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이 사는 맛 - 시대의 어른 채현국, 삶이 깊어지는 이야기
채현국.정운현 지음 / 비아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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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그리운 시절.

 

세상일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는 어른을 만나고 싶은 시대.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은 많지만, 어른은 없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곳에서 원로들의 모임이라든지,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말은 많이 있지만, 과연 진정한 원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나이가 든 사회 각층에서 한 자리 했던 사람들이란 의미로 원로란 말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로는 그런 의미가 아닌데. 우리가 어른이라고 했을 때 그냥 나이 먹은 사람을 말하지 않듯이.

 

삶의 경륜이 온몸에 묻어 있어, 그것이 삶의 지혜로 나타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원로이고, 어른인데... 아무나 어른이 될 수 없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그런 어른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냥 나이 드신 분들만이 있을 뿐.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데, 생물학적 나이만 먹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진정한 어른으로 존재할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래서 더욱 어른이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이 때 참으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분인데, 그럼에도 이분을 어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생물학적인 나이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지혜를 갖추고 그것을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만이 듣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책으로 펴냈다. 귀한 책이다.

 

어른의 이야기를 책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살아가는 어른도 있다는 사실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책의 제목이 된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말, 우리는 단맛을 추구하지만 어디 인생에 단맛만이 있겠는가. 쓴맛과 단맛이 모두 어우러져야 그것이 인생이지. 그런 점에서 쓴맛이 사는 맛이라고 한 말은, 쓴맛을 우리가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그가 살아온 삶이 모두 쓴맛만이, 또는 단맛만이 아니었을 터. 그는 자신의 삶, 그때그때에 충실했고,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굳이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도 그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다.

 

삶에서 단맛을 추구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쓴맛을 추구하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그리고 남을 의식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고, 그냥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을 듣기도 힘든 세상인데...

 

모처럼 귀가 즐거워지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글자를 눈으로 보고 머리 속에 새기면서도 이상하게 말을 듣는듯한 느낌, 채현국의 말을, 어른의 말을 곁에서 들으면서 귀가 열리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아직은 이런 어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생물학적으로만 나이 든 사람들, 제발 어른인 척하지 말고, 진짜 어른으로 우리 곁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나이 80이 넘었음에도 우리 곁에서 어른으로 할 말을 해주고 있는 이런 채현국 같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귀가 맑아졌다. 기분이 좋다. 이런 어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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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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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짧았던 한희의 순간을 되돌아 보게 하다

 

이 책은 주로 2003년에 이루어진 인터뷰들에 대한 기록이다. 2003년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희망과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전조를 느끼게 해준 해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시기는 2003년 초반이니...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취임을 한 직후까지의 일이다.

 

희망은 '사람다운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무현이 당선된 일이다. 그때 우리들은 국민의 정부를 이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치, 경제, 언론, 사법 부분의 개혁이 이루어질 거라고, 그렇게 순탄하게 우리나라는 순항할 거라는 희망이 있던 시대였다.

 

여기에 살짝 불안감을 던져준 것은 효순, 미선의 참사로 인한 촛불시위에 대한 당선자의 말이었다. 자제를 부탁하는 그 말... 그 말에 대한 각계의 반응, 또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희망 속에서 일말의 불안감이 포착되고 있다.

 

사회가 일 개인에 의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해서, 그것도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만이 바뀔 수 있음을, 어쩌면 우리는 대통령을 바꾼 그 때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대담들이 꼭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시민은 모두 정치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의 기본 관점이 바로 이것이다. 연예인이 정치에 참여하면 뉴스가 되는 나라. 이런 나라는 후진적인 나라다. 우리나라 헌법에 의하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참여해야가 아니라 참여해야만 한다.

 

단지 투표하는 것만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이런 견해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다. 지금부터 12년 전, 그때는 더했다. 딴따라들이 무얼 아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출세하기 위해서 줄서고 있닥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등한 시민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 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것은 용기일까?

 

민주공화국이라면 당연했을 일이 당연하지 않고 용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던 시대, 그것이 겨우 12년 전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을라나?

 

하지만 시민은 누구나 자신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그런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대변하는 것이 정당이다. 정당이 먼저고, 시민이 나중이 아니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조직화 한 것이 정당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지금 정당들은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자신들의 정당이념으로 삼고 있는가? 무려 12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어쩌면 뒷걸음질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3. 인터뷰는 '사람책'을 읽는 일이다

 

'사람책 읽기'라는 말을 듣고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몇몇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였는데.. 책이 꼭 문자로 된, 종이에 기록되어 묶인 것만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한 사람이 살아온 내력, 그 사람의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사람책 읽기'라는 것이 생겨났으리라.

 

그렇다면 이런 인터뷰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책으로서의 역할과 또 하나는 사람을 비록 직접 대면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을 읽어내는 '사람책'의 역할을 말이다.

 

특히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읽어내게 하고 있으니...

 

시간이 좀 지났어도 괜찮다. 책이란 본래 당대에 유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무려 12년전이다. 띠들이 한바퀴 돌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2003년에서 얼마나 벗어났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단초가 바로 이 때 시작되지 않았을까?

 

희망으로 출발했지만, 그 출발에서부터 삐끄덕거리는 모습을 감지한 '사람책'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그 희망의 봉우리에서 급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만 우리의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그 다음, 다시 희망의 봉우리를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 '사람책'들을 통하여 찾아낼 수도 있고.

 

4. 그렇다면 어떤 '사람책'들이 있을까?

 

이 책에는 얘술가 중에서도(이 중에 연예인이라고 할 수 없는 문화비평가, 또는 음악평론가로 불리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강헌이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만들었고, 평론은 예술이니...)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던 예술가들을 만난 기록이다.

 

정치적인 성향에 진보와 보수 또 중도가 있다면 모든 사람들을 아울러 다뤘으면 좋았겠으나, 이 당시에는 진보가 소수였고, 보수는 이렇게 다루지 않아도 큰소리를 낼 수 있었으니...

 

또 인터뷰를 하는 사람의 정치적 성향도 있고 하니...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모든 책을 다 읽지는 않듯이, 인터뷰 역시 자신의 이야기 듣고 싶은 사람을 골라 하는 것이니...

 

장봉군, 강헌, 박재동, 권해효, 김미화, 안치환, 정태춘, 박찬욱, 신해철

 

이들이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도 있고, 잠시 대중의 눈에서 멀어진 사람도 있고, 고인이 된 사람도 있지만... 이들이 2003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들이 어떻게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다.

 

5.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공식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삶을 드러내고 표명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공개한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니게 된다.

 

이들의 행동이 이런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는 제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용기는 바로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이런 덕목들이 우리나라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이런 용기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이런 용기있는 사람들...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2003년 희망으로 시작한 해... 지금은 2015년... 지금에서 그때를 바라보는 읽기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동안 지나온 세월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일, 그래서 이 때를 기억하는 일은 우리의 삶의 방향을 바로 바라보는 눈을 갖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 그런 노력은 꼭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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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스탈린 - 강철 인간의 태동, 운명의 서막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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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강철 사내. 그렇게 번역이 되는 이름을 가진 사나이. 본명은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주가시빌리.

 

러시아 이름은 참 길다. 길어서 사실 외우기도 힘들고 발음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그의 본명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스탈린이라고 하자. 이 책에서는 '소소'라는 이름과 '코바'라는 이름이 많이 나오지만, 이는 모두 가명이니, 그가 스탈린이라만 알고 넘어가면 된다.

 

평전이라는 이름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단순히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들을 통해서 하나의 관점을 형성해서 그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스탈린은 지금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 사회주의국가(혹은 공산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 국가라고도 한다)의 최고 수장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잔혹한 독재자, 전체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정권을 차지한 다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그에 대한 그의 책임은 얼마인지는 역사가들이 많이 밝혀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스탈린이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를 여러 자료들을 찾아서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은 지금은 조지아라고 불리은 그루지아 출신의 그다지 교육을 많이 받지도 않은, 신학교 자퇴생(?)이자, 알콜 중독자의 아들(공식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그의 아버지가 제화공이자 알콜중독자가 되는 베소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들이 아버지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또 스탈린 자신도 그의 생부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고 하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러시아(한때 소련이라고 했던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권력을 잡은 뒤에 그의 잔혹성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그의 잔혹성 때문에 그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그의 폭력성, 냉정함, 잔혹함, 남에게 무신경함 등을 어릴 적부터 추적하여 보여주고 있다. 마치 스탈린은 그의 출생에서부터 환경을 통해서 어린 시절부터 비밀스럽고 잔혹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이를 러시아 혁명 과정을 통해서 더 강화하고 조직적으로 만들어나갔다는 전제를 깔고, 그 전제에 맞는 자료들을 모아놓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책이 스탈린에 대해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한 일들을 어떤 관점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또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시절에는 시를 쓰기도 했고, 독서를 매우 좋아했으며, 노래에 소질이 있어서 그의 노래소리는 듣기에 좋았다는 얘기, 그의 아버지는 그가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반대했으며, 반대로 그의 어머니는 그가 사제가 되기를 바라 그를 신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사실.

 

극성맞다면 극성맞은 어머니 덕에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 나가는 모습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실은 사실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은 다른 사실들과의 관계, 사실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 그 사실이 놓여 있는, 또 그 사실을 해석하는 사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 이 책에 나온 일들은 스탈린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기의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그가 하는 치밀함, 냉혹함 등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고, 그의 가정적인 불행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여러 요소들이 합쳐서 그에게는 사랑이라는 요소보다는 성취라는 요소가 그의 삶을 좌우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성취를 위해서는 주변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사람, 그런 스탈린이 혁명이 끝난 다음에 정권을 잡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혁명 과정에서는 이상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만, 혁명이 성공한 다음에는 그 일을 조직하고, 이끌어가는 냉철한 사람이, 자신의 말을 따르는 사람을 거느린 사람이 정권을 잡을 수 있끼 때문이다.

 

그러니 이상 사회주의와 현실 사회주의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이 지도자를 독재자로, 전체주의자로 변모시킬 수도 있음을, 또는 반대로 전체주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 혁명이 성공한 다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나온 것처럼,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스탈린의 생애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스탈린의 개인적인 삶을 중심으로 평전이 구성되어 있어, 그가 어떻게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는지, 그의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략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평전이니만큼, 그의 행동과 그의 사상이 어떤 일치, 또는 불일치를 이루었는지, 적어도 그가 신봉했다는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레닌주의를 스탈린주의가 왜곡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오히려 스탈린주의는 레닌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하는데..640쪽...) , 레닌주의 또는 스탈린주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다루어주었으면, 스탈린의 행동과 사상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평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혁명이란 개인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즉 누구나 개인이 춤출 수 있는 사회가 아니면 그것은 혁명 사회가 아님을 이 스탈린 평전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고.

 

방대한 분량과 자세한 자료 수집, 그리고 그 자료들을 잘 엮어낸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덧글

 

이 책은 출판사가 보내주었다.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사상을 현실에 구현했다는 소련, 그리고 그 사회의 수장이었던 스탈린의 젊은 시절을 알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하나, 오타라고 생각되는 부분...

 

553쪽에서 '그가 간 뒤 대략 1918년 4월경 리디야는 아들을 낳아 알렉산드르라고 이름 지었다.'고 되어 있는데... 스탈린이 유형지를 떠난 것이 1916년 10월 경이고 그 이후 만나지 않았으니 이건 불가능하다. 1917년 4월경이라고 하면 모를까...

 

이 1918년이 오타라는 것은 659쪽 에필로그에서 '스탈린과 리디야 페레프리기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알렉산드르는 살아남았다. 그는 아마 1917년 초반에 태어났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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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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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이나 받아 적는 주제에 지 이름 달고 책을 내는 일을 15년간 하다니 정말 뻔뻔하다.'(5쪽)

 

이 책의 서문에 실려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지승호에게 어떤 네티즌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런 댓글... 사람 참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인터뷰 책을 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승호, THE INTERVIEW"

 

인터뷰는 남의 말을 받아적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남의 말을 끌어내고 정리해 내어,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을, 또는 그 사람의 생각을 알려주는 아주 적극적인 일이다.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그래서 질문을 잘한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 그가 바로 소크라테스 아니었던가.

 

소크라테스는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할 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진리에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면 질문은 무척 중요하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교사가 될 자격이 있다. 교사란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인터뷰를 통하여 무언가를 끌어내 사람들이 깨닫도록 한다. 알게모르게 교사의 역할을 한다.

 

지승호 역시 그런 역할을 잘하는 인터뷰어(인터뷰를 하는 사람)다. 그는 인터뷰이(인터뷰를 받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해 공부를 한다.

 

이 책에는 7명의 인터뷰이들이 나오는데, 이들 각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 적어도 그는 그들이 쓴 책, 그들에 관한 글 등을 미리 읽고 나온다. 내용을 알고 있어야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터뷰한 내용을 그냥 받아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하는 내용, 꼭 알아야 할 내용, 알면 좋은 내용 등을 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한다.

 

뻔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니 그는 책을 낼 자격이 있다. 대담집이라고도 하는 인터뷰를 읽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뷰어의 능력이 잘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승호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준만, 강풀, 김난도, 박순찬, 오지은, 이상호, 한희영

 

이렇게 일곱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강풀과 박순찬처럼 만화라는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 또 오지은과 한희영은 가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다들 자기만의 분야를 지키면서, 거기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이 지닌 특성을 하나하나 잘 끄집어 내고, 또 이들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지승호가 인터뷰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또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람도 있고,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관심분야 뿐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를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되는 책이다.

 

한 번 지승호의 인터뷰를 따라가 보자. 나는 그 인터뷰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리하면서.

 

덧글

 

알라딘 5월의 작은 출판사 응원 댓글에 당첨되었다. 그래서 받게 된 책이다. 이건 횡재다. 너무 좋게 잘 읽었다. 꼭 책을 보내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서가 아니라, 비아북 출판사,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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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기록 - 버나드 루이스의 생과 중동의 역사
버나드 루이스.분치 엘리스 처칠 지음, 서정민 옮김 / 시공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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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반 정도 넘게 읽으면서 니체가 생각났다.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라는 책 제목이.

 

니체는 그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잘 들어라! 나는 이러한 사람이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를 다른 사람으로 잘못 보아선 안 된다." (니체, 이사람을 보라, 박영문고141. 1983 중판 10쪽)

 

버나드 루이스.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차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중동 문화와 역사에서는(엄밀히 말하면 중동이라고 지역적인 이름을 쓰면 안된다. 그는 이슬람 역사와 문화를 연구한 것이지 중동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이 책의 작은 제목에 따라 중동이라고 쓴다. 중동이라는 말을 이슬람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무방하다.)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이슬람 하면 우리나라에서 이희수 교수만 알고 있었는데, 이희수 교수가 이슬람 붐이 일 때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이고, 그가 쓴 책을 한 권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중동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버나드 루이스는 빼먹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영국에서는 최초의 중동에 관한 역사학자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나고 자라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중동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각 나라의 언어를 공부해 그 나라의 언어 자료들을 읽을 수 있게 된 사람.

 

2차 세계대전 때는 정보 분야에서 일했으나 전쟁이 끝나고 다시 대학에 들어와 학자로서 인생을 보내기 시작한 사람.

 

1970년대에 미국 프린스턴 대학으로 옮겨와 미국시민으로서 생의 후반부를 살아간 사람. 그는 중동 역사를 알게 하는 많은 책들을 썼으니, 그의 삶과 중동의 역사는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1916년 생이니 올해로 100살이다. 이 책이 그의 나이 95세 때 나왔다고 하니, 그 나이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장점은 외국어 습득능력에 있다. 다양한 언어를 읽을 줄 알게 되었기에, 1차 자료를 읽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나라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구체화할 수도 있었고.

 

이런 결과로 미국의 정치가들에게 중동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니체의 첫 말처럼 그는 다른 사람으로 잘못 볼 필요는 없다.

 

이 책에 나오듯이 그는 역사학자일 뿐이다. 정치가들에게 조언을 했다면 그것은 그가 연구한 사실들을 토대로 정보를 제공한 것일 뿐이다. 정보 제공과 정책 결정은 전혀 다른 몫이고, 학자는 정보 제공을 하지만, 정책 결정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 결정에 관해서 학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의 정보를 토대로 정책 결정을 했을테니, 그가 제공한 정보가 사실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는 반드시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어떻게 공부했고, 중동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으며, 그러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한 사람의 전기이지만,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현대사에서 이슬람 국가와 다른 종교를 지닌 국가들의 갈등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이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슬람 역사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가 있게 된다.

 

특히 오리엔탈리즘의 주창자인 에드워드 사이드와 그의 차이가 이 책에 잘 드러나 있으니... 한 번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책의 중간중간에 교육제도에 대하여, 또 역사학자들의 태도에 대한 글들도 나와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또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중동 지역의 유명한 사람들과 얽힌 일화도 나오니... 재미도 있고 쉽게 잘 읽히기도 하는 책이다. 그가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더니, 그런 문체의 힘이 이 자서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공부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알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과거에 낸 책도 다시 검토해서 개정판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 이렇게 끊임없는 학자로서의 태도가 그를 중동역사 전문가로서 존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토대로 중동 여러 나라들의 역사나 문화, 또는 이슬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더 깊은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버나드 루이스라는 사람. 바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렇게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잘못 알고 있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하며...  

 

덧글

 

고맙게도 이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다. IS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중동 역사, 또는 이슬람에 대해서 서양인의 삶을 통해 개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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