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사전투표를 마쳤기에, 수요일 아침에는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만료일이 6월 4일인 무료 커피 쿠폰을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집을 나섰다. 커피값보다 더 많이 쓰게 되는 요상한 형국이지만, 이번 외출에는 스트라우트도 함께 해서 마냥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러나, 그날 밤.

사노 요코의 책이라고 기억하는데,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대목이 나온다. 아, 그러니깐. 그건 어쩌냐. 나도 모르겠다. 이제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하겠지. 톤 자체가 비관적이거나 암울한 건 아니었고, 이제 나는 거기에서는 한 발 벗어나 있다,의 느낌이었다. 필립 로스의 소설적 자아인 주커먼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모르겠다,의 심정.
그래서 알게 된 건데, 나는 아직도 젊은가 보다. 그러니깐, 내란 청산이 아직 되지 않았고(실제는 그 첫걸음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고), 내란 수괴가 저리도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총을 겨눈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당이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었는데. 그 정당에서 내놓은 사람이 내가 사는 메가시티 서울의 시장이 되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울화가 처민다. 아니, 참내.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양갈비 광화문 감사의 정원은 어쩌고, 출근용이라는 한강 버스는 어쩌고. 철근 누락 순살 GTX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가 말이다. 나만 상관있나.

그래서, 나는. 툭하면 과몰입하는 나는, 오늘의 일상을 근사하게 만들어보고자 다꾸에 마음을 두기로 한다. 5월 말에 주문한 다이어리가 도착했고, 심사숙고해 고른 깜찍한 마스킹 테이프가 도착하였으나. 아... 그랬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몰라. 새로운 다이어리 쓰기 일주일 만에 녹다운. 다이어리를 적는 것도 일이네요. 큰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걸 할 수가 없네요, 저는. 그래도 동그란 그거, 그게 뭔지 궁금해하시는 다락방님을 위해 사진 한 장 올려드린다. 이게 마스킹 테이프예요. 아주 예뻐요. 작고 예뻐요.
옥스포드 모눈종이 노트에 날짜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멋진 해빗 트래커 만들어보려 했으나. 웬걸, 이미 노안이 당도한 눈이었음을 잊어버렸었다. 칸도 작고, 글씨도 작고, 뭐든 다 작아서, 다꾸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돋보기를 먼저 구입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다꾸 도전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나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어제 도서관에서 가져온 친구들은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들이다. 희망도서 신청하고는 곧잘 잊어버려서 책을 받게 되면, 아, 내가 언제, 이 책을 어디서 알고(듣고) 신청했지? 모드이기는 한데, 이 책들은 반갑게 맞이했다. 도서관 2층에서 사이좋게 기념사진 찍어주시고.

나의 현실은, 오세훈이 서울의 시장인 현실이다. 나는 이 현실에서 탈출해야만 하고, 현실을 벗어난 그 어딘가에서 가능한 오래 머물고 싶은데, 거기에는 오세훈 보다 더 한 놈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If Anyone Builds It, Everyone Dies: Why Superhuman AI Would Kill Us All』. 날 죽이려 하는, 전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AI, 초지능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 그리로 들어가 보자. 꼼꼼히 살펴보자.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그것이 '만들어진 존재crafted'가 아니라 '자라난 존재 grown'라는 점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과는 다르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가깝다. 즉, 엔지니어들은 AI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이해하지만, 그들이 만든 AI의 '마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모른다.([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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