 분신으로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버사의 죽음을 통해 얻어진 제인의 결말때문이다. 제인은 손필드를 탈출했고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자신의 의지와 결정으로 로체스터와 결혼했다. 하지만, 버사가 살아있었다면? 손필드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버사가 살아있었다면? 제인은 그와의 행복한 결말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제인의 행복은 언제 완성되었는가. 버사가 죽었을 때다. 중혼의 위협, 정부로의 비도덕적이고 불안정한 지위를 복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버사의 죽음뿐이다. 제인의 행복은 버사의 제거, 버사의 죽음을 통해서만 획득되는 것이다. 만약, 버사를 제인의 분신으로 해석한다면, 버사를 제인의 억눌린 자아로 해석한다면, 버사의 죽음은 제인의 일부가 죽었음을 의미한다. 로체스터와 맞서는 나, 로체스터와 싸우는 나, 로체스터에게 부담을 주는 나, 가 사라진다, 는 뜻이다. 남은 것은 로체스터와 결혼하는 나, 로체스터의 아내가 되는 나, 로체스터의 동반자가 되는 나, 바로 그런 제인인 것이다.  

 

















1세계 페미니즘과 제국주의 결합이라는 비판이 날카롭게 읽히지만, 또한 스피박이 최근의 저작 『읽기』에서 자신의 논문에 근거해 샬럿이 인종주의자로 읽히는 것에 우려를 표했지만, 나는 스피박의 해석이, 스피박의 불편한 해석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읽힌다. 이제 남은 의문은, 그렇다면 나는, 제인처럼 제1세계에 속한 사람인가 아니면 버사처럼 제3세계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것인데.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진짜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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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인 에어> 를 읽고
    from 수하의 서재 2022-12-08 10:40 
    <제인 에어>를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제인이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실망해서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지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폭풍의 언덕>도 왜 훌륭한 소설이라고 하는게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좋아하기 힘들었기에, <제인 에어>도 꼭 다시 읽어야 할까 생각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읽은 <제인 에어>는 참
 
 
2022-12-04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12-04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라?! 🧐 젊은 단발머리님의 다미여 읽기 과정 좋은걸요. 자극 받고 저도 이제 책을 꺼내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12-05 19:11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고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ㅋㅋㅋㅋ 귤 한 상자 준비하셨나요?
비타님의 모든 겨울 페이퍼에는 귤이 나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귤의 힘으로 다미여 독파하시길!!!
(저도 어제 작은 거 한 상자 샀어요)

책읽는나무 2022-12-04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젊으시군요?? 이 추운 날에..ㅋㅋㅋ
단발님의 글을 읽으면 다독에 정말 꼼꼼하게, 그리고 무수히 생각을 깊게 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전 그저 왜 그럴까? 물음표로 남겨 두고 책을 덮고 마는데, 단발님은 물음표를 결국 마침표로 정의를 내리시는 과정을 여러 번 목격함으로 더욱 존경하게 만들어버립니다!!ㅋㅋ
저는 제인의 결말이 왜 그렇게 찝찝했었는지 이유를 잘 몰랐거든요. 그렇게 사리 분별 똑바르던 제인이 손필드로 돌아왔더니 버사가 죽어 없어짐으로 옳다쿠나! 싶어, 로체스터와 결혼을 결심하여 자식을 낳고 잘 살았다고 결론을 내려버린 지점이 너무 샬롯답지 않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인과 로체스터와의 결합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버사의 부재가 필요하긴 했을 테지만 왜 하필 잔인하게 불에 타 죽여 없애버렸을까? 그런 의문도 들었구요.
버사가 작가의 분신이 아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란 단발님의 글을 읽으니 아...그렇구나?? 이제 조금 이해가 가네요?ㅋㅋㅋ
그래도 여전히 버사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로체스터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샬롯 브론테 작가가 살아 있었다면 당장 찾아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에요.
알라디너님들의 여러 평을 읽으면서 조금 공감 가기도 하고, 궁금증 아니 의심이겠죠?
의심이 여전히 들기도 하구요^^
그래서 다미여 뒷편 샬롯 브론테 편 조금 기대가 됩니다

단발머리 2022-12-05 19:15   좋아요 1 | URL
저, 아직 아이스를 마시는 젊고 파란 젊은이로서 ㅋㅋㅋ 거짓말입니다. 늙고 허리가 아픈 ㅋㅋㅋ 그러나 아이스를 외치는!!
버사를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면에서는....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책나무님 말씀대로 너무 강한 응대 같기도 하고요.

저는, 버사를 작가의 분신 혹은 제인의 어두운 자아가 아닌 ‘타자‘로서 이해했는데, 이것 역시 스피박의 해석이 맞지 않을까 하는, 그런 추측일 뿐이라서요. 책나무님 브론테님에게 물어보셔서 답 얻으시면 저도 좀 ㅋㅋㅋㅋ 가르쳐 주시옵소서.
전, <빌레뜨> 읽겠다고 다미여 잠시 중단인데 정말 큰일입니다. 어쩌지요? @@

바람돌이 2022-12-04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존경하는 단발머리님! 이 글 너무 좋아서 읽고 읽고 또 읽게 되네요 ^^
버사의 출신이 정확히 무엇이었든 또는 꼬마요정님 말처럼 태양아래 자유롭게 활동하던 여성의 피부였기 때문이든 중요한 것은 그녀의 피부가 검은 편이었다는 것, 그것이 로체스터라는 19세기 영국의 전형적인 가부장에게는 자기 아내의 조건으로 탐탁치 않은 결정적인 조건이 되었을거라는 얘길 들으니 갑자기 로체스터의 내면이 훅 와닿아요.
그의 꿈은 자신이 원래 있던 영국부르조아 사호로 복귀하는 것인데 그런 자신에게 이런 검은 피부의 또는 지나치게 활동적인 식민지 출신의 아내는 끊임없이 자신의 지위와 존재를 위협하는 그런 존재가 되었겠죠. 로체스터가 절대적으로 자신의 아내 버사를 미친 여자로 만들수 밖에 없었던 욕망이 너무 잘 느껴져서 지금 단발머리님 만세 외치고 있습니다. ^^
이렇게 본다면 제인 역시 버사의 죽음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존재가 되는데, 이는 어쩌면 당대 식민지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부에 눈멀어 그곳에서 자행되는 온간 인권유린이나 착취에 눈감고 애써 정당화하던 제1세계의 지식인들의 세계인식문제로도 확산해서 생각해볼수도 있겠다 뭐 그런 생각도 드네요. 소설 한권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생각의 줄기가 얼마나 길고 다양할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보는 기분입니다.

단발머리 2022-12-05 19:21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버사를 다시 관찰하면서 검은 피부, 육체적 강인함, 불순종, 다른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버사를 미친 여자로 몰아가는데 유효하게 쓰였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페이퍼에 쓴 대로, 제가 사랑했던 남자지만(왜 이렇게 남자를 사랑하나요 ㅠㅠ)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하는 말들이 그 자신에게는 진실일지라도, 버사에게는 모두 날조된 진실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더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제1세계의 여성들이 개인으로서 남성과 사회 앞에 당당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3세계 여성들의 희생과 착취에 근거한 부가 필요했다는게 스피박의 논문에서도 나오는데요, 바람돌이님께서 댓글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니 이해가 잘 되네요.
좋은 글,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12-04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멋진 해석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제 이 챕터 읽었는데. 그런가? 했네요.
아무래도 제인에어를 다시 읽어보아야 겠어요.

단발머리 2022-12-05 19:22   좋아요 1 | URL
햇살과함께님께 제인에어를 다시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전할 수 있었다니 제가 더 좋네요.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님^^

꼬마요정 2022-12-04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체스터는 나쁜 놈이고, 그 시대나 그 이전 시대나 지금이나 그런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고 거기에 돈 혹은 작위 등을 가진 여자들이 많이 희생되는 것 같아요. 여자가 왕 혹은 최상위 계급의 수장이 될 수 없기에 그렇겠죠? 버사는 로체스터에게 재산을 줬고, 로체스터는 목적을 이루자 그녀의 존재 자체가 주류에 들기에는 미달이니까 거추장스러워져서 인형처럼 만들려다 버사가 미쳐버리고… 그런데 아예 버사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으나 죽지 않아서 ‘중혼’이 되어버리잖아요. 만약 그 때 결혼식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샬롯은 왜 버사를 크리올로 만들어 데려왔고 제인과의 결혼을 막았고 버사가 불을 지르게 했고 로체스터를 불구로 만들었을까요? 버사와 로체스터는 인종주의자, 제국주의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함일까요? 제인은 왜 떠나지 않고 돌아왔을까요?

전 마지막에 제인을 보면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 생각나요. 막심이랑 결혼한 나는 어린데 시골에 살아야 하고!!! 제인은 아픈 로체스터랑 놀러도 못 다닐거고!!! 오히려 영화 <팬텀 스레드>의 알마가 더 멋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단발머리님 글은 마법입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시네요^^

단발머리 2022-12-05 19:31   좋아요 2 | URL
네, 꼬마요정님! 말씀하신대로 로체스터는 재산이 필요해 버사와 결혼했지만 그녀의 여러 가지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눈에 띄고 반항하고 게다가 미모와 체구에서 느껴지는 위압감도 있었을테고요.

버사로 인한 로체스터의 불행은 결국 로체스터와 제인과의 위계를 허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녀취급을 받던 가정교사인 제인이 로체스터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로체스터의 신분이 더 추락할 필요가 있었을 테고, 그 중의 일부는 그의 범죄(혹은 죄악)에 대한 응보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보고요.

제인이 돌아온 건, 세인트 존이 하도 엉망이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세인트 존이 잘생겼다고 나오잖아요 ㅎㅎ 나이도 로체스터보다 훨씬 어리고요. 그래도 세인트 존은 진짜 못난이니까요. 지금에야 우리는 ‘낭만적 사랑‘의 결실로서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당시로서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파격적인 일이었을테니까요. 그래서, 제인의 돌아옴 그리고 로체스터와의 재회는 제인에게는 ‘승리‘의 느낌으로 그려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꼬마요정님 댓글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꼬마요정님의 댓글은 마법입니다!!

다락방 2022-12-05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님. 이 글이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 님 글은 언제나 좋았지만 이 글은 그중에서도 압권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단발머리 버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단발머리 님, 우리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갑시다. 빠샤!!

단발머리 2022-12-06 07:10   좋아요 0 | URL
같이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제인 에어‘라서 더 몰입하게 되네요 ㅋㅋㅋㅋㅋ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우리 같이 계속 추적해봐요. 아자아자 빠샤!!!

건수하 2022-12-0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은 버려두고 안 읽으려던 <제인 에어>를 읽는 중인데, 단발머리님 글이 올라와서 더 생각하면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 로맨스를 너무 많이 읽어서인가 로체스터의 작업 부분이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있지만...)

<제인 에어> 생각보다 엄청 재밌네요. 역시 이것도 너무 어릴 때 읽었던 게 문제가 아니었을까.. 다들 중학생 때 많이 읽는 것 같은데 ‘너무‘ 어릴 때는 아니었더라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네요. 어쨌든 다시 읽으니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버사가 (이제 막 침대에 불을 질렀는데) 제인과 상당히 대치되는 인물이라.. (피부색, 몸집, 기타 등등) 숨겨진 자아라고 보는 관점도 이해가 되기는 해요. 왜 굳이 그렇게 설정했을까... 그치만 <교수>에서 보면 브론테가 제국주의적인 성향이 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대륙인 (벨기에, 프랑스) 엄청 무시하고 가톨릭도 싫어하구요.

단발머리 2022-12-05 19:35   좋아요 1 | URL
수하님! 다음에 제인에어 관련 페이퍼 쓰신다면 로체스터 작업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시면 너무 좋을것 같아요. 순전히 저의 바램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교수>에서 (반 읽은 사람) 화자의 제국주의적 측면보다 그가 남성이라는 측면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수하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정확히 캐치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수하님 말씀 듣고 보면 뼈때리는 스피박의 해석이 정말 정확한 듯 하고요. 우리 이렇게... 브론테 언니 내면에까지 진출하는 겁니까? ㅎㅎㅎ

건수하 2022-12-05 20:19   좋아요 0 | URL
그 작업이 유효한지는.. 책에 나오는 거 아닐까요? ^^

공쟝쟝 2022-12-05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설득됐어요!!! 저도 스피박에 한 표 입니다!!!! ㅋㅋㅋㅋ 나 <제인 에어> 읽은지 얼마 안된 거 너무 좋아요. 그래서 스피박을 샀는 데 스피 박 언니가 에피스테몰로지 이야기 해서 울고 덮었어요. (응?) 암튼 빌레뜨로 나아가면서 저도 이제 <다미여> 본격독서 하려고합니다! 아무래도 알찬 12월이될 거 같죠? 뜨거운 뒷 이야기 페이퍼 부탁합니다!

단발머리 2022-12-05 19:38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 스피박, 과하네! 이렇게 읽었단 말이에요. 근데 버사를 제인의 분노한 자아로 볼 수 없다(왜냐면 죽여야 하니까)까지 진행해 보니까 그럼 타자인 거에요. 외부야, 버사는.... 그러니까 스피박의 해석이 맞았나? 맞는가? 막 이렇게 가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스피박 언니는 나 한 표, 쟝님 한 표 해서 총 2표를 얻으셨고요. 출력했는데 나는 한 쪽을 읽은 그 논문은 내 컴에 있지만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읽어보셔도 좋아요^^ 뒷이야기는 숨 좀 돌리고.... 그라고 쓸려고요!!

공쟝쟝 2022-12-05 21:19   좋아요 1 | URL
정말 너무 지적이야 ㅜㅜ 단발머리님한테는 매번 치이고 만다.. 내 심장을 가져가요 ㅋㅋㅋ 아니면 단발님의 그 친절한 두뇌를 좀 가져다 주세요. 난 좀 가지고 싶네 ㅋㅋ

단발머리 2022-12-06 07: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논문 제목은 아시겠지만서도 <Three Women’s Texts and a Critique of Imperialism/세 여성의 텍스트와 제국주의 비판>

유부만두 2022-12-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뜸한 사이 (오래 뜸뜸했지만) 이런 멋져버리는 독서 활동들을 하고 계셨군요. 아 샘나고 좋네요. (팔을 걷어부치고 책 사러 갑니다)

단발머리 2022-12-06 14:53   좋아요 0 | URL
팔 걷어부치고 책 사시면 꼭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책탑의 아름다운 향연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