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들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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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스토킹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으면서 그냥 살인을 저지르는 흉악범들이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뉴스에서 보여줄 때 '인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저들에게 인권은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이죠. 귀한 생명이 저들의 손에 의해 마감되고 가족들은 괴로움이 가득한 남은 생을 살아갑니다. 앵무새처럼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가해자들은 과연 누구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걸까요? 보루 작가의 소설 <사라진 사람들>에는 연쇄살인범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람 소리에 잠이 깬 주혁은 옆자리가 비어 있는 걸 느낍니다. 왠지 오싹한 기분이 전해지는 가운데 아내 수란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없는 번호로 나오는 아내의 휴대전화. 언젠가 휴대폰을 바꾼다고 했던 아내의 말이 떠올라 기다려보지만 연락도 없이 귀가가 늦어집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아들이 결혼한 사실도 모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모님 전화번호를 찾아 걸어보지만 모르는 사람 취급합니다. 경찰서에 찾아가 아내가 사라졌다며 신고를 하지만 지갑 속 웨딩 사진에도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우연히 아내 친구를 길에서 만난 주혁은 아내의 행방을 묻지만 분명 친구라 말했던 이 사람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뭐죠? 방금까지 아내 안부를 묻던 그녀였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한다? 이상해도 뭔가 단단히 이상합니다. 아내 친구와 이상하게 헤어지며 기절했던 주혁은 낯선 장소에서 깨어나고 그곳에서 아들이 사라진 정연, 어머님이 사라진 보배, 딸이 사라진 장수를 만나게 되죠. 사라진 이들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습니다. 같은 사정을 공유한 이들은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그들의 가장 소중한 이들의 흔적을 지운 것인지 찾아 나섭니다.

아내의 행방이 묘연해 경찰서로 이동할 때 탔던 택시 기사, 아내 친구의 회사에서 갑자기 끼어든 직원, 의외의 장소에서 자꾸 만나는 나진, 이 외에도 곳곳에 감시자가 포진되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듭니다. 아내는 어디로 사라졌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의 정체는 뭘까요? 아내의 행방이 묘연해진 후 사라졌던 이들의 사진이 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수, 보배, 정연입니다. 뭐죠?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 책은 인권 변호가, 국회의원이 사회자를 중심에 두고 중범죄자에 대한 형벌과 인권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한 교도소에서 시험 운행 중인 '참회의 시간'에 대한 내용이 나오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시행되는 제도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되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뇌과학 박사가 등장했고 새로운 기억을 주입해 자신이 벌인 범행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주혁이 주인공인 책 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 같은데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 토론 내용이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과연 인권이 존재할까? 법이 정한 대로 처벌을 받으면 이 사람은 죗값을 치렀다고 할 수 있을까? 반성문을 쓰고, 모범수로 복역하면 감형해 주는 우리 법은 과연 누구의 편에서 이런 집행을 하는 것인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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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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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PIN 시리즈 두 번째로 만난 도서는 <어느 날의 나>입니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의 하루에는 좋은 일도 있고 좋지 않은 일도 함께 한다는 것을, 밋밋하지만 나와 함께하고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주란 작가의 책은 <어느 날의 나>를 통해 처음 만나는데요. 특별히 자극적이라거나, 깊은 깨달음을 준다거나, 감동적이라든지 하는 특별한 요소는 없었어요. 그런데 차분한 마음으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그냥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런 것 같아요. 10월부터 12월까지..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그날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88년 생인 유리는 휴무일이면 전에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동네에 갑니다. 동네 할머니 드릴 간식거리도 사고, 우물쭈물 망설이는 주인아주머니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유리와 함께 사는 언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어요. 나이 때문에 이제 막 쉬기 시작했지만 주변에선 재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쉴 땐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죠. 음식의 마무리는 '파'라는 신념, 딱 언니 같은 느낌의 커튼을 구입하는 언니를 보며 저마다 취향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고, 함께하고 싶을 땐 또 확실히 함께 합니다. 동네 친구 재한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터널을 지날 땐 잠들어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터널을 통과해 봤다는 사실로도 좋습니다. 글을 쓰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내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가서는 언니의 모습에서 또 자극을 받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요. 그렇게 소소하게 각자 힘을 내고 내일을 준비하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살아가지 않나 해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딱 어울리는 소설인 것 같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별것 아닌 그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래서 우리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게 됩니다. 적당히 포근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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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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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

<숲속의 로맨스> 제목 참 로맨틱하지 않나요? 표지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르게 제목은 로맨틱합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표지 속 큰 저택은 아무래도 책 속에 등장하는 오랜 시간 사람이 들지 않았던 수도원 같은 느낌입니다. 번개가 치는 날씨인 것 같은데 맨 꼭대기에 한 여인이 보이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한 이 여인이 주인공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고딕 소설의 선구자라는 영국 작가 '앤 래드클리프'의 작품을 고딕서가를 통해 만나게 되네요. 1790년대 원고료가 가장 비싼 작가였다고 하니 당시 인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비정한 아버지로 인해 수도원에 가야 했던 아들린. 수녀가 되기를 거부했던 아들린은 수도원을 나온 후 두 남성에 의해 감금되었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라 모트의 손에 넘겨집니다. 이 라 모트라는 자는 명석했지만 결단력이 약하고 나약한 성정에, 악덕을 일삼는 자였어요. 그래도 한 가닥의 양심은 가진 자라 야밤에 국왕의 눈을 피해 도망자의 신세면서도 영문도 모른 채 떠넘겨진 아들린을 책임지려합니다. 누군가 쫓아오지 않을까 밤낮을 달려 깊은 숲속에 이르렀고 한때는 몽탈 후작의 수도원이었으나 몇 년째 방치 상태인 폐허 수준의 수도원에 몸을 숨기기로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방들과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방들에서 기이한 소리도 들려오고 과거 갇혀 있었던 것 같은 누군가의 일기도 발견하며 으스스 한 상황은 계속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몽탈 후작이 수도원에 모습을 드러냈고 도망자 신세인 라 모트는 후작을 보고 떨기 시작하죠. 라 모트의 약점을 쥐고 있는 몽탈 후작은 한눈에 반한 아들린을 손에 넣기 위해 라 모트와 계략을 꾸밉니다. 아들린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아버지를 들먹이며 후작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는 라 모트. 깊은 숲속 수도원에 갇힌 신세인 아들린은 이들을 피해 달아날 궁리를 해 보지만 쉽지 않네요.

라 모트의 하인 페터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하려 했던 아들린은 후작의 하인에게 붙들려 후작 앞에 놓인 상황이 되고 자신의 청을 받아달라고 강요를 하는데요. 후작을 피해 또다시 달아나려는 아들린 앞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가 등장했어요. 바로 후작 곁에 있던 기사 테오도르입니다. 후작과 라 모트가 꾸미는 계략을 아들린에게 알려주려 하다 후작에 의해 가로막혔지만 탈영을 감행하며 아들린을 돕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뒤쫓아 온 기사들에 의해 상처도 입고, 앞날이 걱정되는 테오도르와 아들린입니다. 이들은 무사히 후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원한다면 언제든 여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그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린을 통해 억압된 여성의 몸부림이 전해집니다. 가부장적인 그들의 그늘 아래만 있던 여성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앤 래드클리프는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숨 막히는 추격전, 서서히 드러나는 출생의 비밀 등 이들의 이후 행적이 궁금하시다면 꼭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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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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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삼부작 2

『청 춘』

토베 디틀레우센의 에세이 암실문고 코펜하겐 삼부작 중 두 번째는 <청춘>입니다. '어린 시절'에 이어 본격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토베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과는 너무도 달랐던 과거였기에 여자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시기입니다. 이 세상 모든 남성들은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나왔는데 왜 여자들이 더 숨죽여 살아야 했던 시절을 겪어야 했는지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네요.

토베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수시로 바뀌었고 '정착'의 개념과는 조금 먼 그런 직장 생활을 했어요. 토베가 다니는 직장을 통해 여러 타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를 탐하려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진짜 왜 이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요. 일하고 있는 토베의 뒤에서 상사가 껴안고 가슴을 만지질 않나, 여직원들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질 않나, 현실에서였다면 분명 성희롱, 성추행으로 벌써 은팔찌 차고도 남을 일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자신이 원해서 일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부추겼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하네요. 그야말로 '여자는 남자 잘 만나 시집 잘 가면 최고'였던 시절이었고, 히틀러가 집권을 잡은 시기라 더욱 불안한 청년기를 보내야 했던 토베입니다. 열여덟 살이 되면 따로 나가 살고 싶은 토베의 꿈은 시를 쓰는 것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은 그녀, 지금은 동시 같은 수준의 시라도 그녀가 삶을 지탱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를 쓸 공간이 갖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시를 원 없이 쓰고 싶은 소녀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토베가 쓴 시에 대해 훌륭하다고 말해 준 편집자의 죽음, 책을 빌리며 도움을 받고 싶었던 사람은 사라지고, 이모부와 이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토베에겐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자신을 통해 가정에 필요한 일정한 금액의 자금이 필요로 하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마냥 손 놓고 있기에도 힘든 토베입니다. 부모님 역시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면 토베가 느낄 부담감은 반 이상 줄어 있지 않았을까요. 이사를 계획하면서 토베에겐 비밀로 했고, 놀라게 해 주고 싶어 얘기를 안 했다는 답변과 방 세 개 중 하나는 토베의 방이 될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부모님은 또다시 토베에게 기댈 생각을 하는 거겠죠.

드디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우연히 만난 남자를 통해 '밀알'이라는 잡지를 알게 된 토베는 자신의 시를 몇 편 실은 적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 세 편을 편집자에게 보냅니다. 그중 한 편이 실리게 될 거라는 편지를 받고 굉장히 기뻐하죠. 원고료는 받지 못하지만 시가 잡지에 실리고, 시집을 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도 받고, 점점 꿈에 다가가는 토베입니다. 나이 많은 편집자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어머니는 결혼하자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하는 의문만 생기네요. 어쨌든 토베가 원했던 대로 시집이 출간되었어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토베는 해내고야 말았네요. 토베 디틀레우센의 코펜하겐 삼부작 마지막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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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구로즈미 히카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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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21년 개봉한 스다 마사키,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 영화를 노벨라이즈 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읽었습니다. 20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20대 때 저의 추억을 소환하며 그 시절로 데려다줍니다. 달콤하기만 할 것 같았던 첫사랑,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음을 시간이 흐르면서 느꼈던 것 같아요. '왜 세상엔 영원한 게 없을까' 궁금했던 20대였던 것 같네요. 

2015년 하치야 키누는 스물한 살 대학생입니다. '면과 여자대학생'이라는 이름의 라면 블로그를 운영하고, 미라를 좋아하고, 개그 콘서트를 즐겨보며, 막차를 놓치기 일쑤인 평범한 여대생이죠. 야마네 무기 역시 스물한 살의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난한 대학생입니다. '가위바위보 규칙이 이해가 안 되고, 스트리트 뷰로 근처를 검색하다 자신이 모습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순진해 보이는 남학생이죠.

키누와 무기는 우연히 막차를 타러 가다 만났습니다. 두루마리 휴지를 껴안고 막차를 타러 들어가던 키누는 무기와 부딪히고, 카드 잔액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한 무기와 만나게 되죠. 역 안에 키누와 무기 외에 막차를 놓친 두 명이 합류해 네 명이 첫차를 기다리며 심야영업 카페에 가게 됩니다. 첫 차가 다닐 때까지 함께 있기로 하고는 키누와 무기만 남기고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가버렸어요.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전화를 받는 사이 무기의 학교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곤 마음이 상해서 나오고 말아요. 벌써 이 부분에서 그를 향한 사랑이 시작됐구나 싶었지요.

이들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다 연인으로 발전하는데요. 무기와 키누에게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취향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거의 일치합니다. 보통은 나와 반대되는 사람을 만난다는 얘기가 있죠? 그런데 나와 거의 일치하는 사람을 만난 이 두 사람은 얼마나 찰떡 케미를 보여줬을지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었는데요. 부기 자격증을 따고 먼저 일을 시작한 키누와 힘들게 취업에 성공한 무기. 무기는 퇴근시간이 빨리 좋아했지만 당장은 바랄 수 없는 희망 사항이었던 거죠. 매일 늦고 집에 와서도 일만 하는 무기와 그런 무기 옆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키누. 당연한 수순을 밟기 시작하는 연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직하려는 키누에게 '노는 거'라며 핀잔을 주던 무기는 결혼해서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하는데 그게 과연 키누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홀로 있을 때 외롭다 느끼지 않았던 모든 일들이 함께 있으면서 외로워졌다면 그건 누구의 탓일까요? '~때문에', '그럼 그렇게 해'하며 상대방을 탓하는 행동에서부터 이미 이별은 그들 옆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해요. 두 사람은 처음 시작했던 장소에서 끝맺기도 하는데요. 웃으며 헤어지는 두 사람이 그래도 예뻐 보였던 건 청춘이 아름답기 때문인 듯합니다.

영화 속 무기의 일러스트가 포함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읽고 나니 영화도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아름다웠던 우리의 20대, 풋풋했던 사랑 이야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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